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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살겠다” 번호판 반납…축제 줄 취소에 전세버스도 “벼랑 끝”

중앙일보

입력

전국에서 모인 전세버스 운전기사들이 지난달 26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신진호 기자

전국에서 모인 전세버스 운전기사들이 지난달 26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신진호 기자

전북 전세버스 744대 번호판 반납

코로나19 여파로 관광업계 피해가 커지면서 전세버스 노동자들도 생존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전세버스 노동자 사지 몰아" #

4일 전북도에 따르면 전북 지역 전체 전세버스 2019대 중 744대는 지난해 9월 이후 운행을 멈춘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관광 수요가 줄자 업체 112곳의 전세버스 3분의 1이 고육지책으로 번호판을 반납했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세버스연대지부가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전세버스 노동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통해 이들은 "전세버스 노동자 다 죽는다. 국토부는 생계대책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관광업계 줄도산에 이어 전세버스도 생존의 벼랑 끝에 몰려 있는데도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자신들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를 따져 물었다. 당시 국토부는 "전세버스는 그나마 일거리가 있지 않으냐"며 지원금 대상에서 기사들을 제외했다고 한다.

"자치단체 11.5%만 지원금 지급" 

전세버스연대는 3차 지원금에서 택시 종사자에 50만~100만원이 지급된 것을 거론하며 "택시도 정부 방역지침으로 운영이 금지된 직종이 아닌데도 3차 재난지원금에 포함된 이유가 무엇이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허이재 전세버스연대지부장은 "택시 기사에게 지원금을 지급한 정부 정책에는 동의하지만, 전세버스 노동자에게 지원하지 않은 이유가 일관성과 기준이 없고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이들은 지방자치단체의 대책이 부족한 점도 성토했다. 전국 243개 자치단체 가운데 전세버스 기사에게 지원금을 지급한 곳은 28곳(11.5%)이다. 전북도는 지난해 9월 추경을 통해 도내 전세버스 운수종사자 1900여 명 중 약 1600명에게 50만원의 생계비를 지원했다.

“대책 마련을 요구하면 정부와 자치단체가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는 게 전세버스연대 측 주장이다. 이상곤 대전·충청 집행위원은 "정부가 추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앞에서 상경투쟁도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추가 대책을 세운 자치단체도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모든 전세버스는 오는 4월 1일까지 의무적으로 영상기록장치를 부착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와 감차 조치가 뒤따른다"며 "영상기록장치에 대해 버스 1대당 3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진호·김준희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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