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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무시…시대 뒤떨어졌다" 골든글로브 때린 美언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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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사지 타임이 3일(현지시간) 발표된 골든글로브 시상식 후보에서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 외 부문에 제외된 것에 이날 기사를 통해 의문을 표했다. [사진 타임 홈페이지]

미국 시사지 타임이 3일(현지시간) 발표된 골든글로브 시상식 후보에서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 외 부문에 제외된 것에 이날 기사를 통해 의문을 표했다. [사진 타임 홈페이지]

재미교포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만 오른 데 대해 미국 시사지 타임이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타임은 3일(현지 시간)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후보 발표 직후 ‘11개의 가장 이상한 골든글로브 후보들-그리고 그 대신 후보에 올랐어야 하는 것’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시상식의 주최 측인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의 이번 선택을 “지난해 영화 산업을 굴복시킨 유행병조차도 완전히 설명해주지 못했다”면서 “명백하고 당황스러운 무시가 많았다”며 그 예로 “‘미나리’ 제외”를 들었다.

美타임 "명백하고 당황스러운 무시" 

3일(현지 시간) 타임 기사 '11개의 가장 이상한 골든글로브 후보들-그리고 그 대신 후보에 올랐어야 하는 것' 캡처 화면. [사진 타임 홈페이지]

3일(현지 시간) 타임 기사 '11개의 가장 이상한 골든글로브 후보들-그리고 그 대신 후보에 올랐어야 하는 것' 캡처 화면. [사진 타임 홈페이지]

타임은 “‘미나리’는 외국어영화상 외에 어떤 부문에도 들지 못했다. 정이삭 감독의 절묘하고 담담한 각본, 베테랑 배우 윤여정의 반짝반짝하고 입이 거친 극중 가족의 가장 역할이 어떤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음을 뜻한다”고 했다. “‘미나리’는 미국 중부지역에 고립돼 열망을 갖고 고군분투하는 가족을 그린다”면서 “가족, 세대 역사, 개척 정신, 역경 극복 등 골든글로브가 늘 받아들여온 큰 주제를 가진 독특한 미국 이야기”라고 강조하며 이 영화가 작품상에 오를 수 없었던 이유를 다시 한번 꼬집었다. ‘미나리’는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의 영화사 플랜B가 제작하고 정이삭 감독과 주연‧공동제작자 스티븐 연이 아시아계 미국인인 미국 영화인데도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영화로 규정하는 골든글로브 기준에 따라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출품됐다. 지난해 12월 23일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할리우드에선 논란도 일었다. 역시 비영어 대사가 주를 이루지만, 백인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연출하고 브래드 피트 등이 주연한 ‘바벨’이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수상했고, 같은 조건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브래드 피트 주연 영화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이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는 것이 지적되며 지난해 중국 이민자 가족을 그린 ‘페어웰’에 이어 한국 이민자를 그린 ‘미나리’의 외국어영화상 분류가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이란 비판까지 나왔다. 당시 영화 ‘페어웰’의 룰루 왕 감독 등 영화인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워싱턴포스트 등도 비판 칼럼을 실었지만, 주최 측은 별달리 대응하지 않았다.
타임은 3일 “골든글로브의 투표 기반이 외국 언론인이라는 사실이 이 규칙을 더 이상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LA타임스 "'미나리' 더 낫게 대접받을 자격 있다"

미국 일간지 LA타임스도 이날 기사에서 지난해 ‘기생충’에 작품상 등 4관왕을 안긴 아카데미 시상식과 골든글로브를 비교하며, “‘미나리’는 시대에 뒤떨어진 골든글로브 규정보다 더 낫게 대접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할리우드를 취재하는 89명의 멤버로 구성된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는 놀라움과 경솔함 속에 ‘미나리’를 (외국어영화상 외에) 각본‧감독‧배우상 부문에 추가 지명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오는 28일 열릴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미나리'가 호명된 외국어영화상 부문 후보들. [사진 골든글로브 홈페이지]

오는 28일 열릴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미나리'가 호명된 외국어영화상 부문 후보들. [사진 골든글로브 홈페이지]

재미교포 2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가족 영화 ‘미나리’는 아칸소 시골에 농장을 일구려는 한국계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다. 미국에서 지난해 1월 선댄스영화제 첫 상영 후 심사위원대상ㆍ관객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전미비평가위원회 여우조연상ㆍ각본상, 노스캐롤라이나 비평가협회 작품상·여우조연상·각본상 등 4일까지 미국 내 영화상 59개를 수상했다. 이 중 20개는 가족의 외할머니 역 윤여정의 여우조연상이다. 윤여정은 여기에 더해 출연배우 전원이 받은 미들버그영화제와 뉴멕시코비평가협회의 연기앙상블상 2개도 받았다.
골든글로브에서 수상한 한국영화는 지난해 ‘기생충’이 외국어영화상‧감독상‧각본상 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것이 최초다. 올해 제78회 시상식은 28일 캘리포니아 비벌리힐스 비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다. ‘미나리’는 오는 3월 3일 한국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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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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