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우리나라에서 총자산 10억이면 상위 10% 커트라인

중앙일보

입력 2021.02.03 10:00

[더,오래] 김진영의 은퇴지갑 만들기(17)

그동안 나의 자산을 찾아보고 나의 자산과 나의 은퇴자산이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지난 은퇴지갑 14회에서 나의 자산이 어느 수준인지를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근거로 알아보는 방법을 소개한 적이 있다. 이때는 총자산이나 순자산, 부동산, 금융자산을 구간별 평균으로 소개했다. 예를 들어 전체자산을 기준으로 상위 5~10% 사이에 있는 가구주의 평균 자산은 몇억원 정도라는 식이다. 그런데 상위 5%, 10% 등의 커트라인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작년 12월 말 통계청이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발표했고 올해 1월에 세부 조사자료를 제공했다. 2020년 3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2000만 가구주 중 절반인 50%의 총자산 커트라인은 2억6000만원이다. 의외로 매우 낮다. 상위 20%의 커트라인도 5억4000만원 정도로 나온다. 상위 10%의 총자산 커트라인도 10억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이 10억원이 넘는다는 발표로 볼 때 좀 의아스럽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위 10% 가구주는 약 200만명인데 서울에 아파트를 가진 사람이 122만명이고 이 중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보유한 가구주는 30만~40만 명 선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조사 시점이 2020년 3월이기 때문에 그 이후 또 한차례 급격히 오른 현재의 부동산 시세를 가지고 판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2020 총자산. [자료 김진영]

2020 총자산. [자료 김진영]

50% 이하 사람은 은퇴 이후 전체 자산이 줄어드는 반면 상위 계층의 은퇴자는 오히려 자산 규모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대의 경우는 상위 1%의 커트라인이 36억원으로 어느 세대보다 높고 심지어 상위 0.1%는 커트라인이 100억원을 훨씬 넘는다.

이것은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라 부동산의 유무와 위치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은퇴자의 경우 부동산 가격의 급등으로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더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을 제외한 순자산 상위 1%의 커트라인은 26억원이고 상위 10%의 순자산은 8억 4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느 계층이나 총자산에서 대출의 비중이 10~2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또한 부동산 대출에 따른 총자산 풍선효과로 보인다.

개인 자산 순위. [자료 김진영]

개인 자산 순위. [자료 김진영]

반면 부동산만 보면 상위 10%의 커트라인이 7억5000만원이고, 60대 가구주의 경우 상위 10% 커트라인은 8억7000만원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전·월세 보증금을 제외한 금융자산의 경우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순금융자산의 경우 상위 10%의 커트라인은 약 2억원 내외지만 중위인 50%의 커트라인은 4000만~5000만원 수준이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가계의 순금융자산은 생각보다 매우 적고, 특히 양극화가 부동산보다 심하기 때문에 어느 계층이나 은퇴자금으로 쓸 돈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강남에 몇십억 집이 있어도 세금낼 돈이 없다는 말이 단순히 엄살만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나의 자산에서 어떤 것을 은퇴자산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그리고 자산의 대부분인 부동산을 어떻게 유동화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은퇴설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밸런스 은퇴자산연구소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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