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소문 포럼

‘게임스톱 전쟁’은 왜 벌어졌나

중앙일보

입력 2021.02.03 00:24

지면보기

종합 27면

김창규 경제에디터

김창규 경제에디터

게임스톱. 1984년 설립된 미국의 비디오게임 유통업체다. 플레이스테이션, 스위치, 게임팩 등을 파는 이 회사는 한때 미국의 게임 시장을 평정했다. 하지만 세계 게임 시장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됐고 비디오게임이 주류였던 미국도 역시 이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 회사는 미국 게임 시장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헤지펀드와 개인투자자의 싸움
증권사상 처음으로 개인이 이겨
온라인 통해 정보력으로 뭉친 덕
그래도 주식투자는 정석대로 가야

실적이 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회사 매출은 2018년 86억 달러였지만 2019년에는 83억 달러로 줄어들더니 지난해에는 65억 달러로 급감했다. 순이익은 더하다. 2018년에 3500만 달러로 간신히 흑자를 유지했지만 2019년에는 6억7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고 지난해에도 4억7000만 달러 적자의 늪에 빠져 있다.

그런데 변방으로 밀리던 이 회사가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적확하게 표현하면 이 회사가 아니라 이 회사의 주가가 주인공이다. 외신은 시장에 혁명이 일어났다고 표현한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 회사 주가는 4~5달러대였다. 어떤 때는 2달러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내리막길에 들어선 이 회사의 주가는 올해 들어 요동쳤다. 지난해 11월 행동주의 투자가이자 애완동물 쇼핑몰 ‘츄이’의 공동 창업자인 라이언 코언이 참다못해 게임스톱에 주주 서한을 보냈다. 그는 오프라인 중심이던 사업 모델을 온라인·모바일 등으로 바꾸라고 촉구했다. 두 달 뒤 코언은 게임스톱 이사진에 합류한다. 이 소식은 개인투자자에게 추억이 깃든 게임스톱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주가는 크게 오르기 시작했다. 1월 초 17달러 대였던 주가는 1월 중순에 40달러대까지 뛰었다.

하지만 헤지펀드는 생각이 달랐다. 개인투자자가 한물간 회사에 과잉반응한다고 판단했다. 실적·전망 등 여러 지표를 봐도 당시 주가는 과도하다고 봤다. 그래서 공매도에 들어갔다. 공매도는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리면 싸게 사서 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내리면 이익이 나지만 주가가 오르면 손해를 본다.

서소문 포럼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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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서 ‘공매도의 전설’로 불리는 앤드루 레프트 시트론 리서치 대표가 뛰어들었다. 시트론은 개인투자자를 자극했다. 시트론은 게임스톱을 ‘실패한 소매업체’라고 규정했다. 더 나갔다. “지금 주식을 사는 사람은 포커게임의 멍청이며 주가는 20달러까지 폭락할 것”이라고 조롱했다.

개인투자자는 흥분했다. 반격에 나섰다. 똘똘 뭉쳐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맞서 사고 보유하기(buy and hold) 전략에 나섰다. 주가는 거침없이 올랐다. 지난달 4일 17.25달러였던 이 회사 주가는 28일에는 장중 483달러까지 치솟았다가 112.25달러로 떨어지기도 했다. 1월에만 1700%가량 올랐다.

공매도에 나선 헤지펀드는 ‘철퇴’를 맞았다. 공매도 투자의 경우 주가가 크게 오르면 낭패를 본다. 더 큰 손실을 줄이기 위해 해당 주식을 사서 갚아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데다 공매도에 참여했던 헤지펀드까지 주식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주가는 천정부지로 오를 수밖에 없다. 헤지펀드 등 공매도 세력이 1월에만 198억달러(약 22조원) 손실을 보며 백기 투항한 이유다.

그런데 궁금증 하나. 지금까지 개인투자자는 헤지펀드와의 싸움에서 추풍낙엽이었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는 특정 종목에 투자를 하다가도 공매도 세력이 들어오면 움찔하며 뒤로 물러서는 ‘약한’ 존재였다. 그런데 이번엔 개인이 헤지펀드를 박살 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우선 상대가 밀레니얼 세대(1981년~2004년 출생)였다. 이들은 기존 ‘금융 권력’에 반감이 강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갈 곳을 잃은 돈으로 수수료가 공짜인 주식거래 앱 로비후드를 통해 무한대로 주식을 사고팔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여기에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등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며 전열을 갖췄다. 예전의 지리멸렬한 개미가 아니었다. 수백만명이 결집해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니 헤지펀드의 공격도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투자는 일시적인 바람으로만 성공하지 않는다. 또 이런 광풍이 불 땐 항상 작전세력이 등장한다. 마지막에 손해 보는 건 추격 매수에 나선 개인투자자다. 결국 주식 투자의 정석은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다.

JP모건 회장을 역임한 데니스 웨더스톤의 말이다. “투자란 모름지기 합리적이어야 한다. 당신이 이해할 수 없는 종목에는 투자하지 마라.”

김창규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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