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4차 재난지원금, 피해계층에 집중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난달 29일, 문 닫은 상점이 늘어선 서울 명동 거리를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난해 하반기 명동 상가 공실률은 21%로 치솟았다. 서울 6대 상권 중 가장 높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감소의 여파가 커지면서 폐점이 늘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문 닫은 상점이 늘어선 서울 명동 거리를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난해 하반기 명동 상가 공실률은 21%로 치솟았다. 서울 6대 상권 중 가장 높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감소의 여파가 커지면서 폐점이 늘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4차 재난지원금이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이르면 3~4월 중 지급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청와대에서 “정부의 방역 조치로 발생하는 손실을 제도적으로 보상하고 지원대책도 강구하라”면서 탄력이 붙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 후속 수순으로 어제 국회 대표연설에서 4차 재난지원금을 선별·보편 방식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코로나19 사태로 생계 절벽에 내몰린 사람들의 지원에 나서는 것은 의무이자 당연한 역할이다.

결국 나랏빚으로 조달해야 하는 처지 #도움 꼭 필요한 곳 잘 따져 지원하길

그러나 몇 가지 우려를 꼭 불식시켜 주기 바란다. 그래야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우선 4월 서울·부산 시장 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당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뽑아주면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뒤 ‘180석’의 수퍼 여당이 됐다. 그때의 단맛에 빠져 이번에도 선심용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을 피하려면 실행 계획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그다음 우려는 재정이다. 여당의 방안에는 재원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국가 재정을 관리하는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총리 연설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발해도 소용없다. 앞서 문 대통령이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추진하라”고 했지만, 결국 예산은 빚으로 조달하는 수밖에 없다. 이 총리는 “추경을 충분히 편성해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그 규모는 20조원 이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는 자영업자 중심의 선별 지급 방식이었던 2차(7조8000억원)와 3차(9조3000억원)는 물론 총선 직후 전 국민에게 지급한 1차 때의 14조2000억원을 뛰어넘는다. 이미 올해 본예산이 558조원에 이르는 이유가 뭔가. 코로나 대응 때문인데 해가 바뀐 지 한 달여 만에 추경을 거듭하니, 야당이 “선거를 겨냥한 돈 뿌리기”라고 비판하는 게 아닌가.

재난지원금의 재원을 결국 빚으로 조달할 수밖에 없다면 도움이 꼭 필요한 코로나 피해 계층에 국한해 지원하는 게 맞다. 예산 효율성을 높이고 형평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경제 활성화에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려도 체계적인 지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피해 상인에게 실질적인 손실을 보상하고 있지만, 무차별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 기존 과세 자료를 근거로 매출 감소를 고려해 지원에 나선다. 형평성에도 맞고 예산의 효율성도 높아져 실질적인 구제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현실을 고려하기 바란다. 백신이 나왔지만 코로나 변이의 확산 속도가 더 빠른 게 현실이다. 코로나와 싸워 이기려면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비축해 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