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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기본소득은 알래스카서나"…이낙연이 꺼낸 '신복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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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자신이 '국민생활기준 2030' 신(新)복지 구상을 밝히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자신이 '국민생활기준 2030' 신(新)복지 구상을 밝히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을 들여온 ‘포스트 코로나’ 구상의 일부가 공개됐다. 2일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다. 이 대표는 “기존 복지제도의 축적을 바탕으로 경제·사회적 변화에 맞게 사회안전망을 혁신적으로 재구축해야 한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신(新)복지제도로서 ‘국민생활기준 2030’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국민생활기준 2030’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이 대표가 '한국 사회의 미래'로 설계해온 주력 상품이다. 이 대표는 올해 들어 이익공유제·사회연대기금을 비롯한 코로나19 시대의 대안 마련에 주력해 왔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익공유제 등이 당면한 고통을 덜기 위한 해법이라면, ‘신복지’는 코로나19 이후 한국 사회에 대한 마스터플랜”이라고 설명했다.

“아동수당 만 7세→18세 확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후 동료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후 동료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신복지의 핵심은 복지 확대다. 이 대표는 이날 ▶아동수당 지급 범위 확대(만 7세 이하→만 18세 이하) ▶전 국민 상병수당 ▶온종일 돌봄 40% ▶공공 노인 요양시설 시·군·구별 설치 등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조만간 ‘국민생활기준 2030 범국민특별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여야 정치권과 시민사회, 학계의 광범위한 논의를 촉발하겠단 뜻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야당도 참여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진 않을 것”이라며 “조만간 당 중심으로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형태의 특위를 발족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에선 이 대표가 추진해 온 이른바 ‘상생연대 3법’(손실보상제·이익공유제·사회연대기금)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이 대표는 “국회에는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며 “조속한 심의와 처리를 여야 의원님들께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또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늦지 않게 충분한 규모의 추경을 편성토록 하겠다”며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기본소득엔 “알래스카 빼곤 안 해”

신복지엔 막대한 국가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현재 만 7세까지 월 10만원씩 지급되는 아동수당에는 올해 국비 예산만 2조2195억원이 편성됐다. 만 18세까지 지급하면 지급 대상이 298만명→818만명(주민등록인구 통계, 1월 기준)으로 3배 가까이가 된다
. 지방비까지 합쳐 연간 10조원이 든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 국민 상병수당 등도 적지 않은 재원이 소요된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국가채무 증가가 전례 없이 가파른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나라 곳간을 적절히 풀어야 할 때가 있다. 풀 때는 풀어야 다시 채울 수 있다”고 밝혔다. 적극적 확장재정정책을 가동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는 2일 신복지 구상을 밝히면서 당내 대선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론과 완전히 선을 그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두 사람이 경기도청에서 만나 비공개 간담회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임현동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는 2일 신복지 구상을 밝히면서 당내 대선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론과 완전히 선을 그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두 사람이 경기도청에서 만나 비공개 간담회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임현동 기자

다만 이 대표는 이날 연설을 통해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론과는 완전히 선을 그었다. 전 국민에 같은 금액을 직접 주는 방식이 아닌, 아동·상병·돌봄 등 각각의 복지제도를 강화하는 방법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신복지는) 그간 축적한 복지제도를 채우고 더 올리자는 것이니 제도의 지속성 같은 것이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론에 대해서는 “알래스카 빼고 하는 곳이 없다” “그걸 복지제도의 대체재로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냐”고 지적했다.

文의 소득주도성장론 벤치마킹?

이날 이 대표의 연설에 대해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들은 “말씀 주신 신복지체계는 우리가 마땅히 가야 할 길”(이 지사), “오랜만에 정치의 품위를 느낄 수 있는 격조 있는 연설”(정세균 국무총리)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국민이 여당 대표에게 원하는 것은 진정 어린 사과와 반성이었다. 맥락 없는 공치사와 뜬금없는 비전은 한 달 남은 대표의 한계를 인정한다고 해도 실망스러웠다”(배준영 대변인)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일각에선 “소득주도성장론 벤치마킹 아니냐”(민주당 수도권 보좌관)는 말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인 지난 2015년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을 공식화한 것과 비슷하단 얘기다. 하지만 이 의원 측 복수의 관계자는 “전혀 당시 연설을 참조하지 않았다. 이번 발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고민의 산물일 뿐”이라며 손을 저었다.

이 대표는 오랜 기간 당 안팎의 조언을 받으며 이날 연설 내용을 검토했다고 한다. 당초 신복지 구상을 1월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하는 방식도 고민했지만, 회견을 열지 않기로 하면서 자연스레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발표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 직후 “앞으로 분야별 과제를 꼽아 국민에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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