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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쌀 사재기에 방송 끊겨···SNS에 수지 석방 글 몰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쌀, 고기 없어요? ”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벌어진 지난 1일. 양곤의 한 마트를 찾은 현지 한국인 유튜버 '하무'(44)씨는 곳곳의 빈 매대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한산하던 평소와 달리 계산대마다 줄이 늘어서 있었다. 주유소에 들르는 차량도 하나같이 기름을 가득 채웠다. 쿠데타 발발 소식에 불안을 느낀 주민들이 생필품 사재기에 나선 것이다. 이날 오전까지 인터넷과 전화가 동시에 불통 상태가 되면서 불안감을 키웠다.

현지 교민이 전하는 혼돈의 미얀마 #"아침에 일어나니 인터넷·전화 끊겨" #"설마했는데" 지인들 충격 속 눈물도 #마트에는 식료품 사두려는 주민 몰려 #SNS에는 "수지 고문 석방" 촉구 글 #대규모 시위·충돌 우려에 긴장감

이날 새벽 미얀마 군부는 수지 국가 고문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을 구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리고 사태 하루가 지난 현지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018년부터 현지에 거주해 온 하무씨는 2일 중앙일보에 “교민은 물론 현지 주민들도 모두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면서 “군부가 운영하는 방송국을 제외하고는 방송 송출이 중단돼 외부 소식을 확인하기도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정보 차단에도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는 아웅산 수지 고문의 석방을 요구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또 시내에 사람들이 모인다는 소식도 들리는 등 대규모 시위와 충돌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1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군인들이 장갑차 앞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군부는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을 구금하고 권력을 장악했지만 수지 고문은 국민에게 저항을 촉구했다. [AFP=연합뉴스]

1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군인들이 장갑차 앞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군부는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을 구금하고 권력을 장악했지만 수지 고문은 국민에게 저항을 촉구했다. [AFP=연합뉴스]

다음은 하무씨와의 일문일답.

쿠데타가 발발한 지 하루가 지났다.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 
거리는 다니는 사람이 없어 적막하다. 군부가 운영하는 방송국을 제외한 타 방송국은 송출이 중단됐다. 외부 소식을 알아보기 위해 페이스북 등을 주시하고 있지만, 확인할 수 없는 소식들에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마트에선 쌀‧계란‧고기 등 일부 품목의 사재기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일단은 생필품을 사놓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미얀마에서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화 지도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을 구금했다. 이날 일본 도쿄 국제연합대학에서 미얀마인들이 수지 고문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얀마 군은 지난해 11월 8일 총선에서 수지가 이끄는 집권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하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왔다. 군부는 1962년 쿠데타 뒤 53년간 통치하다 2015년 총선 패배로 권력을 넘겼다. [로이터=연합뉴스]

미얀마에서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화 지도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을 구금했다. 이날 일본 도쿄 국제연합대학에서 미얀마인들이 수지 고문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얀마 군은 지난해 11월 8일 총선에서 수지가 이끄는 집권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하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왔다. 군부는 1962년 쿠데타 뒤 53년간 통치하다 2015년 총선 패배로 권력을 넘겼다. [로이터=연합뉴스]

군부 쿠데타에 대한 현지 여론은 어떤가. 
미얀마에는 아웅산 수지 국가 고문을 ‘국모’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감금 상태에서 풀어달라는 글들이 SNS를 통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양곤(미얀마 최대 도시) 시내에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는 말도 들리지만 지금은 외출을 자제하고 있어 바깥 상황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현지에 4000여명의 교민이 남아 있다고 하는데. 
대규모 집회와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어 걱정이 많다. 인터넷이 복구된 뒤에는 서로 안부를 물으며 사태 진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아직 위협적인 군사적 움직임이나 압박은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심해지면서 많은 교민이 이미 한국으로 건너갔고, 남은 사람들은 사업 때문에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미 코로나19로 타격이 커 현지 경제 상황이 더 위축될까 걱정이다. 앞으로 군부 정권이 들어서면 비자 발급 등도 까다로워 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지에선 이런 상황이 예견됐었나.
군부에서 선거 부정 등을 이유로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지난달 27일 나왔다. 하지만 '설마 쿠데타가 일어날까'라는 분위기였다. 미얀마 지인들이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아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봤다.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건 1962년, 1989년에 이어 세 번째다. 미얀마 내부의 민주화 요구와 국제사회의 압력 속에 2016년 총선에서 수지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승리하며 '미얀마의 봄'이 시작됐다.

하지만 헌법에 규정된 군부의 특권적 권력은 유지되면서 정부는 일종의 '이중 권력'체제로 운영됐다. 이어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NLD가 압승을 거두면서 군부 내 권력 상실 불안감은 커졌다. 결국 이번 쿠데타로 '불안한 동거'가 5년 만에 파국을 맞게 된 것이다. NLD는 수지 고문이 국민을 향해 “군부 쿠데타에 대항해 항의 시위를 벌일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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