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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의 '미래 목적 기반 車'…전복 싣고 동남아 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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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지난해 1월 CES에서 공개한 '목적 기반 차량(PBV)' 모형. 사진 현대차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1월 CES에서 공개한 '목적 기반 차량(PBV)' 모형. 사진 현대차

기아의 미래 차 전략 '플랜 S'의 핵심인 목적 기반 차량(PBV)의 윤곽이 드러났다.

기아는 최근 냉장 물류 스타트업 에스랩아시아와 PBV 실증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마지막 단계 배송)' 서비스에 들어간고 2일 밝혔다. 이커머스와 라스트 마일 물류 서비스를 위한 차세대 PBV 모델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실제 서비스 운영을 통해 PBV 사업을 고도화하는 게 목적이다.

2일 기아는 PBV 실증 사업을 위해 국내 물류 스타트업 어어랩아시아와 MOU를 맺고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한다. 사진 기아

2일 기아는 PBV 실증 사업을 위해 국내 물류 스타트업 어어랩아시아와 MOU를 맺고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한다. 사진 기아

에스랩아시아는 국산 수산물을 냉장 포장해 동남아 등으로 수출하는 스타트업으로 '그리니 박스(Greenie Box)'에 완도 전복·바지락 등을 담아 살아있는 상태로 수출한다. 기아는 승용 전기차 니로 EV를 화물용으로 개조해 이 상자를 실어나를 계획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월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하게 될 박스형 PBV 모형을 선보였다. 기아는 본격적인 PBV 차량·플랫폼 개발에 앞서 이번 실증사업을 통해 각종 데이터 수집과 전기차 플리트 관리 시스템(Fleet Management System) 등 핵심 역량을 단계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기아 관계자는 "실증을 위한 니로 전기차는 배송 박스를 싣기 편하도록 2열 시트 공간을 평탄하게 개조했다"며 "일부 차량은 2열 시트도 뜯어 공간 활용성을 높이는 등 PBV로서 적합한 모습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실증사업엔 현대차그룹의 여러 포석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국산 수산물을 실은 니로 EV의 행선지가 싱가포르라는 점이 특히 그렇다. 싱가포르엔 현대차그룹이 공을 들여 조성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방식의 글로벌 혁신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향후 싱가포르 센터가 PBV 개발 프로세스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싱가포르 센터에 다녀오기도 했다.

기아는 "싱가포르 도심 면적과 교통 환경이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 서비스용 PBV 사업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2040년 내연기관차 운행 폐지와 함께 올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대폭 확대하는 등 전기차 기반 PBV 사업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최적의 장소"라고 밝혔다.

PBV 실증사업에 대기업이 아닌 국내 배송·물류 스타트업과 손잡은 점도 눈에 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PBV 플랫폼 개발에 영국 전기차 스타트업 어라이벌(Arrival), 미국 스타트업 카누(Canoo)와 협업 중이다. 이런 점에서 향후 PBV 개발뿐 아니라 이와 연계한 모빌리티 서비스도 글로벌 스타트업과 지속해서 손을 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기아는 2023년 이후 어라이벌·카누와 협업한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통한 전기차를 양산할 예정이다.

기아 관계자는 "이번 협약을 통해 기아는 다양한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라스트 마일뿐만 아니라 오픈이노베이션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자와 파트너십을 구축해 글로벌 PBV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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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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