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억 우주 SF ‘승리호’ 송중기 "우주 유영은 처음…'구니스' 생각났죠"

중앙일보

입력 2021.02.02 14:16

업데이트 2021.02.02 14:37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주연에 유해진의 모션 캡처 연기가 기대되는 영화 '승리호'(감독 조성희).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다. [사진 메리크리스마스]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주연에 유해진의 모션 캡처 연기가 기대되는 영화 '승리호'(감독 조성희).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다. [사진 메리크리스마스]

“너무 빠르면 우주선이 작고 가벼워 보이고, 너무 무거우면 우리가 원하는 박력이 없어서 둘 사이 균형을 맞추는 데 많은 공을 기울였습니다.”
오는 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되는 우주 SF 영화 ‘승리호’ 조성희 감독의 말이다. 역대 한국영화 중 우주선 속도를 고민해야 했던 작품이 있었던가. 그가 2일 주연 배우 송중기‧김태리‧진선규‧유해진과 함께한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선 ‘한국 최초 우주 SF 블록버스터’란 수식어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승리호’에는 240억 원대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5일 넷플릭스서 공개

송중기 "2092년 우주 청소선 찌질이들의 활극" 

송중기는 “2092년 우주 청소선에 사는 4명의 찌질이들 이야기다. 정의감도 없는 오합지졸들의 SF 활극”이란 설명이다. 무대는 70여년 후 미래, 인류는 사막화한 지구에서 살아가는 ‘빈민’과 우주 위성 궤도의 새 보금자리 UTS에 사는 ‘시민’들로 나뉜다. 빈민으로 전락한 천재 우주선 조종사 태호(송중기)와 해적두목 출신의 장선장(김태리), 엔진 기관사 타이거 박(진선규),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유해진)가 탄 청소선 ‘승리호’는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 꼬마 형태의 로봇 도로시를 발견하며 위험한 추격전에 뛰어든다.

5일 넷플릭스 190여개국 출시에 앞서 2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승리호' 기자 간담회에 왼쪽부터 주연 배우 진선규, 송중기, 조성희 감독과 주연 배우 김태리, 유해진이 참석했다. [사진 넷플릭스]

5일 넷플릭스 190여개국 출시에 앞서 2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승리호' 기자 간담회에 왼쪽부터 주연 배우 진선규, 송중기, 조성희 감독과 주연 배우 김태리, 유해진이 참석했다. [사진 넷플릭스]

조 감독이 10년 전 우연히 친구에게 우주 쓰레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아이디어를 다듬으며 지금의 영화에 이르렀다. 그와 송중기는 야생 소년의 판타지 멜로를 그려 706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늑대소년’(2012) 이후 두 번째 만남. ‘늑대소년’ 당시 이번 영화 이야기를 재밌게 들었다는 송중기는 10년 뒤 조 감독이 시나리오를 건넸을 때 읽기도 전에 “출연해야겠다 마음먹었다”면서 “감독님이 한 번도 멋있는 역할을 주신 적이 없다. 이번엔 항상 꼬질꼬질 기름을 묻혔고, ‘늑대소년’ 땐 흙을 묻혔다. 그렇지만 내면적으론 순수하고 말끔한 역할들이다. 조성희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유해진 "한국 최초 모션 캡처, 그냥 부딪혔죠"

김태리 주연 우주 SF '승리호'. [사진 넷플릭스]

김태리 주연 우주 SF '승리호'. [사진 넷플릭스]

광활한 우주와 미래 도시, 우주선 안팎의 액션을 펼쳐낸 영화답게 대부분의 장면에 VFX(특수시각효과) 효과가 들어갔다. 한국 메이저 VFX 회사 여덟 곳이 합류해 VFX 작업 인원만 1000여명이 참여했다. 한국에선 시도된 적 없는 비주얼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을 터. 배우들은 조 감독의 세심한 준비에 신뢰를 느껴 출연했다고 입을 모았다. 컴퓨터그래픽(CG) 캐릭터로 등장하는 로봇 업동이 역을 맡아 한국 최초 로봇 모션 캡처에 도전한 유해진은 “시나리오가 과연 어떻게 영상화될까, 처음엔 걱정도 됐는데 감독님이 첫 미팅에서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리(며 설명하)시더라. 시나리오도 재밌고 잘 합쳐지면 좋은 결과가 있겠다,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한국 최초 우주 SF 영화를 표방한 데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김태리 주연 우주 SF '승리호'. [사진 넷플릭스]

김태리 주연 우주 SF '승리호'. [사진 넷플릭스]

“국가대표 느낌의 부담감은 감독님이 크셨을 것 같고 저는 설레고 기대가 많았어요. 어린이가 된 것 같은. 처음 시나리오 보고 어릴 적 친구들과 본 ‘구니스’ 영화가 생각났죠.”(송중기)
“SF 영화, 하면 우리는 할리우드 영화에 너무 많이 길들어져 있잖아요. 한국에서 나온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우리 영화가 정말 잘 보여준 것 같아요. ‘승리호’가 굉장히 한국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김태리)
아무것도 없는 초록 스튜디오에서 후반작업에서 CG로 합성할 배경, 로봇 캐릭터를 상상하며 연기하는 것도 녹록지는 않았다. 송중기가 가장 애먹은 것은 우주에서 유영하는 장면. “우주선 바깥을 청소하는 장면에서 중력을 표현해야 했는데 한 번도 찍어본 적이 없어서 어려웠어요.”

김태리 주연 우주 SF '승리호'. [사진 넷플릭스]

김태리 주연 우주 SF '승리호'. [사진 넷플릭스]

유해진은 업동이 모션캡처를 위해 자신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는 센서가 부착된 특수 의상, 그 위에 후반 CG를 위한 푸른색 의상을 겹쳐 입고 매 촬영 복잡한 절차를 거쳤지만 “따로 참고한 것 없이 그냥 부딪혀봤다”고 했다. “업동이는 로봇이지만 허트(심장)를 갖고 있는 그런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며 “저마다 걸음걸이가 있어서 뒷모습만 봐도 아 저거 누구겠구나, 느껴지는데 영화를 보면 저다운 몸짓도 보인다”고 웃었다. “연기하며 어떻게 보일까, 궁금했죠. 저도 새로운 경험이었지만 같이한 분들도 되게 고생했어요. 저 없이 한 번 찍고, 저 있을 때도 한 번 찍고, 기술적인 절차가 있었죠.”

英배우 리처드 아미티지 "한국 냉면 여전히 좋아해"

2월 5일 넷플릭스로 공개되는 조성희 감독의 우주SF 블록버스터 '승리호'.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목소리) 등이 출연한다. [사진 넷플릭스]

2월 5일 넷플릭스로 공개되는 조성희 감독의 우주SF 블록버스터 '승리호'.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목소리) 등이 출연한다. [사진 넷플릭스]

최첨단 현장이었지만, 아날로그한 힘겨움도 있었다. 진선규가 연기한 기관사 타이거 박의 작업실인 우주선 엔진실은 실제 항구에 정박한 대형 선박의 엔진실에서 촬영했다. 진선규는 “실제 정박했을 땐 엔진을 돌려놔야 했기 때문에 스태프, 감독님 전부 다 소리가 안 들릴 정도였다. 이때쯤 액션 했겠지, 컷 했겠지 하며 연기했다”고 곱씹었다.
극중 우주 도시 UTS의 설립자 설리반 역의 할리우드 배우 리처드 아미티지(‘호빗’ ‘퍼스트 어벤져’)는 영국에서 영상을 통해 “한국 영화계가 아주 자랑스러워할 영화에 함께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냉면은 여전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란 안부 인사도 건넸다. “물냉면을 식초 조금 타서 (먹으라고) 가르쳐 드렸더니 너무 맛있게 드시더라고요.” 송중기가 웃으며 돌이켰다.

송중기 "자포자기한 태호, 당시 내 마음상태와 비슷"

그에게 이번 영화는 더욱 각별한 의미였다. ‘늑대소년’에서 무려 늑대인간 연기에 도전해 흥행까지 성공한 조 감독과의 재회였던데다, 극 중 태호 캐릭터에 심리적 공감대도 컸기 때문이다. 그는 “시나리오 보고 태호에게 가장 먼저 ‘자포자기’란 단어가 떠올랐다”면서 “뭔가 정체돼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촬영할 때 실제 송중기란 사람의 마음상태와 비슷했다. 태호가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승리호’) 동료들을 만나면서 뭔가 더 삶에 끈을 부여잡을 것 같은 용기와 의지를 조금씩 얻게 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했다.

영화 ‘승리호’ 스틸. [사진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스틸. [사진 넷플릭스]

한국영화의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은 ‘승리호’는 지난해 여름 극장 개봉하려다 코로나19로 인해 추석으로 연기했다가 결국 온라인 스트리밍(OTT) 넷플릭스를 통해 출시하게 됐다. 조성희 감독은 “아쉬움보단 설레는 마음, 감사한 마음뿐”이라며 “많은 나라에서 보게 된 만큼 한국에서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구나 전 세계 관객들이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김태리는 “집에서 보실 때 사운드를 많이 키워서 영화관처럼 보시면 훨씬 실감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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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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