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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화웨이와 견주던 中기업, 상폐 위기 몰린 결정적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00년 초반, 2G·3G 시대에 화웨이, 중싱(ZTE)과 함께 '거대중화(巨大中華)'라고 불린 기업이 있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의 최대 주주이자 중국 정부 산하의 국영기업인 “다탕전신(大唐電信)”이다.

ⓒchina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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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다탕전신은 3G 표준 'TD-SCDMA'에 대한 지식 재산권을 보유했다. 이는 중국 3G 통신 산업 정책의 비장 카드였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세계 최초로 TD-SCDMA 휴대폰 개발에 성공하였으며 초고속 무선통신망 접속 분야의 사업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5G 시대에 접어든 지금, 화웨이와 ZTE는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다탕전신은 홀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china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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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탕전신이 최근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2020년 상장사 주주 귀속 순이익은 약 12억 5천만~15억 위안(약 2천154억~2천585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계 감사를 거친 후에도 주주 귀속 순 자산이 적자를 기록할 경우 다탕전신은 상장폐지 위험 경고 조치를 받게 된다. 올해 플러스 전환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탕전신은 결국 상장 폐지된다는 말이다.

잘나가던 다탕은 왜 내리막길을 걷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핵심 사업의 부재"가 그 이유라고 말한다.

1998년 상하이거래소에 상장한 다탕전신은 중국 당국의 반도체 육성 정책에 힘입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11억 4800만 위안(1880억 원)에 달하는 국가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매출 10% 이상을 늘리며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중국금융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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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탕은 오로지 3g 이동통신망 사업에 주력했다. 모바일 인터넷 사업에 힘을 실었고 콘텐츠 제휴에 따른 부가 가치 사업에 전념했다. 갑자기 교육 분야로 눈을 돌리기도 했다.

그렇게 4G 시대가 도래했고, 3G망의 과도한 투자로 큰 손실을 보게 된 다탕전신은 동종업계 사이에서 뒤처졌다. 당기순이익은 매년 3억 위안을 넘지 못할 정도로 저조했다.

결국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2016년, 다탕전신은 사업 구조 전환을 시도했다. '집적회로+' 산업에 중점을 두고 단말기 설계, 소프트웨어 및 응용, 모바일 인터넷 부문에 대한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정리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2017년에는 매출 감소 폭과 순이익 적자가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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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엔 흑자 전환에 총력을 기울였다. 상장 유지를 위해 상하이 리커신(立可芯) 반도체 과학기술유한공사의 전체 지분을 링성(瓴盛)과학기술유한공사에 출자했으며 베이징과학연구센터 부동산을 처분했다. 덕분에 순이익이 플러스로 돌아설 수 있었고 간신히 적자를 모면했다.

그러나 자산 처분은 장기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 되지 못했다. 당시 다탕전신의 비즈니스는 타깃 시장이 분산되었을 뿐 아니라 규모가 작으며 일부는 경쟁우위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결국 다탕전신의 2019년 매출은 회사 상장 초기 수준인 14억 3천만 위안(2천463억 원)으로 하락했고, 그때야 배터리 관리칩과 자동차 전자칩 2개 분야에 집중했다.

ⓒ중국금융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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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두 가지 칩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배터리 관리 칩셋을 개발하는 다탕NPX는 국내외 신에너지차, 연료전지, 산업용 에너지 저장 배터리 제조업체 등이 잠재 고객이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아직 연구 개발 및 육성 단계로 단기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전자칩을 주력 제품으로 하는 장쑤안팡(江蘇安防)은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 투입 규모는 큰 반면  자산 부채율이 높아 사업 발전에 한계가 있다.

다탕전신은 건물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산하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상하이시 푸둥(浦東)신구의 부동산으로, 양도 가격은 5억 6천800만 위안(978억 원)이다.

ⓒchina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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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탕전신은 2020년 실적 부진에 대한 원인으로 심각한 경영 환경을 꼽았다. 마진이 적은 사업을 매각하는 동안에도 주력 사업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으며 매출도 예년보다 한층 더 하락했다.

이에 비해 경영 비용은 여전히 많이 들어 모든 비용을 충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결국 상장 폐지 위기의 길을 걷고 있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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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업계의 전문가는 "다탕전신의 실적 부진을 개별 회사 문제로 축소 해석할 수 있지만 사실 중국 반도체 업계 생태계가 아직 불안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나날이 급증하는 반도체 수입량을 줄이고, 반도체 국산화에 속도를 내는 중국 당국이 단기간 무리하게 반도체 기업 육성에 나서면서 다탕전신과 같이 자금난에 빠진 기업이 늘어났다는 지적이다.

기업에 가장 위험한 사안은 "핵심 경쟁력 부재"다. 이렇다 할 핵심 기술이 없는 대탕전신이 상장 폐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화웨이와 ZET 간의 5G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김은수 에디터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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