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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베테랑 앵커가 28살 백악관 팀장에 던진 충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CNN 백악관 출입 팀장을 맡게 된 케이틀린 콜린스 기자 [CNN]

CNN 백악관 출입 팀장을 맡게 된 케이틀린 콜린스 기자 [CNN]

지난달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취임하던 날, 백악관에선 취임을 축하받은 또 다른 이가 있었다.

CNN의 백악관 출입팀장으로 승진한 케이틀린 콜린스 기자가 주인공이다. 우리로 따지면 언론사의 청와대 반장 정도 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올해 28세의 콜린스는 다른 온라인 매체에서 일하다 4년 전 CNN에 합류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을 출입하면서 케일리 매커내니 대변인과 치열하게 설전을 벌이는 장면은 인터넷에서 항상 화제가 됐다.

날 선 질문을 잇달아 던지다 출입정지를 당하기도 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계속 무시하며 기자회견을 서둘러 끝내려 하자 끝까지 따라가며 질문을 던지는 모습이 화면에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케이틀린 콜린스 기자가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으로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고 브리핑장을 떠나버렸다. [CNN 캡처]

지난해 7월 케이틀린 콜린스 기자가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으로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고 브리핑장을 떠나버렸다. [CNN 캡처]

미국에서도 대선이 끝나면 보통 승리한 후보를 취재하던 기자가 백악관 출입을 하게 된다. CNN 역시 바이든 캠프가 있는 델라웨어 윌밍턴에 상주했던 기자들이 대부분 백악관 출입기자가 됐다. 그런데 선거 기간 트럼프 후보를 전담 마크했던 콜린스는 계속 백악관에 남으면서 오히려 팀장까지 맡게 된 것이다.

이날 방송에선 1980년대, 90년대 백악관을 출입했던, 앵커 선배들이 나와 그를 축하했다. 그중 한 명인 존 킹은 이런 경고 섞인 덕담을 건넸다.

"많은 사람이 우리를 보고 있다. 특히 트럼프 지지자들도 보고 있다. 우리는 이 정부를 잘 감시해야 하고 거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바이든)를 압박할 필요가 있다. 오늘 취임한 그와 새로운 관계가 설정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CNN이 트럼프에 비판적인 입장이었다고 해서 바이든을 비판해선 안 되는 게 아니다.

지난달 20일 백악관 출입 팀장으로 승진한 케이틀린 콜린스(왼쪽) 기자에게 앞서 백악관을 출입했던 선배인 울프 블리처와 존 킹 앵커가 축하인사를 건네고 있다. [CNN 캡처]

지난달 20일 백악관 출입 팀장으로 승진한 케이틀린 콜린스(왼쪽) 기자에게 앞서 백악관을 출입했던 선배인 울프 블리처와 존 킹 앵커가 축하인사를 건네고 있다. [CNN 캡처]

한때 케이블뉴스 채널 중 시청률이 3위까지 떨어져 트럼프의 놀림감이 됐던 CNN은 이번 대선·취임식을 거치면서 정말 오랜만에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특히 지난달 6일 의사당 폭동 때는 CNN 개국 이래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반면 21세기 들어 1위 자리를 한 번도 내준 적 없던 폭스뉴스는 보수 시청자들이 떠나면서 3위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콜린스가 킹 선배의 조언대로 바이든 지지자들이 불편해할 수 있는 보도를 적극적으로 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정말로 바이든 행정부가 잘되길 바라는 정치인과 지지자들이라면 언론이 맹목적으로 편들어주기보단 감시의 제 기능을 다 하길 바랄 거라고 본다. 비판 기사가 나올 때마다 매번 어떤 의도가 있다거나 음모라고 해석하며 물타기 하지 않고 말이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