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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고령자에게 ‘아스트라 백신’ 논란…안전이 최우선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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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영국의 한 간호사가 아스트라 제네카 백신 접종을 준비하는 모습.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아스트라 백신의 효과성을 놓고 유럽에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문단 회의에서도 찬반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EPA 뉴시스]

영국의 한 간호사가 아스트라 제네카 백신 접종을 준비하는 모습.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아스트라 백신의 효과성을 놓고 유럽에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문단 회의에서도 찬반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EPA 뉴시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이하 아스트라)가 생산한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성 검증을 위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문단 회의 결과가 어제 공개됐지만 찬반 논란에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식약처 자문단 안전성·효과성 놓고 이견 #다양한 비판 경청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65세 이상 고령층에게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고령층 백신 무용론’에 대해 자문단의 다수 전문가는 만 65세 이상을 포함한 전체 대상자에게서 예방 효과가 확인됐다는 이유를 들어 아스트라 백신을 65세 이상에게도 접종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에 일부 전문가는 여전히 임상 등 추가 결과를 확인한 뒤 식약처 허가사항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위험군인 고령자에 대한 임상 자료가 부족해 예방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식약처 자문단 회의를 통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안전성과 효과성에 대해 여전히 상당한 이견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무시할 일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 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18세 이상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아스트라 백신 사용을 권고했지만, 유럽 국가들에서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탈리아 의약청(AIFA)은 55세 이상은 효능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가능하면 54세까지의 성인에게 우선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독일 예방접종위원회는 18∼64세에게만 접종하라고 권고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65세 이상에게는 무효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국보다 앞서 백신을 접종한 이들 국가의 경험과 판단을 충분히 참고해야 한다. 백신은 접종 속도가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다. 안전성에 논란이 생기면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그러면 접종 기피자가 늘게 된다. 급기야 일정 시점까지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설정한 정부의 접종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번 자문단 회의는 식약처가 코로나19 백신의 객관적인 허가 심사를 위해 마련한 세 단계 절차 중 첫 번째다. 이번 의견이 곧 접종 범위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오는 4일 열리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와 그 이후에 있을 최종점검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식약처는 미리 어떤 방향으로 결론을 내지 말고 다양한 전문가의 비판적 의견을 두루 수렴해야 한다.

차제에 백신 접종 우선순위를 탄력적으로 재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길 바란다. 모든 나라가 고령자를 우선해 접종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참고할 만하다. 활동성이 높은 2030세대에게 아스트라 백신을 접종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접종을 서둘러 11월 말 이전에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질병관리청의 목표도 중요하지만, 일정을 기계적으로 맞추려다 백신의 안전성을 소홀히 취급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백신 행정은 국민이 안심하고 접종할 수 있도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신중하게 결정해 신뢰를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