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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성전환 군인 변희수, 전역처분 취소하라"…육군 "적법했다"

중앙일보

입력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육군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지난해 1월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군인권센터에서 군의 전역 결정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육군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지난해 1월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군인권센터에서 군의 전역 결정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국가인권위원회가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희수(사진·23) 전 육군 하사의 강제 전역 처분이 부당하다며 육군참모총장에게 처분 취소를 권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인권위와 군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14일 전원위를 통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받은 변 하사에 대한 육군의 강제 전역 처분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육군참모총장에 전역 처분을 취소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또 국방부 장관에게는 같은 피해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육군의 결정은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며 "육군이 명확한 법률적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성전환 수술을 '심신장애' 요건으로 해석해 피해자를 전역 처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 전 하사의 건강 상태가 '현역으로 복무하기 적합하지 아니한 경우'라고 볼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변 전 하사는 군 복무 중 자신의 성 정체성이 여성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심리 상담과 호르몬 치료를 받다가 지난 2019년 연말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그는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꿈이었다며 군에서 계속 복무하기를 희망했으나, 군은 변 전 하사에게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작년 1월 22일 강제 전역을 결정했다.

이에 변 전 하사는 전역 심사를 이틀 앞둔 작년 1월 20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고 부당한 전역 심사 중지를 요청하는 긴급구제 신청도 함께 제기했다. 인권위는 이튿날인 21일 긴급구제 결정을 내리고 육군본부에 전역 심사위원회 개최를 3개월 연기할 것을 권고했으나, 육군은 전역 심사를 강행했다.

성전환 수술을 받고 강제 전역 판정을 받은 변희수 전 육군 하사. 뉴스1

성전환 수술을 받고 강제 전역 판정을 받은 변희수 전 육군 하사. 뉴스1

군인권센터는 인권위의 이번 권고에 대해 "인권위의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며 "국방부는 지금이라도 권고를 수용해 부끄러운 과오를 씻기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육군 측은 "인권위의 판단 및 권고의 취지는 존중하나, 변 전 하사에 대한 전역 처분은 관련 법규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적법한 행정 처분"이라며 "현재 해당 건에 대한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변 전 하사 측은 지난해 7월 육군본부에 전역 처분을 다시 심사해달라며 제기한 인사소청이 기각되자 같은 해 8월 대전지법에 전역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냈으며, 현재 소송 절차가 진행 중이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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