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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울고 웃으며 본 그 만화, 마감 전쟁·편집 전투 거쳐 나왔죠

중앙일보

입력

지금까지 살면서 만화를 한 번도 보지 않은 친구, 혹시 있나요. 딱딱한 내용도 말랑말랑하게 풀어주는 학습만화부터 각종 장르 만화에 이르기까지, 글과 그림을 모두 동원해 흥미를 돋우는 만화는 우리 곁에 늘 함께하고 있죠. 만화는 어떻게 만들어져 우리에게 감동을 전할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만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글=김현정 기자 hyeon7@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윤하(경기도 매봉초 6)·유아라(서울 잠신초 5)·조혜원(서울 성내초 4) 학생기자

만화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만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다

일반적으로 스토리를 담은 글과 그림의 연속적인 조합으로 나타나는 만화는 글·그림 복합 미디어라는 특성을 가지고 많은 이들을 끌어들이죠. 그림이라는 시각 예술과 글이 합쳐져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만화. 2020 만화 산업백서에 따르면 만 10~59세 이하 국민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최근 1년 만화 콘텐트 이용 빈도는 ‘일주일에 1~2번’이 23.0%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거의 매일(19.9%)’, ‘1개월에 2~3번(16.4%)’ ‘일주일에 3~4번(15.2%)’ 등의 순이었죠. 전체 응답자의 58.1%가 일주일에 1번 이상 만화를 이용한 겁니다.
소년중앙 독자라면 최근 연재가 끝난 ‘쿡스토리아’, 그 후속작인 ‘지금 만나러 간다냥’ 등 최소 매주 1번은 만화를 볼 텐데요. 앞서 말한 설문에서 만 10~14세의 경우 44.5%가, 만 15~19세는 50.2%가 일주일에 1번 이상 만화를 접하고 있었어요. 만화 행태별로는 68.6%가 디지털만화만, 27.0%는 디지털·종이만화 모두 봤으며 4.4%가 종이만화만 이용했죠. 연령별로 만 15~19세(73.8%)에서는 디지털만화만 이용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만 10~14세(7.7%)에서 종이만화만 이용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어요.

소년중앙에 연재한 최신오 작가의 ‘쿡스토리아’를 통해 만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본 소중 학생기자단. 왼쪽부터 유아라·조혜원 학생기자, 최신오 작가, 김윤하 학생기자.

소년중앙에 연재한 최신오 작가의 ‘쿡스토리아’를 통해 만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본 소중 학생기자단. 왼쪽부터 유아라·조혜원 학생기자, 최신오 작가, 김윤하 학생기자.

매체로서 만화는 보통 ‘창작→제작→유통→소비’의 구조를 갖습니다. 창작은 작가, 제작은 출판사, 유통은 유통사, 소비는 독자의 구조로 이뤄지죠. 이와 같은 전통적인 만화 콘텐트 공급 사슬은 작가와 매체의 협업으로 진행되며, 매체를 통해 작품과 독자가 간접적으로 연결됩니다. 최신오 작가의 ‘쿡스토리아’가 소년중앙이란 매체를 통해 독자 여러분과 만난 것처럼요.

만화가 최신오를 만나다

105회로 막을 내린 ‘쿡스토리아’를 재밌게 본 김윤하·유아라·조혜원 학생기자가 만화가 최신오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출동했습니다. ‘쿡스토리아’는 2018년 11월 5일자 소년중앙 267호부터 2020년 12월 28일자 371호까지 연재됐죠. 유서 깊은 한식집 아들 강수빈이 주인공인데요. 요리 공부보다 요리 게임을 더 좋아하는 수빈이가 게임 ‘요리 마왕’ 속 요정들과 함께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의 기원을 찾아가는 내용이에요. 서울 마포구에 있는 만화살롱 유어마나에서 최신오 만화가를 만난 세 학생기자는 상기된 얼굴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진지한 분위기로 인터뷰에 임했습니다.

소년중앙 연재만화 '쿡스토리아' 주인공 수빈이와 요정들.

소년중앙 연재만화 '쿡스토리아' 주인공 수빈이와 요정들.

윤하: 얼마 전 완결한 ‘쿡스토리아’를 재밌게 봤습니다. 이 작품을 그리게 된 계기와 음식을 소재로 정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우리는 매일 3끼씩 챙겨 먹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음식이 있고, 유행하는 먹방처럼 먹는 얘기도 많죠. 근데 보통 누군가 해주는 음식을 먹기만 하지 큰 의미를 두진 않아요. 문득 맛있는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는 무엇인지, 그 재료들은 어디서 태어났으며, 역사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졌죠. 그런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탄생한 것이 ‘쿡스토리아’입니다.

혜원: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를 어떻게 찾고, 또 어떻게 만화와 연결시키는지요.
-만화는 소재도 다양하고 장르도 많은데요. 저는 처음부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만화를 그렸고, 지금도 어린이 만화에 집중해요. 그래서 어린이에게 꿈과 사랑과 모험을 보여줄 수 있는 소재를 찾고 그 방향으로 작품을 만들죠. 어떻게 하면 작품을 통해 만나는 어린이 독자 여러분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늘 고민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만화살롱 유어마나에서 만화가 최신오(가운데)를 인터뷰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만화살롱 유어마나에서 만화가 최신오(가운데)를 인터뷰했다.

아라: 중1 때부터 만화 수업을 받으셨다고 알고 있는데, 어릴 때부터 만화가가 되고 싶었던 계기가 있나요.
-제가 어릴 적 서울 시내엔 전차가 다니고, 책이 무척 귀했어요. 지금처럼 지역마다 도서관이 있지도 않았죠. 초등학교 4학년 때 사촌 형이 처음으로 만화책을 보여줬는데, 보는 순간 판타지 세상에 들어간 듯했어요. 너무 재밌어서 그때부터 동네 만화가게에서 만화책을 빌려 보고 따라 그리기도 했죠. 6학년 때 당시 유명했던 만화가 유세종·신현성 선생님의 그림을 그려 독자만화로 보낸 게 뽑혀 제 그림이 그 분들의 만화책 뒤에 실리기도 했답니다. 중1이 되며 만화를 배우고 싶었는데 마침 가까운 동네에 만화가 몇 분(강철수·한희작·이향원 등)이 하숙하는 사실을 알아냈죠. 무작정 찾아가서 만화를 배우게 되었답니다. 지금은 컴퓨터로 그리지만 그땐 먹을 직접 갈아서 썼는데, 먹 가는 것부터 시작했죠. 그러면서 어깨 너머로 조금씩 배운 거예요.

혜원: 어떻게 프로 만화가로 등단하셨나요. 가명을 쓰시는 이유도 궁금해요.
-만화 작업은 스토리를 쓰고, 데생을 하고, 정밀하게 그린 뒤 식자·수정 과정을 거치는데요. 군대 가기 전까지 데생 어시스턴트랄까 그런 일을 계속했어요. 군대서도 틈틈이 그림을 그리다 제대 후 친구들과 사무실을 얻어 본격적으로 데뷔를 준비했죠. 완성한 작품을 들고 출판사를 찾아다니고 하다 1978년 ‘쭈쭈와 뽀뽀’가 데뷔작이 되었습니다. 본명은 ‘최효식’인데, 사람들이 호석이, 효석이, 효셉이 등으로 잘못 부르는 일이 많아서 필명을 쓰기로 했죠. 이름이 너무 어려우면 사람들이 기억하기 힘드니까요. 처음엔 최신간, 최신호 이런 걸 생각했다가 잡지랑 헷갈리지 않고 부르기 쉽게 ‘최신오’가 되었답니다.

최신오 작가가 ‘쿡스토리아’ 1회 원고를 통해 스케치부터 완성까지 만화를 그리는 과정을 설명했다.

최신오 작가가 ‘쿡스토리아’ 1회 원고를 통해 스케치부터 완성까지 만화를 그리는 과정을 설명했다.

윤하: 만화가라는 직업의 장점과 단점을 꼽아주신다면.
-저는 만화가가 되기 전에도 설레고, 되고 나서도 좋았어요. 창작이란 게 다 고난의 길이긴 한데, 좋아서 하니까 그것도 즐거워요. 규칙적으로 출퇴근하지 않아도 되고, 언제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것도 장점이죠. 단점은 일단 연재가 시작되면 엉덩이에 종기가 날 정도로 의자에 붙어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소년중앙 같은 주간지는 매주 마감이 있고, 마감은 소년중앙과 독자, 출판사와의 약속이죠. 절대 펑크가 나지 않게 미리 해놓기도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쫓기게 되거든요. 연재가 끝날 때까지 자유는 없다시피 하고 때로는 피가 마르는 마감과의 전쟁을 치르지만, 작품이 완결되면 뿌듯합니다.

아라: 만화가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재능이 있을까요.
-만화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글과 그림이 합쳐져 만들어지는 예술입니다. 책 읽기를 즐기고 글쓰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만화가가 될 가능성은 있다고 봐요. 그림을 조금 못 그려도 스토리를 잘 쓰면 되고, 혹은 잘하는 사람과 같이하면 되죠. 글 작가, 그림 작가 분업하는 경우도 많아요. 다만 글과 그림에 대해 다 알고는 있어야 하죠.

윤하: ’쿡스토리아‘ 등 만화 작업하시면서 가장 힘든 점은 뭔가요.
-만화 작업에서 가장 힘든 건 역시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만화는 컷으로 시작해 컷으로 끝나는데, 각각의 컷에 어떤 걸 넣고 어떻게 연결해 내용을 전개할지 늘 고민하죠. 어떤 컷에서 끊느냐에 따라 독자가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기도 하고, 지루해할 수도 있어요. 옥구슬(소재)이 널려있고, 좋은 걸 잡았어도 잘 꿰어야(연출) 빛이 나는 거죠. 그게 가장 중요하고 매번 가장 힘들어요.

흑백으로 그렸던 옛 원고와 컬러 페이지로 나온 만화책을 비교 설명하는 최신오 작가.

흑백으로 그렸던 옛 원고와 컬러 페이지로 나온 만화책을 비교 설명하는 최신오 작가.

아라: 지금까지 많든 수많은 작품 중 가장 의미가 있거나 마음에 든 작품을 고르신다면.
-제 만화 중에 가장 의미가 있었던 작품은 일제강점기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70년 동안의 악몽’과 세월호를 소재로 한 ‘나비가 되어’예요. 마음 아프면서도 보람찬 작업이었죠. ‘70년 동안의 악몽’은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 전시하고, 국내에서도 순회 전시를 했어요. 현재는 네이버 ‘한국만화거장전’으로 볼 수 있죠. 독자들이 많이 아는 대표작이라면 ‘원시소년 토시’ ‘왕돌’ ‘별의 전설’ ‘붕어빵’ ‘영산강 아이들’ 등이 있습니다. 그중 ‘원시소년 토시’는 1993년 게임화했죠. 우리나라 PC게임 사상 최초 만화 원작 게임입니다. 개인적으로 ‘별의 전설’은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으면 해요.

혜원: 자신만의 만화 작업 규칙이나 노하우가 있다면 귀띔해주세요.
-대학에서 강의할 때 만화애니메이션학과 학생들에게도 했던 이야기인데요. 일단 소재와 장르를 정합니다. 둘 중 하나는 먼저 정해야 해요. 이후 구체적인 스토리를 쓰기 전에 캐릭터 설정을 먼저 합니다. 예를 들어 미스터리 탐정물을 할 거라면 주인공 탐정부터 조수·범죄자·경찰 등 주요 인물이 5~10명은 나와요. 이들이 각각 몇 살이고 성격은 소심한지 대범한지, 키는 몇 cm인지, 무슨 옷을 주로 입는지까지 세세하게 정하고 나면 어디에 어떻게 넣으면 되겠다는 게 보여 편하게 스토리를 풀 수 있어요. 모든 이야기는 인물들이 끌고 가니까요.

소년중앙에 '쿡스토리아'를 연재한 최신오 작가를 만나 만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본 소중 학생기자단. 왼쪽부터 유아라 학생기자, 최신오 작가, 김윤하·조혜원 학생기자.

소년중앙에 '쿡스토리아'를 연재한 최신오 작가를 만나 만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본 소중 학생기자단. 왼쪽부터 유아라 학생기자, 최신오 작가, 김윤하·조혜원 학생기자.

아라: 언제까지 만화가로 활동하실 예정인가요.
-만화는 시각 매체죠. 시력이 남아있고 그림 그리는 손가락이 고장 나기 전까지는 활동할 예정입니다.

윤하: 만화를 그리면서 가장 행복하거나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연재한 작품이 책으로 출간됐을 때와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어줄 때입니다. 자기 이름 석 자가 쓰인 책을 보면 힘들었던 게 한순간에 사라지죠. 예전 만화잡지에선 엽서로 독자 의견을 받고 순위도 매겼는데요. 그걸 보며 인기도 측정하고 독자가 직접 쓴 재밌다는 말을 보며 행복했었죠.

아라: 만화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나 조언 한마디 부탁드려요.
-많이 읽고, 많이 그리세요. 그리고 상상하는 모든 것을 기록하고 표현하는 습관을 갖기를 바랍니다. 글쓰기가 어렵다면 일단 일기를 쓰세요. 일상에서 겪은 일, 어떤 의문을 가졌을 때 등을 육하원칙에 맞춰 적어보세요. 저도 20년 넘게 일기를 쓰고 있어요. 바쁘면 가끔 몰아쓰기도 하지만요. (혜원·아라:저도 그래요) 지난밤 꾼 재밌는 꿈은 물론 온갖 것들을 다 상상하고 떠오른 것, 본 것을 다 쓰세요. 많이 읽고 기록한 것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죠. 그리고 틈틈이 크로키(연필로 빠르게 데생하는 것)하며 관찰력을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맨날 보는 엄마도 막상 그리라고 하면 잘 못해요. 늘 수첩 가지고 다니며 기록하고 그리는 연습하며 손에 익어야 손이 안 굳죠. 참, 훗날 참고할 수 있게 날짜도 적으세요. 1년 후 그때 그 그림을 보면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 드러납니다.

90년대 초 소년중앙에 ‘귀신아 귀신아’를 연재했던 최신오 작가 인터뷰가 실린 당시 소년중앙 지면.

90년대 초 소년중앙에 ‘귀신아 귀신아’를 연재했던 최신오 작가 인터뷰가 실린 당시 소년중앙 지면.

최신오 작가는 이날 30년 전 소년중앙에 연재했던 ‘귀신아 귀신아’(1991) 이야기를 들려주며 당시 인터뷰 페이지를 보여줬어요. 세 학생기자의 눈이 동그래졌죠. 그때 소년중앙을 보던 독자들이 어른이 되어 자녀에게 소년중앙을 권하게 된 지금. 최신오 작가는 “30년 전 ‘귀신아 귀신아’를 보던 독자님들이 부모가 되고, 그 자녀들이 또 다시 제 독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남다르다”며 “앞으로도 어린이를 위해 더 좋은 작품을 그리도록 노력하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만화 전문 출판사 거북이북스에 가다

인터뷰 중 최신오 작가는 선호하는 출판사로 거북이북스를 꼽았는데요. 거북이북스는 만화 전문으로 시작해 그림책·창작동화 등을 함께 펴내는 출판사예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거북이북스의 오원영 편집팀장을 만나 만화 편집자와 출판사의 역할에 대해 알아봤죠. 만화 편집자라는 직업 자체가 생소한 학생기자단의 첫 질문은 편집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였습니다. 오 팀장은 “거북이북스에선 아침에 각자 업무 우선 순위를 작성해 공유하고, 퇴근할 때 진행한 사항을 정리해 공유한다”며 말문을 열었죠. 작가와의 주요 소통 창구인 e메일 확인으로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고, 추가 논의가 필요하면 전화나 미팅도 합니다. 주요 업무인 원고를 보는 것 외에도 자료 조사, 홍보용 자료 작성 등을 하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오원영 거북이북스 편집팀장(왼쪽에서 둘째)을 인터뷰하며 만화가가 그린 원고를 책으로 만드는 편집자의 역할에 대해 알아봤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오원영 거북이북스 편집팀장(왼쪽에서 둘째)을 인터뷰하며 만화가가 그린 원고를 책으로 만드는 편집자의 역할에 대해 알아봤다.

아라 학생기자가 “하나의 작품은 한 사람의 편집자가 작업하는지” 묻자, 오 팀장은 출판사마다 다르다고 답했어요. “팀을 이뤄 한 작품을 협업하기도 하고, 한 명이 책임편집하기도 해요. 저희는 편집자 한 명이 한 작품을 담당하는 책임편집을 합니다. 이상적인 작업 방식은 책임편집을 하되, 다른 편집자가 크로스 체크하는 거죠. 서로 다른 부분을 봐줄 수 있어 오류를 줄일 수 있어요.”

그렇다면 만화책 한 권 편집에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윤하 학생기자가 만화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궁금해했죠. “편집 시간은 책마다 달라요. 보통 2~3개월 정도 걸리는데 텍스트가 많거나 손이 많이 가는 작품은 기간이 늘죠.” 생각보다 긴 시간에 학생기자단이 놀랐어요. 앞서 만화는 ‘창작→제작→유통→소비’의 구조를 갖는다고 했듯 만화책을 만들려면 작가 섭외가 먼저입니다. 원고가 완성되면 편집회의를 통해 책 판형·종이·부수 등을 논의하죠. 방향이 정해지면 본격적인 편집 작업에 들어갑니다. 디자이너가 컷을 배치하고 서체를 설정하는 등 페이지를 디자인해 책의 형태를 만들면 편집자가 내용을 만져요. 오타 수정, 문맥을 다듬는 것뿐 아니라, 내용이나 그림 오류 등을 확인해 고치는 교정 작업이죠. 전부 마무리하면 인쇄소로 보내 출력하고 제본소에서 엮으면 우리가 아는 책 형태로 완성돼요. 이후 물류 창고로 보내진 뒤 서점으로 출고됩니다.

만화 원고의 오류를 잡아내는 것은 편집자의 임무 중 하나다.

만화 원고의 오류를 잡아내는 것은 편집자의 임무 중 하나다.

마침 작업을 마친 교정지가 있어 잠깐 살펴볼 수 있었어요. “보통 교정 작업은 3번 정도 하는데, 이건 최종 수정 교정지라 아마 생각보다 수정할 부분이 많지 않을 거예요.” 한 장 한 장 넘기며 빨강·파랑 펜으로 체크한 부분을 확인했죠. 또 책 모양으로 재단하기 전 원고도 볼 수 있었습니다. 강인선 거북이북스 대표가 거대한 종이 뭉치를 꺼내오자 학생기자단의 눈도 한껏 커졌죠. 여러 페이지가 한 장에 빼곡한 모습에 “신기하다”는 말이 되풀이됐어요. 이 원고가 어떻게 출간됐는지 실제 책에서 그 페이지를 찾아보기도 했죠.

“만화책과 일반 책 편집은 뭐가 다른가요” 혜원 학생기자의 질문에 오 팀장은 “본질적인 건 크게 다르지 않다”며 “만화책은 그림이 주가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일 것 같네요. 작가가 의도하는 대로 독자가 따라올 수 있게 컷이 배치됐는지, 대사의 가독성이 좋은지 등을 특히 주의 깊게 보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어요.

거북이북스 편집팀이 일본 만화 ‘보노보노’를 한국어로 번역한 대사·효과음 등을 작업하는 모습.

거북이북스 편집팀이 일본 만화 ‘보노보노’를 한국어로 번역한 대사·효과음 등을 작업하는 모습.

이어 아라 학생기자가 “웹툰도 종이책으로 나오던데, 종이책으로 나오는 만화와 디지털 만화의 편집 방식은 어떻게 다른지” 물었죠. “디지털 만화는 스크롤 형식이라 지면의 제약이 있는 종이책보다 훨씬 자유로운 편”이라고 말한 오 팀장은 “웹툰은 한 컷을 길게 늘여 강조하거나 여백을 활용해 긴장감을 줄 수도 있는 반면 종이책은 정해진 판형·페이지 안에 컷들을 배치해야 해 컷 크기나 글자 크기가 제한적이라 가독성에 신경 써야 한다”고 설명했죠.

혜원 학생기자는 만화 편집자가 갖춰야 할 능력을 궁금해했습니다. “일단 만화에 관심이 많아야겠죠? 만화를 좋아하면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거예요. 좋아하는 작가를 직접 만날 수도 있고, 수많은 작품을 먼저 경험할 수 있거든요. 만화를 떠나 편집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 소통 능력 같아요. 책 한 권이 만들어지기까지 작가·디자이너·번역가 등 많은 사람의 협업이 필요합니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소통을 잘한다면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만화 전문 출판사 거북이북스를 찾은 소중 학생기자단이 책 홍보 페이지를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만화 전문 출판사 거북이북스를 찾은 소중 학생기자단이 책 홍보 페이지를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만화를 좋아하지만 만화가가 되고 싶진 않다면 눈여겨볼 직업 같다고 생각한 윤하 학생기자가 편집자라는 직업의 장·단점을 꼽아달라고 했죠. 오 팀장은 작업하는 모든 책의 첫 번째 독자가 된다는 걸 장점이라고 했어요. “날것의 원고를 가장 먼저 보고, 가능성을 발견해 번듯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냈을 때 뿌듯함도 있죠. 단점이라면 반복되는 일상이랄까요. 거북이북스는 연간 30~40종의 책을 내요. 그만큼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거죠. 그래도 책마다 성격이 다르고, 특징이 달라 작업 자체는 재미있어요.”

그중에서도 어린이 독자 타깃 만화의 경우, 예전에는 명랑만화라는 순수 어린이 장르가 있었지만 요즘은 웹툰 등 재미 위주로 얼마든지 접할 수 있어 명확한 구분이 없어진 상황이라는 설명입니다. “종이책은 주로 학부모들이 구매해 학습만화 위주로 출간해요. 게임 캐릭터를 활용한 『테일즈런너 킹왕짱』 시리즈를 영어·수학·과학·역사 총 82종 펴냈죠. 만화와 동화를 결합한 만동화 『우당탕탕 동물 병원』 『작가클럽』 같은 책도 만들었고요. 또 소년중앙과 협업한 최신오 작가님의 ‘쿡스토리아’처럼 신문 지면에 연재도 합니다.”

인터뷰를 마친 소중 학생기자단이 오 팀장이 편집한 『냐한 남자』와 최신오 작가의 『영산강 아이들』 만화책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인터뷰를 마친 소중 학생기자단이 오 팀장이 편집한 『냐한 남자』와 최신오 작가의 『영산강 아이들』 만화책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다양한 책 제목이 나오자 아라 학생기자가 작업한 책 중 가장 편집이 마음에 든 책을 꼽아달라고 청했죠. 오 팀장은 『냐한 남자』를 소개했어요.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인 작품인데, 워낙 독특한 콘셉트라 연재 초반부터 계약을 진행했어요. 작년에 1·2권을 출간했고 올 상반기에 3~5권을 내 완결할 예정이죠. 처음엔 4컷 만화 웹툰이라 페이지 구성에 고민이 많았어요. 한 페이지에 4컷만 넣으면 그림은 잘 보이겠지만 책이 너무 두꺼워지고, 8컷을 넣으면 빽빽해서 답답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섞었죠. 대부분 8컷을 배치해 페이지를 줄이되, 4컷을 배치한 쉬어가는 페이지를 곳곳에 넣었어요. 또 웹툰에 없는 보너스 만화를 실었죠. 웹툰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작가와 논의해서 추가했는데, 독자 반응이 매우 좋았어요. 가독성이 좋다는 평도 많아 뿌듯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방문했을 때 거북이북스 편집팀에선 만화책 『보노보노』 작업 중이었는데요. 일본 원작을 번역한 대사·효과음 등을 그림에 어울리게 배치하는 디자이너의 손길에 세 사람의 입에선 연신 감탄사가 나왔죠. 또 출간 예정인 책의 홍보 페이지를 만드는 것도 볼 수 있었어요. 어떤 이미지를 사용하고 어떤 내용을 넣어 더 많은 사람에게 이 책을 알릴까 하는 고뇌가 느껴졌습니다.

만화 전문 출판사 거북이북스를 찾아간 소중 학생기자단.

만화 전문 출판사 거북이북스를 찾아간 소중 학생기자단.

우리가 서점에서 책을 보기까지 출판사의 역할에 대해 오 팀장은 “한마디로 독자들이 원하는 책을 파악해서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책의 기획·제작·홍보·판매 등 전체적인 일을 한다고 정리했죠. “그럼에도 독자들이 잘 몰라서 안타까운 작품이 있어요. 최신오 작가님이 그림을 그린 『영산강 아이들』의 경우 지금 어린이에겐 생소할 수 있는 옛 시골 고향이 배경이에요. 서정적이고 아름다워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뛰어놀 수 없는 지금 이 책을 읽으면 따듯한 위로가 될 것 같아요. 또 저희가 펴낸 책 중에 『곤충대전 벅스벅스』 『크로니클스』 『요리 공주』 『색종이 공주』를 웹툰화해 EBSTOON에 연재하는데요. 여기에 최신오 작가님의 『영산강 아이들』 『별의 전설』도 있으니, 꼭 책이 아니더라도 웹툰으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작가가 아닌 일반인이 작품을 보내도 책을 낼 수 있나요? 한 권의 책에 투자하는 비용도 궁금해요.” 혜원 학생기자의 질문에 오 팀장은 “좋은 콘텐트가 있다면 언제든지 출판사에 투고할 수 있다”며 “저희도 투고받아 원고를 검토하고 피드백한다”고 답했어요. 거북이북스는 만화의 경우 웹툰 단행본을 주로 출간하는데, 각종 플랫폼의 연재 작품을 유심히 보다가 작품성도 있고 흥행 가능성도 보일 때 내부 검토 후 연락해 계약한다고 해요. 책 제작 비용은 천차만별입니다. “판형이나 페이지, 부수에 따라 다른데 보통 500~1000만원 정도 든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한 오 팀장은 “혜원 학생기자가 궁금해한 작가가 내는 비용은 따로 없어요. 작가와 출판사가 계약하면 작가는 원고를 제공하고, 출판사가 도서를 제작해 판매하며 수익의 일부분을 나눠 작가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한다”고 덧붙였죠.

거북이북스는 최근 옛날 순정만화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레트로판 시리즈로 복간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교정지부터 관련 굿즈까지 살피며 출판사가 하는 역할을 알아봤다.

거북이북스는 최근 옛날 순정만화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레트로판 시리즈로 복간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교정지부터 관련 굿즈까지 살피며 출판사가 하는 역할을 알아봤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견학 중 살펴본 건 만화 『아르미안의 네 딸들』 원고였어요. 35년 전 첫 출간된 만화책으로, 최근 거북이북스가 당시 표지로 복간하며 독자 펀딩에 성공했죠. 오 팀장은 “절판 도서라 어느 정도 수요는 있을 거라 보고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게 초판 디자인을 활용해보자고 레트로판 시리즈를 기획했다”며 “이미 여러 번 재출간된 책이라 알라딘 북펀드 1억원 돌파는 정말 예상치 못했다”고 미소 지었죠. “앞으로 레전드 순정만화를 저희 레트로판 시리즈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또 대표님이 개인적으로 출간하고 싶은 옛날 어린이 만화 작품들이 있다고 하셨는데, 독자 수요가 되고 기회가 된다면 작업해보고 싶습니다.”

만화를 좋아하는 세 사람은 책뿐 아니라 관련 굿즈도 살펴보며 즐거워했는데요. 오 팀장은 “굿즈도 보통 출판사에서 기획한다”며 “만화를 좋아하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만화가가 아니더라도 만화 관련 직업이 많다는 걸 알려 주고 싶어요. 그중 만화 편집자는 다양한 만화가를 만나고 함께 책을 완성해간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긴 취재였지만 지치기는커녕 설렘이 가시지 않은 학생기자단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간신히 떼어 만화의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왔답니다.

소년중앙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쿡스토리아를 매우 즐겁게 본 독자로서 최신오 작가님을 만나 너무 좋았어요. 작가님이 만화가가 된 계기부터 다른 작품 얘기도 듣고, 재미있고 힘든 점까지 만화가에 대해 더 알 수 있었죠. 스케치 그림 볼 땐 매우 신기했고요. 편집자님 인터뷰도 흥미로웠어요. 만화를 좋아해서 할 수 있는 직업은 만화가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편집자라는 직업을 알게 돼 좋았습니다. 출판사는 처음이라 거북이북스에 갔을 땐 매우 설렜죠. 작업하는 것도 보고 홍보 영상도 봤는데 이런 일을 다 하는 줄 몰라서 놀라는 한편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만화를 보는 것은 좋아했지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잘 몰랐던지라 만화가와 편집자, 출판사에 대해 자세히 알게 돼 유익한 취재였습니다.
-김윤하(경기도 매봉초 6) 학생기자

평소 만화책을 많이 봐서 항상 만화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만화가를 만난다면 어떨까 궁금했기에 이번 취재는 특히 더 기대했어요. 유어마나에 들어가자 많은 굿즈·책이 보였죠. 그 안에서 최신오 작가님께 여러 질문을 하며 만화가라는 직업을 더 잘 알고 만화가에 대한 인식도 더 긍정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만화 편집자 인터뷰도 했죠. 사실 만화 편집자라는 직업은 잘 알지 못했는데 말씀을 들어보니 편집자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졌죠. 거북이북스 견학까지 마치자 만화 한 편, 한 권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얼마나 소중하고 어려운지, 또 겉으로 보이든, 보이지 않든 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앞으로 만화를 볼 때 이 만화를 만들기 위해 고생하신 모든 분들을 생각하면서 읽어야겠어요.
-유아라(서울 잠신초 5) 학생기자

소년중앙에 긴 시간 연재했던 '쿡스토리아'를 그린 최신오 작가님과 만화 편집자님을 만나고 거북이북스 출판사까지 다녀왔습니다. 평소 만화에 관심이 많고 '쿡스토리아'를 재밌게 봐서 꿈만 같았죠. 최신오 작가님이 만화가 완성되기까지 관련 자료를 많이 가져오셔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것이 특히 기억나요. 오원영 만화 편집자는 "만화가 나오려면 만화가뿐 아니라 편집자와 디자이너, 인쇄소와 제본소 같은 곳도 있어야 한다"고 알려주셨고요. 만화 하면 만화가만 떠오르고 편집자는 생소했는데 최종까지 수정 작업하는 중요한 역할이었죠. 출판사에서는 일본에서 막 나온 '보노보노'를 편집하는 모습을 봤는데 설레고 신기했어요. 만화와 책을 볼 때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조혜원(서울 성내초 4)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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