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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미 국제무역위원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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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강기헌 기자 중앙일보 기자
강기헌 산업1팀 기자

강기헌 산업1팀 기자

미국 경제의 힘은 무역에서 나온다. 중심에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 ITC)가 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는 1916년 국회를 통과한 관세 위원회(Tariff Commission) 설립법에 따라 신설됐다. 역사만 100년이 넘는다. 미 대통령 직속의 준사법적 연방독립기관으로 대통령과 의회에 국제무역과 관세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한다.

최근 ITC가 주목받고 있는 건 독특한 역할 때문이다. 미 관세법 제337조에 따르면 ITC는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상품이 미국 내로 수입되거나 판매되는 경우 해당 상품에 대한 수입배제 명령 또는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미·중 무역 분쟁이 시작되자 ITC가 전면에 나서 중국산 제품의 수입을 금지한 건 이런 배경 때문이다. 지난 22일(현지시각)에도 ITC는 중국산 목공 제품이 자국의 목재 산업을 해친다고 결정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이틀 만이다. 정권 교체에도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물밑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 기업도 ITC 결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12월 자국 세탁기 산업 보호를 위해 긴급 수입제한 조치 기간을 연장한 게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에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반면 이달 7일에는 한국산 담배 수입에 따른 미국 담배산업엔 피해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엑스칼리버 등 미국 담배 기업이 한국산 담배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해달라고 청원한 것에 대한 판정이다. KT&G는 한숨 돌렸다.

한국 기업이 ITC에서 다투는 일도 많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선 대웅제약 나보타에 대해 21개월간 미국 내 수입 금지를 명령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소송은 이달 10일 결론이 나온다. 소송보다 합의가 우선이지만 입장차가 크다. 정세균 총리까지 나서자 양사는 “합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에도 ITC와 비슷한 한국무역위원회(KTC)가 있다. 하지만 위상이 다르다. 대통령 직속인 미국과 달리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이다. 그래서일까. KTC의 역할은 미미하다. 1987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품목 기준 조사신청 건수는 178건에 불과하다. 연평균 5.2건이다. 애플과 같은 세계적 기업이 KTC의 결정에 주목하는 날이 언제 찾아올까.

강기헌 산업1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