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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콘서트서 아날로그 역발상 보여줬다, 블랙핑크 ‘더 쇼’

중앙일보

입력

31일 유튜브에서 중계된 ‘YG 팜 스테이지-2020 블랙핑크: 더 쇼’. [사진 YG엔터테인먼트]

31일 유튜브에서 중계된 ‘YG 팜 스테이지-2020 블랙핑크: 더 쇼’. [사진 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가 첫 온라인 콘서트에 도전했다. 지난해 11월 온라인 콘서트 브랜드 ‘팜 스테이지’를 론칭한 YG엔터테인먼트는 유튜브 뮤직과 파트너십을 맺고 첫 주자로 블랙핑크를 내세웠다. 구독자 수가 5660만명에 달하는 블랙핑크 유튜브 채널은 네이버 등 국내 기반 플랫폼보다 접근성이 훨씬 강력하다. 지난해 4월 SM과 네이버가 만든 ‘비욘드 라이브’에 JYP가 합류해 슈퍼엠ㆍ트와이스 등이 차례로 공연을 펼치고, 빅히트가 6월 자회사가 만든 위버스샵에서 방탄소년단(BTS) 첫 유료 콘서트를 선보인 것보다는 한발 늦었어도, 유튜브 최초로 라이브스트림 콘서트를 선보인 블랙핑크에 전 세계 팬들이 열광했다.

YG, 유튜브에서 첫 온라인 콘서트 중계 #구독자만 5660만명 접근성·집중도 높아 #“투어처럼 짐 줄일 필요 없어 아날로그” #90분간 20곡 패션쇼 방불케 하는 무대

31일 오후 2시부터 90분간 중계된 ‘YG 팜 스테이지-2020 블랙핑크: 더 쇼’는 유튜브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공연 한달 전부터 트레일러와 메시지 비디오 등을 채널에 업로드하고 공연 전날 사운드 리허설 체크 현장 등 비하인드콘텐트를 추가 공개하는 등 워밍업을 마쳤다. 채널 ‘구독’ 버튼 옆에 있는 ‘가입’ 버튼만 누르면 스탠다드 3만6000원, 플러스 4만8000원의 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고, 2월 7일과 14일 오전 3시ㆍ11시, 오후 4시ㆍ9시 등 총 8차례에 걸쳐 재방송 스트리밍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재관람이 가능하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물 위에서 선보인 강렬한 ‘뚜두뚜두’ 

블랙핑크가 ‘더 쇼’에서 대규모 댄서들과 함께 선보인 ‘뚜두뚜두’ 무대. [사진 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가 ‘더 쇼’에서 대규모 댄서들과 함께 선보인 ‘뚜두뚜두’ 무대.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움직임에 맞춰 튀어오르는 물방울이 생동감을 더한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움직임에 맞춰 튀어오르는 물방울이 생동감을 더한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공연에 중점을 둔 부분도 사뭇 달랐다. 앞서 진행된 비욘드 라이브나 BTS 콘서트가 증강현실(AR)ㆍ확장현실(XR)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무대 연출에 집중했다면, 블랙핑크의 이번 공연은 철저하게 아날로그를 지향했다. 지금 이 공연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복제 불가능한’ 무대에 초점을 맞췄다. 정치영 YG 공연 총괄은 “일반적으로 투어의 경우 대규모 세트와 장비를 다 짊어지고 다니는 게 비효율적이어서 디지털의 힘을 많이 빌린다. 반면 이번엔 디지털 플랫폼 환경에서 보는 공연이지만 만드는 입장에선 장비를 줄일 필요도, 환경을 압축해 담을 이유도 없기 때문에 최대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풀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역발상은 의외의 볼거리를 선사했다. 3개의 메인 세트가 곡 분위기에 맞춰 10개의 서로 다른 무대로 전환되면서 매끈한 디지털 영상과는 다른 독특한 질감을 안겨준 덕분이다. 블랙핑크는 “월드투어 때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다양해진 대규모 세트를 보고 놀랐다”며 “실제 동굴을 재현한 무대부터 폐허가 된 도시의 계단 파편까지 다 붙어있을 정도로 정밀하게 묘사된 설치물이 인상적이었다”고 무대를 본 소감을 밝혔다. 특히 대규모 남성 댄서들과 함께 물 위에서 선보인 ‘뚜두뚜두’ 퍼포먼스는 이전까지 보지 못한 강렬함을 내뿜었다. 어두운 조명 때문에 멤버들의 얼굴을 잘 볼 수 없다 해도 공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동감을 택한 덕분이다.

1년 5개월 만 공연 “다시 할 수 있을까 생각”

다양한 편곡을 선보인 블랙핑크 ‘더 쇼’. [사진 YG엔터테인먼트]

다양한 편곡을 선보인 블랙핑크 ‘더 쇼’.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이제는 온라인 콘서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된 수백개의 분할 화면을 가득 메운 팬들의 모습도 없었다. 무대 중간중간 한국어와 영어로 멘트를 이어가긴 했지만 현장 소통을 강조하기보다는 다큐멘터리처럼 무대 뒤 장면이나 사전 인터뷰 영상으로 대신했다. 2018년 11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시작으로 지난해 7월까지 전 세계 23개 도시에서 첫 월드투어를 마친 이들은 1년 5개월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설렘을 갖추지 못했다. 텅 빈 공연장 객석에 앉아 “투어 끝나고 나서 꿈만 같았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생각하면 그때가 더 꿈 같다”(지수), “공연을 다시 할 수 있을까란 생각과 동시에 노래들이 준비되는 대로 새롭게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제니) 등 그간의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발매한 정규 1집 ‘디 앨범(THE ALBUM)’으로 걸그룹 최초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이들은 그동안 갈고닦은 역량을 마음껏 뽐냈다. 선공개 곡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과 타이틀곡 ‘러브식 걸스(Lovesick Girls)’ 외에도 수록곡 ‘크레이지 오버 유(Crazy Over You)’ ‘러브 투 헤이트 미(Love To Hate Me)’ ‘유 네버 노우(You Never Know)’ 등 그동안 방송에서 보기 힘들었던 무대도 공개했다. 글로벌 팬들을 겨냥해 ‘팝의 여제’ 레이디 가가와 협업한 ‘사워 캔디(Sour Candy)’를 멤버들끼리 선보이기도 했다. 월드투어를 함께 한 밴드팀 ‘더 밴드 식스’의 풍성한 사운드도 듣는 즐거움을 더했다.

디지털 영상을 활용하는 대신 아날로그 방식으로 무대 연출을 구현했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디지털 영상을 활용하는 대신 아날로그 방식으로 무대 연출을 구현했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제니는 샤넬, 리사는 셀린느, 로제는 생로랑, 지수는 디올 등에서 앰배서더(홍보대사) 및 뮤즈로 활동하고 있는 패션 아이콘답게 각 브랜드를 섞어 조합한 무대 의상도 돋보였다. 20곡의 무대가 펼쳐지는 동안 솔로곡까지 각각 6벌의 서로 닮은 듯 다른 의상이 패션쇼 런웨이마냥 이어졌다. 2018년 11월 ‘솔로’를 발표한 제니는 랩 파트와 댄스 브레이크를 더한 리믹스에 동양적 무대 연출을 더해 눈길을 끌었다. 곧 솔로 앨범 발매를 앞둔 로제는 서브 타이틀곡 ‘곤(GONE)’ 무대를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당초 지난해 12월 27일 진행 예정이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강화된 방역수칙을 적용한 행정명령으로 한 차례 연기됐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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