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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으로 빚은 위로의 풍경..도예가 배주현 개인전 '더 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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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사물을 자연의 근원적인 풍경으로 연출한 배주현의 '더 룸' 전시. [사진 SPACE B-E]

일상의 사물을 자연의 근원적인 풍경으로 연출한 배주현의 '더 룸' 전시. [사진 SPACE B-E]

배주현 작가의 '더 룸' 전시장 풍경. 무명실에 다구를 매달아 놓았다. [사진 SPACE B-E]

배주현 작가의 '더 룸' 전시장 풍경. 무명실에 다구를 매달아 놓았다. [사진 SPACE B-E]

배주현의 도자 설치전 '더 룸'. [사진 SPACE B-E]

배주현의 도자 설치전 '더 룸'. [사진 SPACE B-E]

도예가 배주현의 개인전 '더 룸(The Room)'이 서울 논현동에 자리한 윤현상재 4층 스페이스 비이(Space B-E)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흔히 도예가의 전시라면 매끈하게 빚어진 접시와 찻잔이 가지런히 놓여진 모습을 기대하게 마련. 그러나 배주현의 전시장엔 의의의 풍경이 관람객을 맞는다. 황토색 다구들이 무명실에 묶여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가 하면, 초록 이끼가 뒤덮인 흙 위에 뒹굴고 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목기 위에 가지런히 놓인 다구들도 눈에 띈다. 도예가가 빚은 그릇들은 정갈하지만 틀에 얽매인 것은 없어 보인다.

윤현상재 Space B-E #흙과 나무 자연 이야기

지난해 서울 자하문로 갤러리우물에서 도자 설치전 '원시정원'을 선보인 작가는 이번에 더 넓어진 공간에 큰 그림을 그렸다. 전시장을 '나목' '차경' '낯섦' 등 네 개의 공간으로 나눴고, 각 공간에 그림부터 비디오·사진·도자 설치 작업을 풍경화처럼 펼쳐놓았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먼저 두드러지는 것은 색을 최대한 배제한 다구와 하나 된 무명실의 등장이다. 쉽게 상상해보지 못한 조합이지만, 그릇의 가장 자리를 무명실로 꿰맨 흔적이 매우 신선하고 정겹게 다가온다. "어릴 적 손님을 맞기 전 새 이불 호청을 무명실로 꿰매던 어머니의 손길을 떠올리며 작업했다"는 작가는 "무명실에 종처럼 매달린 다구들을 통해 환대의 풍경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주현의 개인전 '더 룸' 전시장 풍경. [사진 SPACE B-E]

배주현의 개인전 '더 룸' 전시장 풍경. [사진 SPACE B-E]

배주현 작가의 겨울나무 드로잉. [사진 SPACE B-E]

배주현 작가의 겨울나무 드로잉. [사진 SPACE B-E]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도 그의 드로잉과 설치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 "틈만 나면 산을 오르며 비바람에 잘리고 꺾인 나뭇가지들을 모은다"는 작가는 "나무야말로 자연이 완성한 가장 완벽한 조형물"이라고 말했다. 전체적으론 흙과 나뭇가지, 초록 이끼와 그릇은 하나의 자연 풍경처럼 보인다. "자연을 경험하는 순간이야말로 사람에게 가장 편안한 순간"이라는 작가는 "흙을 빚으며 내가 경험한 내면의 평화로움을 최대한 공간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일상에서 쓰일 수 있는 도자를 자연의 근원적인 형태에 담아내는 일에 집착하는 이유다.

배주현은 오페라 무대에서 활동하던 성악가 출신이다. 음대를 졸업하고 인천시립합창단에서 활동하며 국내외 무대에 섰다. 그러다 결혼과 뒤늦은 출산 뒤 "온전히 '내 것'을 찾고 싶다는 갈망으로" 시작한 것이 그림과 도자였다. 특히 그를 매료시킨 것은 흙이었다.

이번 전시는 수입타일 전문업체 윤현상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 비이가 여는 마흔 여덟번째 자리다. 전시를 기획한 윤현상재 최주연 디렉터는 "배주현은 흙과 나무 등 재료의 물성을 깊이 고민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라며 "도자를 공간적 언어로 활용함으로써 관람객에게 시적인 경험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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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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