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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 대신 항문 찌른다···中 일부 '코로나 모욕검사'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보건 당국이 일부 지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대한 항문 검사를 도입한 후 일부 시민들이 설 연휴에 고향에 가기를 포기하고 있다고 홍콩 빈과일보가 보도했다.

귀성객 코로나 '음성' 증명서 소지 필수 #설 이동 자제시 보조금 지급도 영향

이상이 없다는 증명서를 얻기 위해 굴욕적인 검사를 받느니 차라리 고향에 안 가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춘제(설) 연휴 기간 고향을 찾는 귀성객은 출발 7일 전 핵산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증명서 소지를 의무화했다.

중국에서 입 안에 면봉을 넣는 검사 외에도 코로나 19 항문검사가 일부 지역에서 이뤄지면서 반발이 일고 있다. 사진은 중국 칭다오에서 의료진들이 면봉으로 채취한 샘플들을 모아놓은 모습 [신화=연합뉴스]

중국에서 입 안에 면봉을 넣는 검사 외에도 코로나 19 항문검사가 일부 지역에서 이뤄지면서 반발이 일고 있다. 사진은 중국 칭다오에서 의료진들이 면봉으로 채취한 샘플들을 모아놓은 모습 [신화=연합뉴스]

중국에서 모두가 항문 검사를 받는 건 아니나 일부 지역에선 항문 검사가 시행됐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에 따르면 항문 검사는 베이징과 산둥성 칭다오 등 일부 지역에서 입국자나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사람 등 감염 고위험군이 대상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온 베이징의 한 학교에서 교직원·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혈청 항체 검사와 비강 검사뿐 아니라 면봉으로 항문까지 검사한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장쑤성 양저우에선 냉동식품 하역 노동자들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할 때 이 방식을 썼다고 한다.

중국 하얼빈에서 지난 14일 코로나 검사가 진행되는 모습 [AFP=연합뉴스]

중국 하얼빈에서 지난 14일 코로나 검사가 진행되는 모습 [AFP=연합뉴스]

항문 검사는 호흡기(3~5일)보다는 소화기와 배설물에서 채취한 샘플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더 오래 남아 있을 것이란 주장을 받아들여 도입됐다. 감염병 전문의 리퉁정은 중국 중앙(CC)TV와의 인터뷰에서 "항문 면봉 검사를 더 하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항문 부위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환자들 사이에서 바이러스 전염이 더 흔하다는 증거는 없다"고 보도했다.

검사 경험자 중에는 "해롭지 않지만, 매우 모욕적이었다"라는 반응이 많다. 검사를 받게 되면 면봉 끝을 3~5cm 정도 삽입한 후 면봉을 여러 번 부드럽게 회전시키는 과정이 포함된다고 한다.

중국 인터넷 상에는 "코로나 항문 검사를 받은 뒤 아이들이 펭귄처럼 걷는 모습"이라는 내용의 짧은 동영상이 돌았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31일 "해당 동영상은 루머이며 해당 지역에선 항문 검사가 실시되지 않았다"고 진화에 나섰다.

웨이보에서 이뤄진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0%가 항문 검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춘제 연휴에는 중국에선 매년 '민족의 대이동'이 이뤄졌는데 이번 설에는 코로나 검사를 꺼려 일터에서 머문다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와 기업 등이 이동 자제를 당부하면서, 연휴에도 일터에 남는 직원에게 보조금 등 각종 혜택을 주자 귀성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실제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대이동이 지난 28일부터 시작됐지만, 코로나 19 확산이 계속되며 항공·철도 등 이용객이 대폭 줄었다. 29일 중국 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춘제 대운송 기간 연인원 17억명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코로나 19 확산 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40% 줄어드는 수치다.

31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30일 중국에서는 신규 확진자가 92명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중국 내에서 발생한 지역 감염은 73명이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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