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야구단도 이것 때문에 판다고?…연초부터 'ESG' 열풍

중앙일보

입력 2021.01.31 05:00

업데이트 2021.01.31 17:46

최태원 SK회장(오른쪽)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9일 경북 포항시 남구 송도동 솔밭에 있는 한 식당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소외계층을 위해 도시락 포장 봉사활동을 마친 후 유니폼을 바꿔입고 있다. 뉴스1

최태원 SK회장(오른쪽)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9일 경북 포항시 남구 송도동 솔밭에 있는 한 식당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소외계층을 위해 도시락 포장 봉사활동을 마친 후 유니폼을 바꿔입고 있다. 뉴스1

“ESG가 뭐야?”

지난 26일, 몇몇 야구팬들은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의 매각 사유를 접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구단 매각은 ESG 경영을 강조하는 상황과 연결된 것”이라는 SK측의 설명 때문이다. 새해를 맞아 기업 총수들이 발표한 신년사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단어도 바로 ESG였다. SK는 물론 현대차, LS, 한화 등 대다수 기업의 총수가 올해 경영 방침으로 ESG를 꼽았다.

연초부터 기업들이 ESG에 단단히 꽂혔다. 올해를 ESG 경영 원년으로 선포하는가 하면 친환경, 저탄소, 미래가치를 강조하는 이미지 광고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ESG는 기업이 얼마나 돈을 잘 버느냐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돈을 벌고 쓰는지를 평가하는 비재무적 성과 지표다.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따 만든 말로 지난 2006년 ‘유엔책임투자원칙(PRI)’ 협약을 통해 처음 거론됐다.

ESG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석탄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등 기존 생산방식에 추가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ESG 활동이 경영 실적과는 무관한 사회공헌 차원의 활동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ESG가 장기적으로 기업의 생존과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9일 한 기업의 관계자는 “과거 ‘지속가능성장’은 막연히 윤리적인 요소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ESG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어 기업들도 당장 돈이 든다고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큰손의 투자 지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자사가 투자한 기업에 탄소배출량 감축 계획서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EPA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자사가 투자한 기업에 탄소배출량 감축 계획서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EPA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ESG는 이제 중요한 투자 기준 중 하나다.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ESG를 관리하지 않는 기업이라면 투자 대상에서 제외할 정도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최근 자사가 투자한 기업에 대해 탄소배출량 감축 계획서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랙록은 현재 8조7000억 달러(약 957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다. 이 회사의 래리 핑크 회장은 지난해 공개 서신을 통해 “투자 결정 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기준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ESG 투자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ESG에 앞장서는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난해 미국과 유럽에서 850억 달러(약 94조1000억원)의 순유입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국내 ESG 채권도 연일 흥행

국내 기업들의 ESG 채권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지난 21일 2000억원 규모의 녹색 채권(그린본드) 발행을 앞두고 진행한 수요예측에 총 1조31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예상치 못한 흥행에 현대오일뱅크는 발행 규모를 최대 4000억원까지 증액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제철 역시 지난 19일 총 2500억원 규모의 녹색 채권에 대한 수요예측 결과 총 2조700억원이 몰려, 채권 발행 규모를 5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녹색 채권은 ESG 채권의 하나로 탄소 감축이나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자금 등 친환경 산업 관련 용도로만 쓸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녹색 채권을 통한 자금을 이용해 2022년까지 기존 공장에 탈황 시설과 이산화탄소·대기오염 물질 저감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채권 매각 대금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코크스 건식냉각설비(CDQ)도입에 활용할 계획이다.

글로벌 공급망 참여 위해 필수 

시장 확보를 위해서도 ESG 경영은 필수적이다. 재생 에너지만 100% 사용하는 ‘RE100’,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에 각국 기업이 참여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애플은 원재료 채광부터 부품 제조, 제품 조립, 물류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모든 협력사에 100% 재생 에너지를 사용할 것을 요청했다.

RE100을 선언한 폭스바겐·BMW·GM 등 완성차 기업도 배터리를 납품하는 LG화학·SK이노베이션·삼성SDI 등에 저탄소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서플라이 체인)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ESG 경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각국 정부도 친환경 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각각 2023년과 2025년 탄소국경세 도입을 예고했다. 자국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의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각국 정책도 친환경 기조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오른쪽 환경위기시계가 오후 9시 47분을 가리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오른쪽 환경위기시계가 오후 9시 47분을 가리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우리 정부도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도 ESG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RE100에 가입한 SK는 2050년까지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8개 계열사가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필요 전력을 100%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삼성, LG 등은 사외이사로 ESG 전문가를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간의 ESG는 주로 환경 분야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에 사회, 지배구조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가를 찾고 있다.

윤석모 삼성증권 ESG연구소장은 “ESG를 외면했다가 투자 유치나 시장 확보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ESG 정보를 어떻게 관리하고 준비하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