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1월 농한기? 사업계획서 쓰랴, 서류 떼랴 한달 후딱

중앙일보

입력 2021.01.30 15:00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87) 

1월이다. 신축년이 밝아 기쁘긴 하다만 농민은 바쁘다.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1년 농사의 시작이 불안하다. 왜냐고? 1월은 사업계획서를 쓰는 달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요즈음 좋은 사업이 있나요?’라는 질문이 자주 들어온다. 다시 말해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해주는 사업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나는 좋은 사업인지는 몰라도 질문하는 농민의 형편에 따라 몇 가지를 대답해준다. 작목에 집중하는 농민은 신작물 도입이나 기술 관련 지원사업을 말해주고, 농산물 가공에 관심이 있으면 시설 현대화 사업이나 자동화 시설 사업, 시설물 설치 등에 해당하는 지원 사업을 소개한다. 또 농촌 관광에 집중하는 농민은 교육농장, 치유농장 육성사업을 알려준다.

그러나 질문 내용도 중요하지만 질문 시기도 중요하다. 좋은 지원사업에 관한 질문은 1월을 놓치면 소용이 없다. 웬만한 지자체의 지원사업이 1월 말에 지원서를 받고 마감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민들은 1월 첫 주에 자기가 사는 지역의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와 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을 지켜본다. 1년간 지원해줄 소득사업이나 시범사업과 같은 지원사업 내용이 공지사항에 뜬다.

좋은 지원사업에 관한 질문은 1월을 놓치면 소용이 없다. 웬만한 지자체의 지원사업이 1월 말에 지원서를 받고 마감을 하기 때문이다. [사진 pixabay]

좋은 지원사업에 관한 질문은 1월을 놓치면 소용이 없다. 웬만한 지자체의 지원사업이 1월 말에 지원서를 받고 마감을 하기 때문이다. [사진 pixabay]

지자체의 특성과 이슈에 따라 지원 사업 종류는 달라진다. 강원도의 한 지자체 사업을 열거하면 고품질 쌀 생산재배 단지조성 지원, 고품질 쌀 인증단지 조성 시범사업, 우렁이공급 지원사업, 농업용 드론보조 지원, 드론 활용교육지원, 병해충 드론 방제비 지원, 고품질 황금 잡곡 기계화 모델구축 시범사업, 신규농업인(귀농·귀촌) 현장 실습교육 지원, 양념 채소 국내육성품종 보급 시범, 빠르고 쉬운 현장 맞춤형 대장균(군)검출기술 지원, 시설작물 자동 관수 및 관비 시스템 시범 지원, 소규모 가공 창업 경영체 육성 사업, 작목별 맞춤형 안전관리 실천 시범 사업, 농촌자원 활용 치유농업육성 사업, 소형농기계공급 지원사업 등이다.

또 전라북도의 어느 지자체의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지역 특색농업, 발굴 소득 화 사업, 농촌지도사업 활력 화 사업, 선도 농업경영체 우수모델화 사업, 청년 농업인 경쟁력 제고 사업, 신기술 접목 차세대 영롱인 육성지원사업, 청년 농업인 융복합 자립기반 조성사업, 신규농업인 현장실습교육(멘토·멘티), 품목별 생산자조직 경쟁력 제고 사업, 작목별 맞춤형 안전관리 실천 시범, 농업인 소규모 창업기술지원, 쌀 누룩 이용 발효식품(주류, 음료) 제조, 실농학습 농장, 농업인 가공사업장 시설·장비 개선, 농촌자원 활용 치유농장 육성 시범, 농업인 재해 안전마을 육성, 농촌 어르신 복지 실천 시범, 농식품 가공사업장 품질향상 지원, IoT 농기계 교통안전 및 사고감지 알람 기술시범, 기후 온난화 대응 새로운 소득작물 도입 시범 등이 있었다.

많은 사업을 열거한 이유는 사업 거리가 워낙 다양해 혹시 자신에게 해당하는 사업이 있는지 눈여겨보라는 의미에서다. 위에 열거한 사업 외에도 많은 사업이 나와 있으니 지금 거주하고 있거나 앞으로 이주하고 싶은 지역의 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검색하기 바란다.

그래서 농민은 연초에 사업계획서를 쓰느라고 바쁘다. 사업계획서 양식은 간단하지만, 지원자가 많아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내용을 빽빽하게 채워 넣느라 고민을 한다. 대개의 농민은 농작업에는 능숙하지만 글 쓰는 서류작업은 미숙하기 때문에 무척 어려워한다. 그렇지만 어쩌랴. 사업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수천만 원에서 1억원이 넘는 돈을 지원해 주는데 최대한 열심히 써넣어야 하지 않겠는가.

사업계획서 양식을 살펴보면 대개 농장 현황, 사업 개요, 사업계획, 추진 계획, 예산 사용 계획, 발전 방안, 기대효과 등의 정도로 나누어져 있다. 지원 사업별로 내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대동소이하다. 양식이다 보니 제목과 약간의 설명만 적혀 있고 빈칸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서류는 2~3장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두어장으로 사업계획서를 끝내면 오산이다. 최대한 내용을 풍성하게 해야 한다. 필요하면 사진도 넣어야 한다. 끙끙거리며 채워 넣기를 하다 보면 많은 사람이 같은 느낌을 받는단다. 옛날에 이렇게 열심히 했으면 서울대 갔을 거라고.

지금 달력을 보니 1월은 다 갔다. 농한기라고 한가할 줄 알았는데 서류 작업 하니 훌쩍 갔다. [사진 pixabay]

지금 달력을 보니 1월은 다 갔다. 농한기라고 한가할 줄 알았는데 서류 작업 하니 훌쩍 갔다. [사진 pixabay]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서류 작성을 미리미리 연습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일이든 말로 시작해 말로만 끝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든지 서류로 마무리된다. 지금 교육을 받고 있을 때 서류를 만드는 법을 새삼스럽게 연습해 보는 것이 나중에 도움이 된다. 아무리 직장 생활을 오래 했더라도 직급이 높을수록 직접 보고서를 쓰지 않을 테니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귀농·귀촌을 실행했을 때 ‘귀농 농업 창업 및 주택구매지원사업’을 신청할 사람도 마찬가지로 1월을 주목해야 한다. 창업 지원과 주택 구매 지원 사업 신청 기간이 보통 상반기와 하반기 두 번이 있다.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1월과 6월이므로 1월에는 반드시 지역 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를 열어봐야 한다.

귀농 창업지원과 주택구매 지원사업도 양식은 간단하다. 현황, 영농기반, 기 정책자금 대출현황, 사업계획, 융자금 상환 계획, 지역 활동 참여 계획으로 나누어져 있다. 대부분 도표를 제시하고 내용을 채워 넣게 되어 있다. 그렇다고 건조하게 숫자만 채워 넣을 수는 없으니 최대한 자신의 준비 사항과 역량을 표현해야 한다.

사업계획서를 다 작성했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어렵게 사업계획서를 써 놓고 보니 마지막에 쓰여 있는 요구사항이 있다. 바로 첨부서류이다. 제출 서류가 무지막지하게 많다. 그 서류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귀농 농업창업 및 주택구매지원사업 신청서, 귀농 농업창업계획서, 가족관계증명서(배우자 및 부모님의 증명서 포함), 신용조사서, 사업자등록 사실 이 어부 증명서, 교육 이수 실적 증빙자료, 기타 증빙자료, 농업경영체 등록부, 직불제 수령명세서, 연금산정용 가입명세서류, 등기부 등본, 신분증, 학력증명서, 국가기술 자격증 사본, 주민등록등본, 주민등록초본, 사업자등록증명, 국민건강보험자격 득실확인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소득금액증명원이다. 참 많다. 이 많은 서류를 떼는 것만 해도 한 달은 걸릴 것 같다. 그러니 미리 준비해야 한다.

지금 달력을 보니 1월은 다 갔다. 농한기라고 한가할 줄 알았는데 서류 작업 하니 훌쩍 갔다. 그래도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 한숨 돌릴 수 있을 것 같아 설렌다. 밖에 눈이 내린다. 올해는 좋은 일이 생기려나 모르겠다. 책상머리에 오래 앉아 있었더니 허리가 아프다. 마스크나 쓰고 마실이나 나가야겠다.

슬로우 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