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개 실밥’ 공에 미소와 눈물 스몄다…인천 야구史 100년

중앙일보

입력 2021.01.30 08:00

업데이트 2021.01.30 10:09

지난 26일 신세계그룹이 SK와이번스 야구단 인수라는 깜짝 카드를 꺼냈습니다. 연고지는 인천으로 유지하고 코치진·선수단·프런트를 고용 승계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별만 다섯 번째인 인천 야구팬들은 만감이 교차합니다. 1900년대 초 첫 만남 이후 마운드를 누빈 무수한 별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구도(球都) 인천의 야구사(史)를 정리했습니다.

[이슈원샷]

①조선대표로 고시엔 대회 나선 인천상고 

1938년 8월 17일 제24회 고시엔 대회 2회전 하관상업과의 경기에서 인천상업고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며 점수를 얻고 있다. [인천고등학교]

1938년 8월 17일 제24회 고시엔 대회 2회전 하관상업과의 경기에서 인천상업고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며 점수를 얻고 있다. [인천고등학교]

1905년 인천공립상업고(인천고의 전신)의 야구부 창단. 야구 명문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1930년대 인천 상고는 고시엔 대회(일본 고교야구 전국대회)에 조선대표로 세 차례 출전해 본선 무대에서 만주대표 학교를 꺾는 등 이름을 알렸습니다. 인천 상고의 약진은 엄혹했던 일제강점기, 조선인에게 희망이었습니다.

②만년 꼴찌 삼미…가슴 적신 ‘슈퍼스타 감사용’

삼미 슈퍼스타즈 야구선수 한시진 선수. 중앙포토

삼미 슈퍼스타즈 야구선수 한시진 선수. 중앙포토

1982년. 삼미그룹이 인천을 연고지로 삼미슈퍼스타즈를 만들어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습니다. 슈퍼맨에서 이름을 따왔지만, 선수단 구성조차 어려웠던 삼미슈퍼스타즈는 만년 꼴찌를 전전했습니다. 훗날 만신창이 몸으로 처음이자 마지막 승리를 거둔 삼미의 감사용 선수를 그린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이 개봉했습니다. 누구도 불러주지 않았지만, 끝까지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던 모습이 팬들의 가슴을 적셨습니다.

③첫 우승 남기고 이별… ‘유광점퍼’ 어린 팬의 눈물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현대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현대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중앙포토

1996년 인천에 둥지를 튼 현대 유니콘스는 달랐습니다. 공격적인 투자로 1998년 인천 연고 팀 가운데 최초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인천에 야구 바람을 몰고 왔습니다. 경기가 없는 날에도 유니콘스의 유광 점퍼를 입은 어린이 회원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2000년 현대 유니콘스는 돌연 연고지 이전을 선언합니다. 서울이 아닌 수원으로 홀연히 떠나는 모습은 수많은 어린이 팬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습니다.

④팀 첫 100만 관중 시대 연 비룡군단의 약진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한 SK와이번스의 김성근 감독과 선수들이 그랜드호텔에서 짜릿한 축하 파티를 열고 있다. 일간스포츠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한 SK와이번스의 김성근 감독과 선수들이 그랜드호텔에서 짜릿한 축하 파티를 열고 있다. 일간스포츠

유니콘스의 공백은 컸습니다. 전주에서 온 SK와이번스가 낯선 탓인지 관중이 확 줄었습니다. 2007년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고 나서야 비룡군단(SK 와이번스)에 봄이 왔습니다. 잇따라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SK 왕조를 열었고, 스포테인먼트(Sport+Entertainment)로 닫힌 팬들의 마음을 녹였습니다. 2010년엔 팀 사상 첫 시즌 관중 1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⑤21년 만에 맞는 다섯 번째 이별

 지난 26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SK행복드림구장 내 이마트 바비큐존. 뉴스1

지난 26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SK행복드림구장 내 이마트 바비큐존. 뉴스1

2020년 9위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든 SK와이번스는 새 사람, 새 출발을 다짐했습니다. 그것도 잠시뿐. 구단 매각이라는 운명에 놓였습니다. 다른 구단이 ‘최강, 무적 OO’을 외칠 때 ‘인천 SK’를 외치던 인천의 야구팬은 SK와이번스의 응원 문구를 더는 부를 수 없게 됐습니다. 20년 차 야구팬인 민모(32)씨는 “다섯 번째 이별을 한 팬들이 여섯 번째 팀에 곁을 주기까진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도 “새 팀은 어떨지 기대감도 든다”고 소회를 전했습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