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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정치가 발목 잡는데, 세계 1등 제품 내놓는 한국 기업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70)

한국이 세계를 제패하는 품목이 몇 개 있다. 반도체, 2차 전지, 가전 등이다. 체육 분야에서도 인구와 나라 사이즈에 비하면 너무 잘해 세계인이 놀라는 종목이 있다. 바로 여자골프다. 현재 세계 랭킹 1~3위는 고진영, 김세영, 박인비로 세계 여자골프를 평정하고 있다. 선진국에 비하면 짧은 골프 역사에서 대단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마치 한국이 한강의 기적으로 불릴 만큼 급성장을 이룬 것과 같다.

지난해 12월 중순 매서운 추위 속에 US 여자오픈이 열렸다. 그 대회가 유달리 흥미로웠던 것은 드라마틱한 역전 우승 때문이었다. 3라운드까지 선두 경쟁은 일본의 히부노 시나꼬(-4), 2위는 미국의 에이미 올손(-3)이 하고 있다. 처음 미국 땅을 밟은 한국의 어린 선수, 김아림은 +1로 선두와 5타 차 9위다.

US 여자오픈에서 경전 우승한 김아림. [AFP=연합뉴스]

US 여자오픈에서 경전 우승한 김아림. [AFP=연합뉴스]

김아림은 대회 마지막 날 매우 공격적인 플레이로 마지막 3홀에서 신들린 듯 폭풍 버디를 한다. 그의 선전에 미국과 일본 선수는 당황한 듯 미스 샷을 남발하고 흔들리며 선두를 빼앗긴다. 김아림은 마지막 홀 버디에 힘찬 어퍼컷 세리머니를 한다. 4타를 줄여서 합계 -3으로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이다. 상금은 무려 100만 불.

30~40년 전 한국의 세계적 기업인 삼성·현대·LG 등의 해외시장 진출 초기, 그들 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위치가 어땠을까. 미국이나 일본 제품에 밀려 매장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 진열됐다. 그리고 싼값에 팔리는 제품으로 인식됐다. 해외 마케팅을 나간 직원은 제값을 못 받는 억울함에 눈물 젖은 빵을 삼키기도 했다.

지금은 어떤가. 당시 유명했던 일본의 소니, 미국의 GE를 능가하는, 세계의 소비자가 선호하는 최고의 제품이 되었다. 자동차도 일본의 토요타, 미국의 GM·포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쟁력을 가졌다. 동아시아의 자그마한 나라 한국, 동족상잔의 비극적인 전쟁을 겪은 지 70년. 헐벗고 배고팠던 나라가 만든 첨단 제품이 어느덧 세계적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우리와 출발선상에 나란히 섰던 많은 나라가 지금도 그때 그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한국을 이렇게 역동적으로 만들었을까. 어떻게 세계 1등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스포츠에서도 손흥민, 류현진 같은 세계적인 스타가 나온다. 빌보드 차트 1~2위를 다투는 BTS도 있다. 무엇이 그 원동력인가. 아마도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파이팅 스피릿’일 것이다. 부지런한 국민성에 도전하고 극복해보려는 의지, 세계를 제패하고자 하는 패기와 끈기. 그 과정에 무수한 실패와 좌절도 뛰어넘었다.

한국을 역동적으로 만든 것은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파이팅 스피릿’일 것이다. [사진 pixabay]

한국을 역동적으로 만든 것은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파이팅 스피릿’일 것이다. [사진 pixabay]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서라면 지구 반대편 남미, 혹한의 시베리아, 열사의 나라 중동까지도 거침없이 달려가는 그 뜨거운 열정. 그것이 오늘날 한국 기업을 세계시장에 우뚝 서게 한 것이다. 오늘의 한국은 미사여구를 쏟아내고, 애국은 혼자 다 하는 듯한 정치인이 만든 것이 아니다. 세계 시장의 급변하는 트렌드를 파악하려 밤낮없이 고민하고 수고한 분들 덕분이다. 24시간 교대로 공장에서 쉼 없이 일한 사람이 흘린 땀의 대가다.

스포츠인은 세계 축구, 야구, 골프의 흐름을 앞서가려고 불철주야 애썼다. 그래서 손흥민이 2020년 최고의 골, FIFA 푸스카 상을 받았다. 세계야구를 우승한 류현진도 있다. 세계 여자골프를 제패한 선수들. 그들은 한국인의 끈질기고 과감한 근성을 잘 보여주었다. 실패를 무릅쓰고 미지의 세계를 향해 부딪쳐보는 용기, 그것이 오늘의 한국을 만든 것이다.

날만 새면 맞붙어 싸우는 여의도 정치인이 아니다. 세계적인 한국 기업 발목이나 잡고, 바쁜 기업인을 국정감사 명분으로 불러 쓸데없는 질문을 하며 호통을 치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한다. 그런 정치 토양에서 저런 세계적인 기업이 나온다는 것이 신기하다. 4차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AI(인공지능)와 2차 전지 등을 선도하며 이 어려운 코로나 시대에 국제 시장을 선점, 한국경제를 저들이 떠받치고 있음을 알고 있는가.

지난 12월 US여자오픈에서 한국의 어린 선수가 대역전, 우승한 것은 어쩌면 한국의 70년 역사를 압축한 것 같아 감동이었다. 맨바닥에 헤딩하면서 개척하고 성장해온 한국의 오늘이 생각났다. 그것도 선두에 있던, 일본·미국 선수를 꺾고 우승한 그 파이팅 스피릿.

대한민국 기업과 스포츠 선수, 음악·미술 등 문화 예술인은 대단하다. 정치하는 자들, 그들의 뒷다리나 잡지 말아야 한다. 창피한 짓이다. 표를 의식,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그들 앞길을 가로막는 짓이다. 한국인은 그대로 두면 잘 달려간다. 그들이 대한민국의 진정한 영웅이다. 세계 어디에 가도 이길 수 있고, 잘할 수 있다.

이제 말은 태어나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가 아니다. 사람은 태어나 세계로 나가 국제무대에서 세계 1등과 경쟁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앞으로도 죽죽 뻗어 나가야 한다. 12월의 김아림, 손흥민, BTS, 그들이 자랑스럽다. 삼성, 현대, LG, SK 등 한국의 국제 기업, 그들이 자랑스럽다. 대한민국 파이팅!

청강투자자문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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