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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 빗나간’ 해운대 빛축제, 불 한번 못켜보고 8억 날리나

중앙일보

입력

해운대구 8억짜리 빛 축제 시설물 설치

해운대 빛축제가 잠정 연기되자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된 시설물이 방치돼 있다. 송봉근 기자

해운대 빛축제가 잠정 연기되자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된 시설물이 방치돼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 해운대구가 예산 8억원을 들여 설치한 ‘빛축제’ 시설물이 무용지물로 전락한 위기에 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11월 시설물 설치 이후 석 달간 단 한 번도 점등하지 못했다. 정부가 오는 2월 1일부터 설 연휴까지 특별방역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돼 2월 중순까지 빛축제 개최는 불가능하다. 해운대구의 섣부른 판단으로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9일 해운대구에 따르면 해운대구는 지난해 10월 A업체와 빛축제 시설물 설치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8월 코로나19 2차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다가 조금 누그러진 시점이었다. 해운대구는 빛축제 취소를 검토했지만,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모래 축제, 먹거리 축제 등 지역 축제가 모두 취소되는 상황에서 빛축제마저 취소할 수 없었다”며 “최대한 방역을 하면서 축제를 전시회 형태로 진행하자는 판단으로 지난해 10월 7억8000만원 짜리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A업체는 지난해 11월 중순쯤 시설물 설치를 마쳤다.

 해운대구는 지난해 11월 28일부터 오는 2월 14일까지 79일간 빛축제를 개최한다고 알리자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부산은 지난해 11월 25일부터 부산진구에 위치한 초연음악실에서 촉발된 코로나19로 하루 20~30명의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었다.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였지만 정부는 2단계 격상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던 때였다. 해운대구는 빛축제 개최 소식을 알린 지 반나절만인 11월 27일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그 이후 점등하는 게 조심스러워 시설물 점검을 위한 점등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만약 점등을 하더라도 설 연휴 이후인 2월 중순부터 단축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중구 크리스마스트문화 축제와도 중복

지난해 11월 16일 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열린 제6회 해운대 빛 축제 모습. 송봉근 기자

지난해 11월 16일 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열린 제6회 해운대 빛 축제 모습. 송봉근 기자

 올해로 7회를 맞은 해운대 빛축제는 2014년 첫 개최 당시 부산 중구의 ‘크리스마스트리문화 축제’와 중복된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크리스마스트리문화 축제’는 2009년부터 열렸다.

 부산 중구는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트리문화 축제’를 열지 못하다가 시설물 점검이라는 명분으로 지난 25일부터 오후 7시부터 2시간가량 점등하고 있다. 중구 관계자는 “예산 5억1000만원을 들여 시설물을 설치했고, 상권이 너무 죽어서 점등하게 됐다”며 “정부 방역지침을 예의주시하면서 2월 한 달간이라도 단축 점등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1회를 맞는 부산 ‘서면빛축제’도 지난 27일부터 오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단축 점등하고 있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예산 2억8000만원을 들여 시설물을 설치했고, 내년에도 빛축제를 이어가기 위해 지난 27일부터 단축 운영 중”이라며 “시민들이 밝은 빛을 보며 기분 전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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