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실록에 나오는 조선 괴물 이야기

중앙선데이

입력 2021.01.30 00:20

지면보기

722호 21면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곽재식 지음
위즈덤하우스

“입이 셋 머리가 하나인 귀신(三口一頭鬼)이 하늘에서 내려와 한 번에 밥 한 동이 두붓국 반 동이를 먹었다.”

1470년 5월 26일 성종실록에 나온 내용이다. 함평 등 전남 각지에 돌고 있다는 소문을 전한 것이다. 성종은 소문의 실체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조사 결과는 이랬다. 609년 중국 운남성의 한 노승이 149세로 세상을 떴는데 그 혼백이 나타나 미래의 재난을 예언했으며 이를 무당 등이 전했다는 거다.

귀신만큼 흥미로운 게 또 있다. 소문 중에는 삼구일두귀가 난리를 예언하면서 “믿지 않는 자는 눈만 멀 뿐이고, 이 글을 한 벌 전하는 자는 자기 한 몸의 재앙을 면하고, 두 벌을 전하는 자는 한 집의 재앙을 면하고, 세 벌을 전하는 자는 크게 평안함을 얻을 것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행운의 편지 방식으로 소문을 유포한 것이다. 저자는 유럽에서 체인 레터가 나온 것은 18세기나 19세기 무렵으로 짐작되는데 15세기 조선에서 먼저 그 전형이 나타났다고 봤다. 중국 운남성에서 시작된 행운의 편지라서 한국보다 먼저 중국 남서부, 동남아시아, 네팔, 인도 등에 퍼지지 않았을까 짐작했다.

의금부는 사회 안정을 흔드는 괴물 뉴스에 강력대응했다. 삼구일두귀 이야기를 유포한 사람을 검거했다. 어떤 이는 의주로 유배됐고, 어떤 이는 노비가 되었다가 5년이 지나서야 왕의 사면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성종실록에는 또 “성안에 요괴가 많습니다. 청컨대 화포로써 이를 물리치소서”라는 상소가 등장하기도 한다.

책은 ‘조선왕조실록’과 각종 사료에서 발굴한 괴물 이야기다. 낮의 역사도 있지만 밤의 이야기도 있다. 저자는 “괴물들은 사회의 일면부터 백성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바라거나 두려워한 것, 자연 현상과 세상사를 이해한 방식 등이 녹아있다”고 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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