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보고, 비밀누설 아니다" '사법농단' 2심도 무죄

중앙일보

입력 2021.01.29 17:15

업데이트 2021.01.31 14:48

“법원 내부에서 적절히 대처할 정도로 바른 방향으로 이끌지 못한 게 이 사건의 원인이 됐다. 법원 구성원 모두가 반성한다”

29일 오후 2시쯤 서울고법 제8형사부(부장판사 이균용 이승철 이병희)는 영장심사 과정에서 검찰 수사보고서를 법원행정처에 보고해 ‘수사기밀 누설’ 혐의를 받은 판사들에 대한 선고에 앞서 자성의 목소리부터 냈다. 비슷한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는 상황을 의식한 듯한 모습이었다. 다만 재판부는 “이는 피고인의 형사책임을 묻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수사정보 일부가 법원 내부에 전달된 건 맞지만 외부로 누설된 건 없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광렬(55), 조의연(54), 성창호(48) 부장판사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1심 판결에 일부 사실오인이 있다”면서도 “결과적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 검찰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신광렬 서울고법, 조의연 서울북부지법,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연합뉴스

(왼쪽부터) 신광렬 서울고법, 조의연 서울북부지법,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연합뉴스

檢 “검찰 수사 저지 목적…정보 유출”

조·성 부장판사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계 로비 의혹 수사가 진행되던 2016년 영장 재판과정에서 수사 정보를 신 수석부장판사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를 "법원행정처가 법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저지할 목적으로 수사 정보를 수집하는 데 세 부장판사가 공모한 것"으로 봤다. 신 부장판사가 영장전담 판사들이 수사기밀을 정리한 문건 파일 9개와 검찰 수사보고서 사본 1부를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냈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하지만 조·성 부장판사는 신 수석부장판사에게 업무 목적으로 영장처리 내용을 보고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세 부장판사가 범행을 공모하지 않았고 수사정보를 ‘유출’한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비공개로 이뤄지는 영장재판 특성상 외부 대응을 위해 수석부장판사가 사실관계ㆍ경위를 보고받을 필요가 있다”며 "수사 정보를 누설할 의도를 공유하고 범행을 사전에 공모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는 1심과 사실상 같은 결론이다.

法 “수사 정보 누설 의도 없어”

재판부는 또 신 부장판사가 수사기밀을 수집한 뒤 법원행정처 차장에 전달한 것도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신 부장판사가 형사수석부장으로서 알게 된 정보를 임 전 차장에게 전달한 혐의는 국가 기관 내부 행위에 불과하고 공무상 비밀 누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신 부장판사는 법관에 대한 통상적 경로와 절차에 따라 임 전 차장에게 보고했고 임 전 차장도 보고받은 정보를 일반에 유포하지 않고 목적에 맞게 사용했다”고 밝혔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 부장판사가 29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 부장판사가 29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신 부장판사가 임 처장에게 보고한 내용 중 “허용 범위를 넘어선 게 있었다”고 하면서도 “다만 신 부장판사의 보고 목적은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었고 내용도 여기에 한정돼 있다”고 판단했다. “소위 ‘정운호 게이트’ 당시 대법원을 비롯한 일선 법원은 비리 연루 법관에 대한 조치를 위해 제도 개선 방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했다”며 “구체적이고 상세한 사건의 경위와 실체를 파악해 신속하게 보고할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한 신 부장판사의 입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이날 항소심 선고 뒤 신 부장판사는 취재진과 만나 “이 사건 수사와 기소가 부당하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며 “왜곡된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짧게 입장을 밝혔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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