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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댄스 동호인이 어지간해선 뱃살 빼기 어려운 이유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47)

춤추는 사람들은 대부분 날씬하다. 배 나온 사람은 별로 없다. 왜 그럴까? 춤을 춰서 날씬해졌을까? 원래 날씬한 사람만 춤을 춰서 그럴까?

일단 배가 나오면 운동하는 데 힘이 든다. 등산을 해 보면 안다. 단순히 걷기만 하는데도 쉽게 숨이 찬다. 배가 나와서 그렇다. 배가 쑥 들어가면 등산을 해도 몸이 가볍다.

‘배가 나왔다’는 얘기는 ‘운동 부족’이라는 말과도 상통하는 말이다. 먹은 데 비해 에너지 소비를 하지 않으니 배가 나오는 것이다. 사람의 몸 중에 다른 곳은 살이 잘 붙지 않는다. 그러나 배는 앞쪽에 유일하게 뼈가 없는 부분이다. 그러니 살이 찌면 우선 배가 나오는 것이다.

몸을 세우는 기본자세는 어느 정도 배가 들어가게 해준다. 몸을 위 아래로 쭉 펴면 아무래도 배가 들어가게 된다. [사진 pxhere]

몸을 세우는 기본자세는 어느 정도 배가 들어가게 해준다. 몸을 위 아래로 쭉 펴면 아무래도 배가 들어가게 된다. [사진 pxhere]

배가 나오면 일단 체력적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힘이 든다. 몸이 둔하기 때문이다. 체중으로 무릎을 누르니 하중이 더해질 것이다. 그래서 무릎도 아프다. 자기 한 몸 움직이기도 힘이 드는데 파트너까지 같이 붙잡고 추자니 더 힘이 든다. 경기 댄스에 나오는 선수를 보면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보통 스탠더드 5종목 경기는 왈츠, 탱고 다음에 퀵스텝을 춘다. 이때쯤이면 체력이 약한 선수는 체력의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왈츠는 그런대로 췄다고 치자. 그다음이 빠른 템포의 탱고다. 곧이어 퀵스텝으로 들어간다. 퀵스텝은 템포는 빨라 체력이 떨어지면서 파트나와 발이 맞지 않는다. 예선부터 몇 라운드 뛰고 나면 점점 더 체력문제가 나온다.

그래서 스탠더드 댄스 5종목 경기는 왈츠, 탱고, 퀵스텝까지 하고 나면 슬로 폭스트로트로 숨을 고르게 배열한다. 맨 끝에 비에니즈 왈츠도 빠른 템포지만, 그 이전에 이미 등위는 가려진다. 비에니즈 왈츠는 단순한 피겨의 춤이므로 정리 운동하는 셈 치고 춘다.

라틴댄스는 빠른 템포의 차차차부터 시작해 룸바, 삼바, 파소도블레를 거쳐 마지막으로 자이브를 배열하는 경우가 많다. 차차차, 룸바까지 보고 나면 여기서도 대략 서열이 가려진다. 물론 삼바와 파소도블레도 중요한 종목이다. 마지막으로 자이브는 빠른 템포지만, 스탠더드 댄스의 비에니즈 왈츠처럼 정리 운동하는 셈 치고 비교적 홀가분하게 추게 한다. 일반 댄스파티에서는 이런 체력 부담 때문에 한번은 빠른 템포, 그다음은 느린 템포를 섞어 놓는다.

이렇게 춤을 출 때 체력은 중요한 요소다. 보통 댄스파티는 3시간 정도 하기 때문에 체력이 약한 사람은 힘겨워한다. 배가 나온 사람은 더 힘들어한다. 땀도 많이 난다. 겉보기에 배 나온 사람의 춤은 일단 경쾌하지 못하다. 둔해 보인다. 자기가 보기에도 그렇고 남이 볼 때는 더 하다. 그러므로 스스로 또는 파트너가 잔소리를 해 대므로 배가 안 나오도록 노력하게 되어 있다.

몸을 세우는 기본자세는 어느 정도 배가 들어가게 해준다. 배를 쭈그리고 있으면 배가 더 앞으로 나오지만, 몸을 위아래로 쭉 펴면 아무래도 배가 들어가 보이기 때문이다. 동호인들이라면 평소대로 그냥 추지만, 조금 숙달되면 이렇게 기본자세를 중요시한다.

스탠더드 댄스에서는 남녀가 밀착된 자세로 춤을 춘다. 남성과 여성의 갈비뼈 하단을 거의 붙도록 하는 자세다. 그런데 배가 나온 사람은 그 배가 춤추는 데 방해가 될 수밖에 없다. 갈비뼈 이전에 앞으로 나온 배가 먼저 닿기 때문이다. 갈비뼈 하단이 서로 닿으면서 리드를 하고 리드를 받는 게 아니라 파트너가 중심점을 한군데 고정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형국이 된다. 서로 날씬해서 갈비뼈 하단이 잘 붙은 커플보다 회전 반경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동작이 둔해지고 그 때문에 박자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라틴댄스나 스탠더드 댄스 모두 약간 체중을 앞으로 둔다. 그래야 파트너와 원만하게 텐션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가 나오면 상체가 뒤로 젖혀진다. 젖혀진 자세에서 앞으로 체중을 두고자 하면 배가 더 나온다.

스탠더드 댄스는 연미복으로 뱃살을 가릴 수도 있지만, 겉옷을 입지 않는 라틴 댄스에서는 허리 라인도 중요하다. 배가 나온 사람이 허릿살이 없을 수 없다. 옆에서 볼 때도 허릿살이 나오면 힙 무브먼트가 보이지 않는다.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사람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둔해 보인다.

그래서 배가 나온 사람은 댄스계에서는 인기가 없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상대가 잘 춰도 커플 댄스는 한 쌍으로 보기 때문에 둘 다 춤이 둔해 보이기 때문이다.

중년이 되면 배가 나오기 시작한다. 호르몬 변화 때문이라고 한다. 이때 관리를 안 하면 나온 배를 주체하기 어려워진다. 한번 나온 배는 어지간해서는 빠지지 않는다. 다이어트나 체중 관리를 해도 고생 끝에 가장 나중에 빠지는 것이 뱃살이다.

라틴 댄스는 골반을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스탠더드 댄스는 인체의 근육 70%가 몰려 있는 하체 운동 덕분에 뱃살을 빠지게 한다. [사진 pixabay]

라틴 댄스는 골반을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스탠더드 댄스는 인체의 근육 70%가 몰려 있는 하체 운동 덕분에 뱃살을 빠지게 한다. [사진 pixabay]

경험적으로 댄스를 열심히 하면 뱃살이 빠진다. 라틴 댄스는 골반을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허릿살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스탠더드 댄스도 우리 인체의 근육 70%가 몰려 있는 하체 운동 덕분에 뱃살을 빠지게 한다. 하체를 주로 쓰는 등산을 열심히 하면 배가 들어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다리를 많이 쓰게 되니 다리 근육과 연결된 허리 근육이 강화하면서 배의 군살이 빠지는 것이다. 여기서 ‘댄스 덕분에’라는 말은 댄스를 일주일에 2번 이상, 한 번에 3시간 정도는 해야 효과가 보인다. 동호인들이 일주일에 한 번, 한 번에 보통 90분 강습을 받는 것으로는 뱃살 빼기가 어렵다.

중요한 것은 덜 먹는 것이다. 포만감 있게 먹지 말고 약간 모자란 듯이 먹는 것이다. 살찌는 음식을 기피하고 살 안 찌는 음식을 의식적으로 먹어야 한다. 흔히 탄수화물은 줄이고 단백질, 야채 등을 먹으라는 얘기와 상통하는 얘기다. 가장 흔하게 잘못하는 것이 단것을 자주 먹는 사람들이다. 물론 피로를 빨리 덜어주기 위해서는 당분이 필요하다. 그러나 안 먹어도 되는 당분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도로아미타불이다. 단맛도 중독된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 찾게 된다. 단맛의 유혹이다.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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