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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치어리더 조" 비아냥? 바이든, 트럼프보다 더 몰아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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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9일 미국 플로리다 코코넛 크릭에서 유세 중인 바이든(왼쪽). 이해 10월 30일 위스콘신 그린베이에서 유세 중인 트럼프. [AFP=연합뉴스]

2020년 10월 29일 미국 플로리다 코코넛 크릭에서 유세 중인 바이든(왼쪽). 이해 10월 30일 위스콘신 그린베이에서 유세 중인 트럼프.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은 중국 공산당의 치어리더 노릇을 해왔다. 바이든은 공산당 편이다.”(2020년 10월 7일 미국 부통령 후보 TV 토론회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바이든은 중국의 심기만 살폈다.”(2020년 4월 10일 트럼프 대통령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대선 광고 영상의 자막)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겐 왠지 친중(親中) 이미지가 있다. 대선 기간 내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들인 ‘네거티브 전략’의 결과물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 측에서 바이든 후보에게 친중 이미지를 씌우기 위해 많은 광고를 내보냈다”고 말했다.

바이든이 중국의 심기만 신경쓴다는 내용의 트럼프 대선 유튜브 광고. [트럼프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바이든이 중국의 심기만 신경쓴다는 내용의 트럼프 대선 유튜브 광고. [트럼프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바이든이 아들 헌터의 중국인 파트너와 만났다는 내용의 트럼프 대선 유튜브 광고. [트럼프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바이든이 아들 헌터의 중국인 파트너와 만났다는 내용의 트럼프 대선 유튜브 광고. [트럼프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하지만 바이든의 친중 이미지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2009~2017년 오바마 행정부에서 바이든은 부통령이었다. 오바마 정부의 대중국 정책은 강경하지 않았다. 오바마 정부 정책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중국의 발전을 환영한다. 미국과 협력하며 경쟁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규칙은 지켜야 한다. 미국의 동맹국을 위협하지도 말라.’

이 시절 바이든은 당시 부주석이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자주 독대했다. 18개월 동안 8번 만났고 25시간을 보냈다. 바이든은 자신을 세계 지도자 중 가장 오랜 시간 시진핑을 옆에서 본 사람이라고 말한다.

2012년 2월 14일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 오찬에서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과 시진핑 부주석이 잔을 마주치고 있다. 당시 시진핑 부주석은 양국이 보호주의를 지양하고 번영을 위해 협력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2012년 2월 14일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 오찬에서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과 시진핑 부주석이 잔을 마주치고 있다. 당시 시진핑 부주석은 양국이 보호주의를 지양하고 번영을 위해 협력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도 오바마 행정부 일원이었으니 중국을 대하는 기조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2013년 7월 19일 미국 워싱턴대 연설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 정책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중국과의 경제 관계 문제를 고심하고 있다. 우리는 그 관계를 갈등이 아니라 경쟁과 협력의 건강한 혼합이라는 관점에서 본다. 게임이 공정하기만 하면 경쟁은 둘 모두에게 좋다. 중국의 성장은 우리의 이익에 압도적으로 부합한다. 세계 경제의 성장은 우리의 이익에 압도적으로 부합한다.”

2012년 2월 17일 바이든과 시진핑이 양국의 우호를 다지자는 내용이 쓰인 티셔츠를 들고 있다. 이 티셔츠는 미국 캘리포니아 사우스게이트에 있는 국제연구학습센터 학생들이 두 사람에게 선물한 것이다. [AP=연합뉴스]

2012년 2월 17일 바이든과 시진핑이 양국의 우호를 다지자는 내용이 쓰인 티셔츠를 들고 있다. 이 티셔츠는 미국 캘리포니아 사우스게이트에 있는 국제연구학습센터 학생들이 두 사람에게 선물한 것이다. [AP=연합뉴스]

리처드 닉슨 미 전 대통령은 1969년 '닉슨 독트린'을 발표하며 미국의 대중국 정책 기틀을 마련했다. 기조는 유화책이었다. 이후로도 미국은 이를 따랐다. 미국은 세계적 패권을 유지하면서 새롭게 부상하는 국가들이 자신의 질서에 자연스럽게 적응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시진핑의 중국은 달랐다. 2013년 실권을 잡은 시진핑은 선언했다. “위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반드시 위대한 투쟁을 벌여야 한다.” 자신을 숨기고 때를 기다린다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정책은 폐기됐다. 중화사상의 부활을 뜻하는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우며, 중국 중심의 경제통합 프로젝트 ‘일대일로(一帶一路)’가 추진됐다.

중국의 지역 패권주의는 노골적으로 나타났다. 인도와 국경 분쟁을 벌였고, 캐나다ㆍ호주와 외교 갈등이 번졌다. 미국과는 경제 패권 전쟁도 시작됐다. 세계 곳곳에서 경제 주권 침해, 불공정 계약 문제가 불거졌다.

2020년 7월 31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베이더우 3호 위성 시스템 구축 완료ㆍ출범 기념식에 참석해 시스템 개통을 공식 선언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2020년 7월 31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베이더우 3호 위성 시스템 구축 완료ㆍ출범 기념식에 참석해 시스템 개통을 공식 선언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2019년 12월부터 중국 우한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졌다. 중국이 국제 사회에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서 반중 정서는 급속도로 퍼졌다. 여론조사 기관 퓨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세계 주요 국가들의 중국 비호감도는 2020년 최고치를 찍었다.

현재 미국은 정치인이 '친중' 정책을 내세울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이 원치 않기 때문이다. 퓨 리서치센터조사에서 미국의 중국 비호감도는 73%로 2005년 조사 이래 최고치다. 중국 문제만큼은 공화당ㆍ민주당이 초당적으로 협력한다. 위구르 인권 문제부터 중국 기업 제재까지 상하원 모두 법안 통과가 일사천리다.

결국 바이든도 오바마 행정부의 포용 정책을 버렸다. 그는 2020년 2월 민주당 대통령 경선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퇴임하기 전까지 저는 전 세계 지도자 중 시진핑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는 어떠한 민주적 가치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고 폭력배라서…”

우정엽 미국연구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부정적으로 얘기했지만 (부정적 태도를) 무역과 코로나에 한정했다. 중국의 비민주주의적인 태도와 미국 정치 개입 등에 소극적이었고 관세 전쟁만 부각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관세 (전쟁) 부분이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바이든은 트럼프 정부에서 추진되지 않던 정책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홍콩이나 위구르처럼 인권적인 문제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대만의 샤오메이친(蕭美琴) 주미 대표가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42년 만에 참석한 건 상징적인 사건이다. 미국은 중국과 수교한 1979년, 대만과의 수교를 끊었다. 이후 대만 인사는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지 못했다.

바이든 내각의 발언도 강경하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19일 청문회에서 “트럼프의 대중 강경책은 옳다고 믿는다. 상당히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기본 원칙은 옳았다”고 말했다. 또 “신장 수용소 문제는 중국 공산당에 의한 대학살이라는 데 동의한다”라고도 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중국은 끔찍한 인권침해국가”라며 “중국의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관행, 속임수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다. 에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 국장은 “방첩 분야에서 중국은 분명히 미국의 적이다. 중국의 공격적이고 불공정한 행위를 통제하는 것이 정보기관의 임무”라고 했다.

하지만 강경 기조는 비슷하더라도 실제 전략은 트럼프 정부와 달라질 전망이다. 바이든은 동맹국을 중심으로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해 중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트럼프 정부도 중국 견제를 위해 다자 동맹을 추진한 적이 있다. 미국ㆍ인도ㆍ일본ㆍ호주로 구성된 인도-태평양 지역 4개국 모임인 'QUAD(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다. 트럼프는 외교적 대화 수준에서 군사 동맹으로까지 모임의 성격을 격상하길 원했다. 하지만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다른 국가들이 부담을 느껴 요구에 즉각 응답하지는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모임의 범위를 넓혀 한국ㆍ베트남ㆍ뉴질랜드까지 포함하는 'QUAD 플러스'를 구축하려고 했다.

중국 당국이 수용소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위구르 지식인들. 2020년 10월 1일 미국 LA의 중국 영사관에서 시위대들이 이 사진을 공개하며 항의했다. [AFP=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수용소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위구르 지식인들. 2020년 10월 1일 미국 LA의 중국 영사관에서 시위대들이 이 사진을 공개하며 항의했다. [AFP=연합뉴스]

바이든은 범위를 더 넓혀 세계 민주주의 국가와 연합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를 개최한다는 구상을 품고 있다. 중국을 국제규범을 따르지 않는 ‘특별한 위협’으로 규정하며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함께 압박한다는 것이다.

우선 G7에 속하는 선진국과 북유럽 국가가 이 정상회의의 참여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도 그 일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정엽 미국센터장은 “한국과 일본은 동북아의 유일한 미국 동맹국으로서 미국이 반중국 전선을 추진하는데 가장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한일 역사 갈등으로 한미일 안보 협력이 순조롭지 않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미국은) 한국이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한국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바이든은 트럼프보다 인권과 민주의 가치를 중시한다.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은 초기부터 중국의 신장 소수민족 문제를 거론해왔다. 중국 외교부는 “내정간섭을 중단하라”고 발끈했다. 한국도 이 문제에 동맹국으로 가담 요청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정부에는 없던 도전이다. 이르면 올해 안에 우리 정부도 선택을 강요받는 순간이 올 수 있다.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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