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힙하다는 성수동에 들어선 '점집'…매일 만석인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1.01.29 05:00

업데이트 2021.01.29 17:13

폴인인사이트’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온라인의 시대다. 집 앞의 마트 대신 마켓컬리가, 골목의 식당 대신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소비자 지갑을 열고 있다. 코로나19가 소매업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온라인에 주도권을 뺏긴 오프라인 공간은 이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답을 성수동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낡음과 새로움의 매력이 공존하는 지역. 오래 된 공장과 붉은 벽돌 건물들에 개성있는 작은 가게가 끊임없이 비집고 들어오는 곳.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 헤매는 부동산 업체와 엔터테인먼트 기업까지 가세하며 성수동은 명실상부 서울에서 가장 힙한 동네다. 그 위상은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이나 독일 베를린의 이스트상드와 비교될 정도다.

서울 서울숲길에 위치한 프로젝트 렌트 1호점. 6평 매장을 주 단위로 임대해 팝업 스토어로 활용하게끔 했다. [사진 필라멘트엔코]

서울 서울숲길에 위치한 프로젝트 렌트 1호점. 6평 매장을 주 단위로 임대해 팝업 스토어로 활용하게끔 했다. [사진 필라멘트엔코]

성수동에서 임대형 팝업매장 ‘프로젝트 렌트’를 운영하는 최원석 필라멘트엔코 대표는 성수동의 가치를 빠르게 알아본 이 중 하나다. 2018년 서울숲길에 19.8㎡(6평)짜리 매장을 내고 ‘R’이라는 단순한 간판을 내건 게 시작이었다. 직접 매장을 운영하지 않았다. 월 단위도 아니고 주 단위로 가게를 빌려줬다. 오프라인에서 고객을 만나고 싶은 브랜드들이 2주, 3주씩 매장을 빌렸다. 업사이클 가방 브랜드 ‘씨랜드’, 문구 브랜드 ‘프렐류드스튜디오’ 같은 신진 브랜드가 이곳에서 고객들을 만났다. 주로 온라인 판매만 해 오던, 소비자를 만날 공간에 목마른 브랜드들이었다.

반응이 좋았다. 프로젝트 렌트는 성수동 3개 매장에 이어 아현동과 영등포까지 확장했다. 최원석 대표는 “코로나로 방문자가 줄어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데이터를 살펴보니 코로나 발생 직후인 1분기를 제외하면 2분기 이후 오히려 방문자가 계속 늘었다”며 “좋은 콘텐츠의 힘과 성수동의 매력이 더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성수동을 시작으로 5곳에서 임대형 팝업매장 '프로젝트 렌트'를 운영하고 있는 최원석 필라멘트엔코 대표. [사진 필라멘트엔코]

성수동을 시작으로 5곳에서 임대형 팝업매장 '프로젝트 렌트'를 운영하고 있는 최원석 필라멘트엔코 대표. [사진 필라멘트엔코]

심영규 건축PD가 기획하고 폴인과 어반플레이, 가이드라이브가 함께 여는 〈라이브 비즈니스 투어 : 식지 않는 성수의 매력과 비밀〉에서 성수동의 매력을 설명하는 최 대표를 미리 만났다. 다음은 일문 일답.

코로나 이후 오히려 방문객이 늘었다는 게 사실인가.
매장의 방문객을 집계하고 있는데 나도 놀랐다. 1분기에만 주춤하고 2분기 이후에 계속 지난해보다 방문객이 많았다. 하반기에 재미있는 팝업 매장이 많이 들어온 게 주효했던 것 같다. 국가무형문화재인 무속인과 신개념 점집 ‘성수당’을 열기도 했고, 수제맥주 OBC가 수제 소세지 브랜드 ‘소금집’과 협업해 팝업 매장을 열기도 했다. 모두 SNS에서 많은 바이럴이 일어났다. 눈길을 끄는 콘텐츠가 이어지면 반드시 사람들은 찾아온다는 것을 오히려 확인했다.
지난해 6월 프로젝트 렌트 2호점에서 운영된 신개념 점집 '성수당'. 사진은 서낭당을 모티브로 설치한 소원나무. 매일 네 명씩 점을 볼 수 있게 했는데, 한 시간만에 모든 예약이 마감됐다. [사진 필라멘트엔코]

지난해 6월 프로젝트 렌트 2호점에서 운영된 신개념 점집 '성수당'. 사진은 서낭당을 모티브로 설치한 소원나무. 매일 네 명씩 점을 볼 수 있게 했는데, 한 시간만에 모든 예약이 마감됐다. [사진 필라멘트엔코]

2018년에 성수동에 들어왔는데, 왜 성수동이었나.
성수동의 매력은 익선동ㆍ신사동과 달리 ‘함께 즐겨주는 동네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익선동과 신사동은 공간을 잘 기획하는 전문가들이 들어가 마음 먹고 지역을 띄운 느낌이라면, 성수동은 자생적으로 자리잡은 자영업자들이 조금씩 키워왔다고 할까. 카페나 매장이 하나 생길 때마다 서로 가게를 들러 추천도 해주고 팔아주는 문화가 있었다. ‘좋은 콘텐츠를 알아봐주는 동네 사람들’ 같은 느낌이었다.
이후에 성수동이 많이 떴다.  
유동인구가 아주 많이 늘었다. 렌트가 있는 서울숲길의 경우, 하루에 6500명이 오갈 정도다. 지난해보다 오히려 3배 이상 는 수치다.
젊은 층이 성수동을 찾는 이유가 뭘까
성수동 상권을 찾는 이들은 특정한 목적지를 가진 게 아니라 부유한다고 생각한다. 성수역ㆍ뚝섬역ㆍ서울숲까지 이어지는 공간을 떠다니듯 움직이며 즐기는 거다. 상가만 이어지면 지칠텐데, 서울숲이 있어 휴식까지 할 수 있다.
뜨는 동네의 조건은 뭐라고 생각하나.
F&B가 중요하다. 우선 좋은 카페가 있어야 한다. 카페가 점점 늘어나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 다음엔 좋은 식당이 늘어난다. 그 단계를 넘어서면 소매점들이 생겨난다. 코로나19를 통해 한국인들이 카페의 중요성을 발견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라이프스타일 특성 상 집 안에서 놀 문화가 별로 없다. 카페는 커피를 마시는 곳일 뿐 아니라 일상의 여행과 같은 공간이고 휴식의 공간이다. 코로나 이후에 좋은 카페에 더 많은 이들이 몰릴 것이다.
삼청동, 가로수길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예전같지 않다.  
성수동은 다르다. 패스트파이브ㆍ헤이그라운드 같은 공유 오피스 덕에 젊은 수요층이 계속 늘고 있다. 그리고 대지가 넓다. 아직 더 많은 가능성을 개척할 수 있다. 대규모 프랜차이즈가 상권을 무너뜨리는 일도 많이 없을 거라고 본다. 임대차보호법이 강화된 시점에 성수동이 떴기 때문에 대형 프랜차이즈 입점이 쉽지 않다.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사업자들은 어떤 미래를 맞게 될까.  
오프라인 공간은 양극화된다. 판매만을 위한 공간은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90%가 그에 해당한다. 나머지 10%의 공간은 독특한 콘텐츠를 가진, 고객을 불러들일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런 기획력이 있는 이들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열린다. 생각해보라. 콘텐츠 기획자가 없으면 공간을 유지할 수 없는 시대다.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공간 소유주들이 경쟁하게 된다. 공간 콘텐츠를 제대로 기획하는 법을 지금 배워야 하는 이유다.
폴인과 어반플레이, 가이드라이브는 성수동의 매력을 파헤치는 랜선 비즈니스 투어를 연다.

폴인과 어반플레이, 가이드라이브는 성수동의 매력을 파헤치는 랜선 비즈니스 투어를 연다.

다음달 4일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진행되는 〈라이브 비즈니스 투어 : 식지 않는 성수의 매력과 비밀〉에는 최원석 필라멘트앤코 대표 외에도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김시온 팀포지티브제로 대표,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참석해 성수동의 매력적인 공간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참가 신청은 폴인 웹사이트에서 할 수 있다.

인터뷰·글 = 심영규 건축 PD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