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처럼 마약 판 딜러…‘치킨·콜라’로 꼬셔 폰 비번 풀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1.29 05:00

경찰이 마약 딜러 A씨 휴대전화에서 찾아낸 마약 판매 텔레그램 채널 영상 캡처. 사진 전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경찰이 마약 딜러 A씨 휴대전화에서 찾아낸 마약 판매 텔레그램 채널 영상 캡처. 사진 전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홈쇼핑 쇼호스트처럼 마약 팔아"

"퀄리티 죽이는 물건 들어왔어요. 냄새부터 아주 독해요."

전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20대 구속

 최근 경찰에 붙잡힌 마약 딜러 A씨(20대)가 지난해 초 본인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에서 필로폰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이다. 경찰이 A씨의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영상에는 그가 필로폰 구매자들과 주고받은 대화가 고스란히 담겼다.

 A씨는 해당 채널에서 필로폰을 '굿즈'라 불렀다. 굿즈(goods)는 특정 브랜드나 연예인 등이 출시하는 기획 상품을 말한다. 그는 홈쇼핑 방송에서 쇼호스트가 상품을 소개하듯 불법 마약을 홍보했다.

 "○○(채널 이름)와 함께하시고 아껴주시는 모든 하선(마약 딜러)분들 2020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현재 가격은 이벤트가 끝나서 정상가입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올리거나 필로폰 사진에 "이뿌다 이뻐(이쁘다 이뻐)"라고 추임새를 넣는 식이다. A씨의 은밀한 마약 딜러 생활은 지난 25일 경찰이 그를 긴급체포하면서 막을 내렸다.

 전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8일 "텔레그램과 다크 웹에서 만든 마약 광고 채널을 통해 필로폰을 판매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A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다크 웹(Dark web)은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웹을 말한다. A씨는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가량 텔레그램 채널에서 본인이 직접 주사기로 필로폰을 투약하는 영상을 올리는 방법으로 필로폰을 판매한 혐의다.

 A씨는 일정 기간 필로폰을 거래하고 나면 텔레그램 채널을 폭파한 뒤 다른 방을 새로 만들어 옮겨 다녔다고 경찰은 전했다. 조사 결과 A씨는 특정 장소에 거래할 마약을 숨기면 구매자가 찾아가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을 팔았다. 구매자가 입금하면 A씨가 필로폰을 숨겨둔 장소를 찍은 사진을 구매자에게 보내는 방식이다.

경찰이 마약 딜러 A씨 휴대전화에서 찾아낸 마약 판매 텔레그램 채널 영상 캡처. 필로폰 사진과 함께 구매자와 주고받은 대화가 담겼다. 사진 전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경찰이 마약 딜러 A씨 휴대전화에서 찾아낸 마약 판매 텔레그램 채널 영상 캡처. 필로폰 사진과 함께 구매자와 주고받은 대화가 담겼다. 사진 전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BJ 할래?" SNS로 가출 청소년 꼬드겨    

 A씨는 주로 에어컨 실외기 옆이나 밑에 필로폰을 숨겼다.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사람 눈에 잘 띄지 않고 폐쇄회로TV(CCTV)가 없는 장소를 택했다고 한다.

 A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가출 청소년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들에게 자신을 BJ(인터넷 방송인) 매니저라고 소개한 뒤 "BJ를 시켜주겠다. 돈도 벌 수 있다"고 꼬드겨 모텔에서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25일 검거 현장에서 A씨와 함께 있던 여자 청소년 2명을 긴급히 보호자에게 인계하고 치료를 받도록 조처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A씨가 투약하려던 필로폰과 주사기도 압수했다. A씨는 경찰에서 "필로폰을 판매하고 일부는 내가 투약했다"고 혐의 일부를 시인했다. 하지만 마약 공급책과 구체적인 판매 규모와 수익 등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치킨·콜라 공세로 알아낸 아이폰 비번"

 당초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인 아이폰을 압수했지만, 그가 비밀번호를 함구해 속앓이했다. 아이폰은 비밀번호를 모르면 해제하는 데 오랜 시일이 걸려서다. 수사팀은 지난 27일 A씨를 구속한 뒤 치킨과 콜라 등을 사주며 설득한 끝에 비밀번호을 알아냈다고 한다. 경찰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A씨의 윗선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김광수 전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텔레그램 내 마약 채널 광고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며 "온라인을 통한 마약 거래는 청소년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선제 집중 단속을 통해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이버상의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기고 얼마든지 추적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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