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호텔도 무릎꿇다…코로나에 명동 호텔 90% 매물로

중앙일보

입력 2021.01.29 05:00

업데이트 2021.01.29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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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버닝썬 사태로 유명해진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 호텔 전경. [르메르디앙호텔 홈페이지]

버닝썬 사태로 유명해진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 호텔 전경. [르메르디앙호텔 홈페이지]

서울 시내 호텔들이 부동산시장에 매물로 쏟아져 나온다. 강남 최초의 특급호텔인 서초구 쉐라톤팔래스호텔과 '버닝썬' 사태로 유명해진 강남구의 르메르디앙호텔, 그리고 60년 전통의 중구 더블에이(옛 명동 아스토리아호텔)가 최근 팔렸고 용산구 크라운호텔, 중구 티마크호텔명동 등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호텔은 셀 수 없을 정도다. 명동 지역 호텔 중 열에 아홉은 매물로 나와 있다. 한진수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제자 중에 명동, 충무로 등지에서 호텔 지배인을 하다 그만뒀다는 연락이 계속 온다"고 말했다. 호텔업계에서는 올해 전체 서울 호텔 중 많게는 절반가량이 매각될 것으로 본다.

길어지는 코로나에 "더 이상 못 버텨"
명동,충무로 호텔 열에 아홉은 매물
부동산업계에선 노른자 호텔 땅 관심
고급 오피스텔,공유주택 등으로 변신

특별법으로 호텔 수 급증한 상황에서 코로나 직격탄

서울 호텔 등록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서울 호텔 등록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렇게 사상 초유의 호텔매물 홍수사태가 빚어진 건 호텔 건립을 장려하는 정부의 특별법으로 호텔이 급증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중국 관광객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이들을 원활하게 수용하기 위해 2012년 각종 규제를 완화한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을 한시적(2016년까지)으로 시행했다. 용적률 기준(서울 기준 일반주거지역 150%, 상업지역 500%)을 완화했고, 주차공간 확보 기준(134㎡ → 300㎡당 1대) 등도 풀었다. 이에 따라 서울 시내 호텔은 2012년 161곳에서 2019년 460곳으로 186%증가했다. 명동에서 관광호텔을 운영하는 김모(56)씨는 "지난해까지는 코로나가 곧 진정되겠지 하는 기대감에 휴업으로 인건비 등을 줄이며 어떻게든 버텼는데 이제는 포기할 수밖에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발할 땅 귀한 서울…호텔 부지는 노른자위

매물로 나온 서울 호텔에 눈독을 들이는 이들은 부동산디벨로퍼, 자산운용사, 투자은행, 건설사, 외국계 투자회사 등이다.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중에는 30조원대의 자금을 굴리는 회사도 있다. 권지훈 제너럴에쿼티 파트너스 회장은 "이들이 주목하는 건 주로 호텔 건물이 아니라 땅"이라며 "서울 시내에 새로 무언가를 지을 수 있는 땅이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입지가 뛰어난 호텔 부지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크라운호텔은 오피스텔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크라운호텔 홈페이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크라운호텔은 오피스텔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크라운호텔 홈페이지]

호텔을 헐고 그 자리에 고급 주거시설을 짓는 프로젝트가 가장 많이 진행된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7000억원에 사들인 르메르디앙 호텔(대지 1만362㎡)은 잠실 롯데타워 시그니엘이나 청담동의 피엔폴루스 같은 최고급 주거용 오피스텔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시그니엘은 전용면적 244㎡ 오피스텔 한 실이 115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부동산디벨로퍼 더랜드가 3500억원에 매입한 쉐라톤팔래스(9968㎡)도 호텔을 헐고 고급 주거단지로 개발할 예정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매수협상자로 지정된 크라운호텔(7011㎡)과 동대문구의 경남호텔(3633㎡)도 현대건설이 오피스텔로 지을 계획이다.

용산 드래곤시티호텔 중 500객실은 공유주거지로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 호텔 전경. [드래곤시티 홈페이지]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 호텔 전경. [드래곤시티 홈페이지]

기존 호텔 시설을 일부 변경해 공유주택 등으로 바꾸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공유주택이란 위워크 같은 공유오피스의 주거용 버전으로 건물 1~2층에 호텔라운지, 휘트니스센터, 독서실 등의 편의시설을 만들어 입주자들이 공유하는 새로운 개념의 주택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인 용산 드래곤시티 호텔은 전체 1700객실 중 500실을 공유주거지로 변경할 계획이다. 부동산컨설팅회사 주 카인드의 류상엽 대표는 "자산운용사들이 호텔을 매입해 공유주택으로 바꾸고, 공유주택 관리 전문 회사들이 공유주택 내 시설들을 운영하는 것이 새로운 트랜드"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전세대책에도 호텔을 공공임대주택으로 바꾸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 대학생·청년의 주거안정을 위해 청년 맞춤형 공유주택 '안암생활'을 공급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장기간 공실 상태에 있었던 도심 내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 대학생·청년의 주거안정을 위해 청년 맞춤형 공유주택 '안암생활'을 공급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장기간 공실 상태에 있었던 도심 내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변화에 걸림돌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정부의 호텔 건립 장려 특별법으로 이미 용적률 혜택을 받은 호텔을 다시 다른 용도로 전환할 경우 기존 혜택을 유지해도 되느냐는 지적도 있다. 최근 호텔을 매입한 사업자들도 아직 인허가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또한 도시에 호텔이 꼭 필요한 시설인 만큼 코로나 이후에 호텔 부족 문제가 다시 대두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함종선·김원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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