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임성근 판사 탄핵안 추진…국회 가결 땐 사상 처음

중앙일보

입력 2021.01.29 00:03

업데이트 2021.01.29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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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임성근

임성근

더불어민주당이 사법 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소추를 추진하기로 했다.

사법권 남용 의혹…의총 뒤 결정
당내 “사법부 길들이기 비칠 우려”
탄핵안 통과 땐 헌재가 최종 결정
임 판사 1심서 무죄…2월 퇴직 예정

법관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헌정 사상 첫 사례가 된다. 국회가 탄핵안을 가결하면 최종 탄핵 여부는 헌법재판소가 결정하게 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8일 비대면 정책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헌법 위반 혐의를 받는 임 부장판사에 대한 의원들의 탄핵소추 추진을 허용하기로 했다”며 “여러 가지 판단 끝에 (의원총회 후) 김태년 원내대표가 ‘탄핵안 추진을 허용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고, 제가 동의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도 “국회가 탄핵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회가 탄핵하지 않는 것은 임무 방기’라는 다수 의원의 의견을 당이 존중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10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탄핵안이 2월 1일 열리는 본회의에 보고되면 ‘24시간 이후 72시간 내 표결한다’는 국회법에 따라 2월 3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174석 민주당 의석만으로도 의결정족수인 과반(151명 이상)을 채울 수 있어 가결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나온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헌재로 넘어가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동의가 있을 경우 파면이 결정된다.

임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의 재판(2015년 12월)을 앞두고 미리 판결 내용을 보고받고 수정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에 해당한다”면서도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직권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임 부장판사는 최근 임기 연장을 신청하지 않아 2월 하순 퇴직을 앞둔 상태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돼도 헌재 결정이 2월 안에 나오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탄핵을 추진해도 실익이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임 부장판사와 함께 탄핵이 거론돼 온 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잘못이 상대적으로 경미하다”는 이유로 빠졌다.

사법 농단 제보자인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류호정 정의당, 강민정 열린민주당,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 범여권 107명의 명의로 법관 탄핵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이 의원은 의총에서 “3일이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수 있다”며 속전속결을 주장했다. 당내 일각에선 ‘사법부 길들이기’로 비칠 수 있다는 점과 여야 관계 경색 등을 이유로 신중론을 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차기 당권 주자인 송영길·우원식·홍영표 의원이 “국회가 탄핵 발의를 하지 않는 건 책임방기”라며 이탄희 의원 주장에 힘을 실으면서 탄력이 붙었다. 강성 친문 세력이 장악한 당원게시판에서도 “탄핵을 안 하면 국민의힘과 뭐가 다른가” 등 탄핵 추진을 압박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법관 탄핵은 1985년 12대 국회 당시 유태흥 대법원장 불공정 인사가 논란이 돼 발의됐지만 부결됐다. 2009년 18대 국회에선 신영철 당시 대법관의 광우병 촛불집회 재판 개입 문제로 민주당이 탄핵안을 발의했지만 표결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김효성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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