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8년 전 모차르트의 ‘환생’

중앙일보

입력 2021.01.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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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27일 모차르트 탄생일을 맞아 유럽에서 공개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모차르트 ‘알레그로 D장조’ 초연 모습. [유튜브 캡처]

지난 27일 모차르트 탄생일을 맞아 유럽에서 공개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모차르트 ‘알레그로 D장조’ 초연 모습. [유튜브 캡처]

경쾌한 4분의 3박으로 시작해 새로운 주제로 넘어갔다가 다시 유쾌하게 끝맺는 형식. 1791년 세상을 떠난 모차르트의 ‘신곡’이 2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공개됐다. 모차르테움 재단이 주관한 ‘모차르트 위크’ 무대 중 하나로,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26)이 연주를 맡았다.

조성진, 모차르트 17세 때 쓴 곡
‘알레그로 D장조’ 세계 최초 연주
두쪽짜리 악보 놓고 94초간 표현

이번에 공개된 새로운 곡은 모차르트가 17세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알레그로 D장조’ 작품번호(K) 626b/16이다. 조성진은 두 페이지짜리 짧은 악보를 펼쳐놓고 94초 동안 장난기 넘치는 모차르트를 표현했다. 작곡된 지 248년 만의 초연이었다.

모차르테움 재단에 따르면 이 곡은 모차르트 사후 경매에 넘겨졌다가 파리의 한 미술 상인이 가지고 있던 것을 재단이 구입했다. 재단의 연구 책임자인 울리히 라이싱어는 “외부 전문가 4명에 의뢰해 자필 악보의 진위를 판단했다”며 “모차르트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 공개되는 것은 오랜만”이라고 설명했다. 총괄 매니저인 토비아스 데부흐는 “작품의 부분이나 스케치가 아닌 완전한 피아노곡”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27일 공개된 모차르트 ‘알레그로 D장조’의 자필 악보. [유튜브 캡처]

27일 공개된 모차르트 ‘알레그로 D장조’의 자필 악보. [유튜브 캡처]

모차르트의 알려진 작품은 600곡이 넘는다. 하지만 그의 생전에 출판된 작품은 144곡뿐이다. 당시에는 작품을 인쇄해 기록하는 일이 드물었고, 악보를 매개로 같은 곡을 반복해서 연주하는 경우도 적었다. 대신 모차르트는 방대한 양의 출판되지 않은 악보를 남겼고, 완성되지 않은 스케치 형식도 포함됐다.

음악학자 강용식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이 예고되면 학자들은 도서관에서 악보와 책을 가지고 피난을 떠났다. 이렇게 모차르트 악보가 많이 흩어졌다”고 설명했다.

라이싱어는 “모차르트가 이탈리아 여행 중, 혹은 그 이후인 1773년에 쓴 곡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어린 모차르트는 1781년 빈에 정착하기 전까지 궁중 음악가로 ‘직장’을 구하기 위해 유럽 전역을 돌았다. 음악학자 이성률은 “1770년대 초반 모차르트 부자는 아들의 취업을 위해 로마·밀라노·볼로냐를 여행했지만 결국 좋은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초연된 작품에는 이미 번호가 매겨져 있었다. K.626b/16이다. 모차르트 작품의 번호는 음악학자인 루트비히 쾨헬(1800~1877)이 붙인 순서를 대체로 따른다. 1862년 쾨헬은 작곡 연도순으로 총 626곡에 번호를 붙였고 자신의 이름 앞글자 K로 정리했다. 마지막 곡은 미완성으로 남은 레퀴엠(진혼곡)이다.

하지만 이후 미발표곡이 발견되고, 작곡 연도가 바뀌는 일이 자주 일어나 20세기 중반까지 총 7차례에 걸쳐 쾨헬 번호가 수정됐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된 작품, 스케치만 남아있는 곡, 작곡 흔적은 있으나 원본이 남아있지 않은 경우에 마지막 번호인 626에 소문자 알파벳을 붙여 작품 번호를 매겼다. 강용식은 “모차르트가 남긴 42개의 스케치를 626b로 묶었고 이번 곡은 그중 16번째 곡”이라고 설명했다.

27일 연주된 알레그로는 작곡됐다는 기록이 있었기 때문에 작품 번호가 붙어있었지만, 원본은 이제야 발견됐다. 이성률은 “모차르트 가족들만큼 기록이 많은 작곡가 가족도 드물다”라며 “편지와 기록에 작곡 시기, 헌정 대상, 내용 등을 꼼꼼히 써놨다”고 설명했다.

조성진이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대극장에서 모차르트 소나타를 비롯해 알레그로 D장조를 연주한 녹화 영상은 유럽에서 27일 도이치 그라모폰 온라인 페이지, 메디치 TV로 공개됐다. 한국에서는 LG유플러스가 IPTV 서비스 U+tv와 모바일 미디어 플랫폼 U+모바일tv에서 27일부터 독점 제공했다. 영상이 아닌 음원은 29일 공개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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