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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탑’ 나비효과로 증시 출렁, 코스피도 3100선 깨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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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비디오게임 유통 체인인 게임스탑의 주가 폭등으로 ‘레딧 부자(Reddit Rich)’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미국 맨해튼의 게임스탑 매장. [로이터]

비디오게임 유통 체인인 게임스탑의 주가 폭등으로 ‘레딧 부자(Reddit Rich)’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미국 맨해튼의 게임스탑 매장. [로이터]

‘게임스탑’ 나비효과에 세계 증시가 출렁였다. 28일 코스피 3100선이 무너졌다. 전날보다 1.71%(53.51%포인트) 내린 3069.05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가치는 달러당 1120원 부근까지 밀렸다. 일본 닛케이(-1.53%)와 홍콩 항셍(-2.57%) 등 아시아 증시도 미끄러졌다. 앞서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3대 지수는 나란히 2% 넘게 하락했다.

미국 개미들 공매도 세력과 대결 #작전주 게임스탑 사들여 주가 견인 #헤지펀드들 막대한 손실 보고 백기 #미 증권거래위·백악관 “사태 주시”

시장이 흔들린 건 비디오게임 유통 체인인 ‘게임스탑’을 둘러싼 미국 ‘불개미’와의 공매도 대첩에서 막대한 손실을 본 헤지펀드가 백기 투항한 영향 탓이다. ‘마진콜(손실 난 계약의 증거금 부족분을 채우라는 요구)’을 받은 헤지펀드가 주식을 처분하며 미국과 세계 증시가 미끄럼틀을 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백악관까지 나서 “사태를 주시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사태는 일파만파다.

게임스탑 주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게임스탑 주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국판 ‘공매도 대첩’의 한가운데 게임스탑이 있다. 이 회사는 온라인 게임 시장이 커지며 적자가 이어지자 전 세계에 약 6000여개의 매장 중 1000여 개의 매장을 닫겠다고 지난해 말 선언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게임스탑 주가는 폭등했다. 연초 10달러대이던 주가는 27일 347.51달러까지 치솟았다. 게임스탑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 미국의 온라인 반려동물용품 쇼핑몰인 ‘츄이’의 최고경영자(CEO) 라이언 코언이 주식을 샀다고 밝히면서다. 지난 13일 코언이 게임스탑 이사진에 합류하면서 주가에 불이 붙었다. 수익성 개선을 기대한 미국 개미들이 쓸어담기 시작했다.

돈 냄새를 맡은 헤지펀드도 판에 뛰어들었다.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고 판단하며 공매도(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팔아 차익을 얻는 투자기법)에 나선 것이다. 개미들은 공매도 세력과의 일전을 선포했다. 구심점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정보 공유방인 ‘월스트리트베츠’다. 작전주 ‘게임스탑’을 앞세운 불개미는 현물 주식뿐만 아니라 파생상품시장에서 콜옵션(만기일 이전에 미리 행사한 가격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권리)까지 사들이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하룻강아지’의 일격에 시장의 범(헤지펀드)이 무너졌다. 27일 헤지펀드인 멜빈 캐피털은 게임스탑으로 37억 달러(4조 1325억원)가 넘는 손실을 내고 공매도 계약을 종료했다. 금융분석업체 S3 파트너스에 따르면 올해 헤지펀드 등이 게임스탑 공매도로 본 손실 규모는 50억 달러(약 5조 5845억원)가 넘는다. 주가가 더 오르기 전 손실을 줄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주식을 비싼 값에 사들이는 ‘공매도 쥐어짜기’ 때문이다.

돈방석에 올라앉은 이도 있다. 미국 CNBC에 따르면 게임스탑 열풍에 불을 지른 코헨은 전체 지분의 13%를 보유하며 지난 26일 기준 보유가치는 13억 달러에 이르렀다. 순 자산이 하루에 9000만 달러(약 1007억원), 시간당 400만 달러(약 44억원)씩 불어난 셈이다. 서브프라임 자동차 담보 대출업체 ‘크레딧 억셉턴스 코퍼레이션’의 창업자 도날드 포스 전(前) 대표(5억 달러),게임스탑 CEO인 조지 셔먼(3억5000만 달러)도 돈방석에 앉았다. 그뿐만 아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헤지펀드 투자자 마이클 버리도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게임스탑 주식을 170만주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 이 주식을 그래도 가지고 있다면 그가 차익으로 남긴 돈만 5억7252만달러(약 6409억원)에 이른다.

홍지유·윤상언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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