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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시대 ‘출산장려정책의 허실’ 더 파헤쳐주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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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독자위원회, 중앙일보를 말하다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2021년 첫 회의가 27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 9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위원들은 1월 지면과 온라인을 통해 독자들에게 제공된 인구 감소 문제, 코로나19, 미국 새 행정부 출범 등 기사들에 대한 비평과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임현동 기자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2021년 첫 회의가 27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 9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위원들은 1월 지면과 온라인을 통해 독자들에게 제공된 인구 감소 문제, 코로나19, 미국 새 행정부 출범 등 기사들에 대한 비평과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임현동 기자

2021년 첫 중앙일보 독자위원회는 27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일부 위원들은 e메일로 의견을 보내왔다. 김우식(KAIST 이사장)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은 인구 감소 문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미국 바이든 행정부 개막 등 1월을 달궜던 이슈들에 대한 중앙일보의 지면 및 온라인 기사들을 읽고 예리한 지적과 향후 개선 방안 등을 제시했다. 위원들의 비판과 조언을 소개한다.

김우식 위원장(KAIST 이사장)
‘미·중과 핵무장 북한, 혼돈의 시대’
일반인의 국제사회 걱정 잘 짚어

강호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인구감소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대한민국에 묻다’서 다뤄주길

김동조 벨로서티인베스터 대표
층간소음 문제 다룬 기사 3건
‘이웃간 친밀감 높이기’ 해법 허탈 

▶김우식 KAIST 이사장=1월 4일자 1면에 인구 2만명이 감소했고 앞으로 더 줄 것이라는 가사와 30면 사설 ‘충격적인 인구 첫 감소, 저출산 대책 다시 짜야’, 5일자 1면 ‘인구감소 시대 공무원 9만명 늘린 문 정부’와 30면 사설 ‘인구 절벽에 묻지마 공무원 증원이라니’에서 인구 감소 문제를 연속 다뤘다. 이런 걱정 때문에 그동안 정부가 돈을 많이 써서 출산장려를 해 왔는데 그런 인구장려정책의 허와 실을 좀 파헤쳐서 범국민적으로 알려주는 기사가 보다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호인 전 국토교통부 장관=2030년부터는 한해 50만~60만명씩 줄어들어서 인구 절벽이 가팔라질 걸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인구감소는 잠재성장력, 경제 활력, 재정수지 및 연금, 노동시장과 정년, 교육, 국방, 복지, 가족 및 주거형태, 지방도시 소멸 등 경제사회 전 분야에 영향 끼치는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지난해 시작한 ‘대한민국에 묻다’ 시리즈에서 올해는 이런 인구감소 정책 대응과 방향을 주제로 해서 관련 수요들을 발굴하고 토론해 나가면 어떨까 싶다.

▶민영 고려대 교수=13일자 ‘“갓 스물 임신부, 새해 첫날 낙태 요구”…카톡방선 중절 상담’ 기사는 낙태죄 위헌 결정 이후 입법 공백이 발생하며 현장에서 어떻게 혼란이 발생하고 있는지 짚었다. 기사의 첫 내용이 한 의사가 ‘2000년생 여성이 상담해왔다’고 호소하는 내용부터 시작한다. 의료인이 이렇게 환자 정보를 아무리 익명이라 해도 노출하는 게, 이걸 또 기사화하는 게 과연 타당한가 의문이 들었다. 또 가능하면 여성계 요구처럼 낙태보단 임신 중지, 임신 중단이라는 중립적 용어 썼으면 한다.

▶임유진 강원대 교수=중앙일보의 일부 기사가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한다는 느낌도 있었는데 이번 달에는 팩트에 기초한 비판과 지적 이뤄진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대표적으로 20일자 기사에서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관련 논의 중 1인 가구 증가로 주택 수요 늘자 집값 상승했다는 대통령 말에 대해 그게 아니라 반대라는 것을 잘 지적했다. 2014년부터 집값 상승과 1인 가구 증가 추이를 그래프로도 잘 보여줬다.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대학원장=2일자 중앙선데이의 ‘준비된 국가·기업 코로나 백신 개발 혁신 이뤘다’는 제목의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장의 글과 20일자 이철호 칼럼 ‘우리만 몰랐던 모더나와 파우치의 숨은 비밀’은 우리 정부가 백신 개발에 얼마나 인색했는지 잘 보여주는 심층 칼럼이었다. 정부에서 자랑하는 K방역이 개인정보를 리얼타임으로 공개하는 수준인데, 진짜로 해야 하는 K방역은 백신개발 투자라는 걸 정확히 지적해 줬다.

▶김동조 벨로서티인베스터 대표=4일자 ‘올림픽 조급증 백신 서둘렀지만 정작 일본 국내에선 “백신 후진국”’ 기사의 제목만 보면 일본이 굉장히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본문을 봤더니 사실 일본이 잘못한 게 그렇게까지 없고 비판할 게 별로 없는 내용이었다. 제목이 일본 깎아내리는 뉘앙스인데 실제 팩트는 별로 그렇지 않다.

김소연 뉴닉 대표
김종철 사건 제목 ‘장혜영의 용기’
피해자 입장·의도 이해 좋았다

김은미 서울대 교수
노동시장 유연성에 관한 기사들
20대 젊은층 목소리 더 담겨야 

출산장려정책의 허실

출산장려정책의 허실

▶민영=지난해 말 백신 확보에 늦어져서 문제라는 보도가 많았는데, 제 주변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안 맞겠다는 분들도 굉장히 많다. 중앙일보는 그동안 백신만이 해법이란 걸 굉장히 강조했다. 백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계속 제공하는 등 책임감 있는 후속보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양인집 어니컴 대표=12일자 “韓, 바이든 측에 싱가포르식 북미 정상회담 제안” 기사는 우리 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미국 중견 안보통을 통해서 바이든 행정부에 싱가포르 정신으로 돌아가서 북미정상회담을 재개하자고 제안했다는 기사다. 그런데 기사를 보면 그 발언한 관계자가 누군지, 메신저가 누군지, 출범도 안 한 바이든 행정부의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셋 다 이름이 없다. 발신자, 전달자, 수신자 이름이 모두 없으면 기사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임유진=중대재해법은 노동·산업·정계 모두 불만족하는 법률이었는데 그런 내용에 대해 무조건 비판보다는 각각 어떤 점 때문에 불만인지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길게 잘 설명해주는 기사가 나왔다. 산재가 발생하는 문제는 관리자·사용자 문제기도 하지만 노동자 스스로 자기를 지키고 안전교육 우선시되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은 다뤄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이런 내용 중심으로 솔루션 제공을 해줬으면 했다.

▶김은미 서울대 교수=노동시장 유연성과 관련해 20대 일반인과 학생들, 노동시장 진입해야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신문에 담겨야 한다. 전통시장 때문에 대형마트나 쇼핑몰 닫는다는 것도 20대 후반과 30대 후반의 대답이 다르다. 20대는 온라인 시장이 결국 자기들의 노동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시각이 극명하게 갈린다. 아직도 중앙일보를 포함해서 한국 언론에는 올드 제너레이션의 목소리가 더 담기는 편향이 있다.

민영 고려대 교수
‘갓 스물 임신부, 낙태요구’ 기사
환자정보 기사화 타당한지 의문

양인집 어니컴 대표
‘싱가포르식 북미 정상회담 제안’
발신자·전달자·수신자 모두 없어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
온라인 기사의 밸류 판단 아쉬워
언론으로서 포털과 차별성 보여야

▶김소연 뉴닉 대표=김종철 정의당 대표의 강제추행 사건을 중앙일보는 ‘장혜영의 용기’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어떤 종류의 ‘피해자다움’도 거부하고 스스로를 드러내면서 사회가 어떤 문제를 직시해야 하는지를 짚어낸 장 의원의 의도를 이해했기 때문에 나온 제목이었다고 생각하고, 인상깊은 부분이었다. 반면 ‘진보 덮친 성추행’으로 전체 기획의 제목을 잡았던 점 등 정쟁의 프레임에서 문제를 해석하려는 관점은 꼭 필요했나 싶다. 앞으로 피해자의 입장을 충분히 담아 사건을 감수성 있게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에 던지는 물음과 의제들에 대한 건강한 논의를 적극적으로 이끌어주길 바란다.

▶김우식=1일자 24면 ‘미·중 일방주의와 암울한 핵무장 북한…혼돈의 시대’ 기사에서 각국의 자국 중심주의와 북한의 대미·대남 도발 가능성 등 일반인들이 속으로 걱정하는 것들을 잘 짚어줬다. 복잡한 시기일수록 언론에서 관심을 갖고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주는 게 좋다.

▶양인집=12일자 4면과 5면에 북한 제8차 노동자대회 사진 한장을 양면에 걸쳐서 펼쳤다. 전날도 적지 않은 사이드로 8차 대회에 대한 컬러 사진이 실렸다. 우리 대통령 취임사나 미국 대통령 취임식도 그렇게 다룬 적이 없었다.

임유진 강원대 교수
문 대통령 “1인 가구가 집값 올려”
잘못된 발언, 팩트 기반 잘 부각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대학원장
‘모더나와 파우치의 비밀’ 칼럼
백신개발 투자 중요성 잘 지적 

▶김동조=25일 층간소음 기사가 칼럼 포함 세 개나 있었다. 많은 한국 국민이 층간소음 때문에 고통받고 있고 제 주변에도 이사한 친구들 굉장히 많다. 저도 관심 갖고 봤는데, 세 기사의 결론이 이웃 간 친밀감 높이는 것이 유일한 해법인 것처럼 되어 있어서 허탈했다. 이렇게 심층 기사 쓰는 것은 좋은데 외국 사례나, 왜 고가 아파트에서도 층간소음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지 더 분석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중앙일보 온라인 기사는 제대로 언론 역할을 못 하고 있는 포털과의 차별성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한 개인의 소셜미디어 발언 등을 그대로 다른 기사와 동등한 위치로 온라인에 올리는 것은 전통 있는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우식=8일자 21면 ‘북풍이 가장 먼저 닿는 곳, 한탄강 얼음 안에서’ 기사를 보고 가슴이 막 뛰더라. 답답한 우리네 환경 속에서 모처럼 겨울 볼거리를 찾은 거 같았다. 막연하게나마 희망을 주는 그런 기사였다. 재미있고 신선하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그런 재미있는 기획이 많아지면 좋겠다.

▶김은미=오피니언란에 새로 등장한 에바 존의 문화산책은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중앙일보 칼럼의 다양성이 확대됐다. 그 측면에서 13일자 권혁재의 사람 사진 기사에 실린 ‘82년생 배우 오유미의 꿈’도 기억에 남는다. 저명한 인물이 아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일상과 꿈을 이뤄가는 삶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코로나 시기에 다들 힘든 시기에 아주 적절한 선택이었다.

정리=문병주 사회에디터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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