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매도 논란 속, 또다른 변수 MSCI…금지 연장=주가 하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주식 공매도 얘기다. 오는 3월 15일 종료되는 공매도 금지 조치의 연장 여부가 다음 달 결정된다. 공매도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정치권과 개인 투자자의 반대 속 공매도 재개를 둘러싼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지수다. 공매도 금지가 길어지면 MSCI 지수 내 한국 비중이 축소돼 외국인 자금의 국내 증시 이탈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선뜻 공매도 금지 연장을 선택하기 어려워진 이유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공매도 전면 금지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글로벌 투자 지표 중 하나인 MSCI 지수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투자 지표 중 하나인 MSCI 지수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외국인 자금 이탈 영향권, 최대 850조원"

MSCI는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와 함께 글로벌 펀드들이 투자 기준으로 삼는 대표 지수다. 세계 각국의 주식시장을 선진·신흥·프런티어시장 등으로 나누는데, 한국 증시는 신흥국(EM) 지수에 편입돼 있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들은 MSCI 지수에서 한국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만큼 한국 주식을 사들인다.

이달 초 기준 MSCI EM 지수에서 한국 비중은 13% 정도로, 중국(40%)에 이어 두 번째다. 특정 펀드가 신흥국에 100억원을 투자한다면 한국 주식에 13억원어치를 투자하는 식이다

MSCI는 일반적으로 반기(5·11월)마다 지수 편입 비중을 조정한다. 이때 1년 이상 장기 공매도 금지 조치는 마이너스 요인이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공매도가 지난해 3월부터 금지된 만큼 1년이 지난 오는 5월에도 재개되지 않으면 신흥국 지수에서 한국 투자 비중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터키는 지난해 6월 MSCI로부터 신흥국 지수에서 강등될 것이란 경고를 받았다. 2019년 10월부터 공매도 금지 조치를 시행한 탓이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 자율성에 관한 MSCI 지수 평가 기준에 공매도가 포함돼 있다"며 "제도적으로 공매도가 막혀 MSCI가 '한국 시장이 투자에 원활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한국을 신흥국 지수에서 탈락시키는 등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 투자 비중이 축소되면 이를 추종하는 자금도 국내 증시를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MSCI 신흥국 지수를 따르는 자금은 약 2조 달러(2200조원)로 추산된다. 단순 계산하면 한국 비중이 0.5%포인트만 줄어도 11조원이 빠져나갈 수 있단 얘기다. 김동영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자금 유출은 더 클 수 있다"며 "최대 850조원이 MSCI 지수의 영향권에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매도 금지 기간이 길어지면 MSCI 지수 비중 조정 때 감점 요인이 돼 공매도 재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충격보다 손해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 시장 외국인 순매수액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스피 시장 외국인 순매수액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비중 축소 등 페널티 없을 것" 의견도 

한국 증시의 숙원인 MSCI 선진국(DM) 지수 편입도 요원해질 수 있다. 한국이 MSCI 선진국 지수에 들어가면 연간 60조원의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지만(자본시장연구원), 그간 10년 넘게 편입은 불발됐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공매도 금지는 선진국 지수 편입에 부정적 요인"이라며 "공매도 관련 규정이 국가별 시장 분류 심사에 명시돼 있진 않지만, 정량적이 아닌 정성적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 미칠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지수 편입 등 시장 승격 땐 공매도 금지가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신흥국 지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을 공매도를 안 한다고 비중 축소 같은 페널티(벌칙)를 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SCI 지수는 그동안 국내 증시에 적잖은 영향을 끼쳐왔다. 특히 신흥국 지수에서 비중이 가장 큰 중국 움직임에 따라 외국인 수급이 출렁였다. 지수 내 비중이 바뀌면 투자자들이 이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데, 중국 비중이 커지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국가가 한국이기 때문이다.

중국 A주의 MSCI 신흥국 지수 편입이나 중국 앤트그룹 상장 계획 등 크고 작은 이슈가 나올 때마다 국내 시장 참가자들은 계산기를 두드리며 득실을 따졌다. 예컨대 앤트그룹 상장으로 MSCI 신흥국 지수가 조정되면, 한국 비율이 축소될 것을 우려했다. 익명을 원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MSCI 지수 조정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출 또는 유입된다고 단언하긴 어렵지만, 수급을 비춰볼 때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MSCI 신흥지수 내 국가별 비중.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MSCI 신흥지수 내 국가별 비중.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런 상황 속에서 IMF는 28일 한국 증시의 공매도 논란에 대한 의견을 냈다. 안드레아스 바우어 IMF 미션단장은 "한국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시장이 안정화됐고, 경제 회복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공매도 재개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투자자는 물론 모든 시장 참여자가 균등한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공매도 전면 금지를 통해 균등한 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은 굉장히 무딘 도구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매도 재개 여부를 결정할 금융당국의 고민도 더 깊어질 전망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2월 중 (공매도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유보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