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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조만간 의미 있는 인수합병”…13조원 ‘통 큰 배당’도 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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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삼성전자가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2017년 2월 미국의 자동차전장회사인 하만을 인수한지 4년 만에 ‘빅딜’을 공식화한 것이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은 28일 지난해 경영실적을 발표하면서 “이번 주주환원 정책기간(2021~23년) 안에 의미 있는 규모의 M&A와 시설투자 확대를 추진하겠다”며 “M&A 대상을 매우 신중히 검토해왔으며, 많은 준비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시장과 소통을 확대하겠다며 2018년부터 3개년 단위의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 기간 중 잉여현금흐름의 절반을 재원으로 배당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최 사장은 이어 “글로벌 무역갈등과 코로나19 확산 등 불확실성 속에서도 경쟁은 심화하고 기술 난도도 높아져 미래의 지속성장을 위해 필요한 R&D 투자와 파운드리(위탁생산) 등 시설투자 규모는 앞으로 크게 늘 것이며 M&A 실행 여력을 갖춰야 한다”고 그 필요성을 설명했다.

금융투자와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삼성이 밝힌 ‘의미 있는 규모의 M&A’ 대상이 반도체 업체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 4년간 사실상 M&A가 멈췄던 만큼 보유 현금이 증가해서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26조5660억원에 이른다. 항간에서는 대만 TSMC 수준의 유수의 업체를 사들일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최 사장은 “지난 주주환원 정책 기간(2018~20년)에 M&A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해 보유 현금이 증가했고 지속적인 현금 증가는 회사 경영에도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매출 61조5515억원, 영업이익 9조470억원의 실적을 거뒀다고 이날 공시했다. 지난 한 해 매출은 236조8100억원, 영업이익은 35조990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 기준으로는 역대 세 번째, 영업이익으로는 네 번째로 좋은 성적이다. 코로나19 여파와 미‧중 무역 갈등 속에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냈다. 또 사상 최대인 13조 원대 배당 계획도 내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새해 첫 업무 시작일인 지난 4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평택2공장을 찾아 관계자들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새해 첫 업무 시작일인 지난 4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평택2공장을 찾아 관계자들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번에도 반도체가 실적 호조의 ‘효자’ 노릇을 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52%)인 18조8100억원을 반도체로 벌었다. 반도체 영업이익은 2019년(14조200억원)보다 4조7900억원 늘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부문도 11조470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선방했다. 2018년(10조1700억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실적이다. 소비자가전(CE)부문은 3조5600억원을 남겼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노트북‧태블릿PC 같은 IT 제품, TV 등 가전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영업이익 52% 반도체로 벌어…가전·폰도 선방  

여기에다 ‘통 큰 배당’도 진행한다. 삼성전자는 이날 결산 배당과 2021~23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기존 결산 배당금은 보통주 기준 주당 354원이지만, 잔여 재원을 활용한 특별배당금으로 1578원을 더해 주당 1932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우선주는 주당 1933원을 받는다. 특별배당은 금융투자업계에서 예상했던 주당 1000원 선보다 50% 많은 금액이다. 특별배당을 포함한 배당금 총액은 13조1243억원 수준이다. 주주 배당은 주주총회 후 한 달 안에 지급된다.

이처럼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역대급 배당을 하는 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제시한 ‘주주 우선’ 정책이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어 우호적 여론 형성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이 부회장 측은 상속세 재원 마련도 가능하다. 지난해 10월 별세한 고(故) 이건희 회장이 배당받는 7462억원을 포함해 이 부회장 등 상속인들은 1조원가량의 배당을 받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는 올해 지난해보다 더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 예상 영업이익이 46조원으로, 지난해보다 10조원 이상 늘 것으로 본다. D램·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비메모리 반도체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연간 실적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삼성전자 연간 실적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올해 영업이익 46조원 이상 기대 

특히 삼성전자가 공을 들이고 있는 파운드리는 마진이 안정적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0%대다. 삼성전자는 25.8%였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은 인텔의 외주 물량 수주 등에 힘입어 TSMC와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5나노미터(㎚=1억 분의 1m) 이하 공정에서 생산 안정성 확보가 핵심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예년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겨 출시한 갤럭시S21의 반응도 괜찮다. 사전예약 물량이 전작인 갤럭시S20보다 20% 이상 많은 30만 대에 이른다. 모델별로 14만~25만원 값을 내린 게 시장에서 주효했다는 평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등 관계사도 호실적

한편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매출 30조5900억원, 영업이익 2조2400억원을 거뒀다고 이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1.4%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41% 증가했다. 삼성SDI는 매출 11조2948억원, 영업이익 6713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자동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소형전지 시장이 커진 효과를 봤다. 삼성SDS는 매출 11조174억원과 영업이익 8716억원, 삼성전기는 매출 8조2087억원과 영업이익 8291억3100만원을 기록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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