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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네이버 사옥 찾아간 정용진…이해진과 '적과의 동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8일 네이버 이해진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만나기 위해 네이버 본사에 들어오고 있다. 사진 추인영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8일 네이버 이해진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만나기 위해 네이버 본사에 들어오고 있다. 사진 추인영 기자

네이버와 신세계그룹이 손을 잡는다. 사실상의 동맹 관계를 맺기로 했다. 두 회사는 국내 온라인 쇼핑(e커머스) 시장을 놓고 경쟁해 왔다. ‘적과의 동침’이다. 28일 정용진(53)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경기도 성남시의 네이버 본사에서 이해진(54)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만나 구체적인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강희석(52) 이마트 대표 등이 배석했다.

정용진, 네이버 사옥서 이해진과 회동  

재계 관계자는 이날 “CJ대한통운과 비슷한 방식의 주식교환이든, 전략적 제휴든 신세계와 굳건한 관계를 맺고 온라인 쇼핑 시장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며 “정 부회장이 직접 이해진 GIO를 만날 만큼 협력 관계를 맺는다는 점은 불변의 사실”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물류업계 1위인 CJ대한통운과 주식 교환을 통해 손을 잡은 바 있다.

네이버는 신세계의 소싱 능력 필요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급변 중이다. 지난 2019년 135조원 선일 것으로 추정되던 시장 규모는 지난해 150조원 대를 돌파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네이버는 현재 온라인 쇼핑 시장의 1위 업체다. 2019년 기준 20조원 대의 거래액을 자랑한다. 네이버는 자본과 기술력을 모두 갖췄다. 그간  C2C(소비자 대 소비자 간)형 오픈마켓인 스마트 스토어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을 기준으로 스마트 스토어 입점 셀러(상인) 수는 38만명을 넘어섰다. 네이버페이를 통한 간편 결제도 강력한 무기다. 하지만 시장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만큼 방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스마트 스토어는 일종의 오픈 마켓인 만큼 네이버는 롯데나 신세계처럼 제품을 직접 소싱(sourcing)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주요 이커머스 사업자 거래액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요 이커머스 사업자 거래액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기존 유통업체들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다소 밀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프라인 채널은 아직 건재하다. 거래액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신세계그룹의 거래액은 40조원(2019년 기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네이버의 두 배다. 네이버가 최근 편의점 업계 1위(CU) 업체인 BGF리테일과 온ㆍ오프라인 연계(O2O) 플랫폼 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제휴를 맺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여기에 올해 안 쿠팡의 기업공개(IPO)가 이뤄지면, 쿠팡은 또다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게 분명하다. 재계 3위인 SK그룹 계열의 11번가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손을 잡고 일전을 준비 중이란 점도 부담이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신세계는 온·오프 연계능력과 AI 절실 

신세계그룹 역시 네이버와 협업을 통해 얻을 것이 많다. SSG닷컴에 그룹의 역량을 쏟고 있지만, 아직 네이버나 쿠팡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 SSG닷컴의 지난해 거래액은 4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와 손잡으면 신세계는 당장 업계 최고의 위상을 갖추게 된다. 두 회사의 온ㆍ오프라인 채널을 묶으면 상품 판매 유통망도 한결 강력해진다. 38만명을 넘긴 스마트 스토어 상인들과 협업도 가능하다. 네이버와 함께 온ㆍ오프라인 연계(O2O) 플랫폼 사업을 함께 꾸려나갈 수도 있다.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동작 인식 같은 네이버의 첨단 기술을 활용한 사업도 가능하다.

온라인 시장서 코너 몰리는 롯데 

예정대로 네이버와 신세계그룹 간 협업이 이뤄진다면 유통 시장뿐 아니라 국내 산업 지형 자체가 다시 한번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당장 네이버와 신세계그룹 연합이 유통 시장의 전면에 부상하게 된다. 이 경우 오프라인 유통 강자인 롯데그룹 역시 다른 기업과 손을 잡아야 하는 처지에 몰릴 수 있다. 롯데는 신동빈(66)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유통업체뿐 아니라 온ㆍ오프 채널에 물건을 팔아야 하는 제조업체들도 시장의 변화를 주의 깊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성남=이수기ㆍ추인영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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