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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화낼까봐 못했다” 캐나다 오타와 ‘트럼프路’ 개명 추진

중앙일보

입력

'트럼프 지우기'가 미국을 넘어 해외로 번졌다.

시의원 "재임기간엔 보복 우려해 못 바꿔"

26일(현지시간) 캐나다 공영 CBC 방송과 AFP통신에 따르면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딴 거리 명칭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캐나다 오타와시에 있는 '트럼프 애비뉴'의 이름을 바꿔달라는 청원이 최근 늘고 있다. [CTV 뉴스]

캐나다 오타와시에 있는 '트럼프 애비뉴'의 이름을 바꿔달라는 청원이 최근 늘고 있다. [CTV 뉴스]

트럼프의 이름을 딴 '트럼프 애비뉴'는 오타와 센트럴파크 지구에 있다. 차고가 딸린 벽돌집들이 모여 있는 조용한 동네다. 1990년대 후반에 조성된 센트럴파크 지구는 뉴욕에서 유래된 이름을 그대로 붙인 것이 많다.

캐나다 오타와에 위치한 '트럼프 애비뉴' 표지판 [AFP=연합뉴스]

캐나다 오타와에 위치한 '트럼프 애비뉴' 표지판 [AFP=연합뉴스]

2008년부터 이 거리에 사는 보니 바울링은 "처음에는 그냥 웃으며 넘어갈 화제였지만 여기 살면서 트럼프에 대한 뉴스가 더 많이 나올수록 그의 이름을 딴 거리에 산다는 것에 속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의 수도에 트럼프의 이름을 딴 거리가 있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더구나 트럼프가 미국 의사당에 대한 공격을 선동해 탄핵소추까지 당한 만큼, 이제는 거리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인 케일리 브룩스는 "지금은 그 이름과 연관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공문서 등의 주소란에 '트럼프 애비뉴'라고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일부 주민은 트럼프가 재임할 동안에도 오타와시에 개칭을 청원했지만, 거리 이름은 그대로 유지됐다.

주민 보니 바울링은 트럼프 애비뉴의 이름이 바뀌길 원하는 청원자 중 한 사람이다. [AFP=연합뉴스]

주민 보니 바울링은 트럼프 애비뉴의 이름이 바뀌길 원하는 청원자 중 한 사람이다. [AFP=연합뉴스]

오타와 지역 의원을 지내고 있는 라일리 브로킹턴 의원은 "솔직히 재임 중에 이름을 바꾸는 것은 트럼프를 분노하게 할 것 같아서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트럼프가 명칭 변경 사실을 알고 캐나다에 징벌적 조치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퇴임하면서 이제는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거리명을 바꾸려면 적어도 50%의 주민 동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브로킹턴 의원은 "변경 절차를 밟으려면 약 6개월이 걸릴 전망이다"라고 설명했다.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오른쪽)가 나토 정상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오른쪽)가 나토 정상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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