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안혜리의 시선

조민의 신의 한 수

중앙일보

입력 2021.01.28 00:29

업데이트 2021.03.1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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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안혜리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안혜리 논설위원

안혜리 논설위원

요즘 의사들의 최대 관심사는 법정에서 드러난 입시부정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묵인하에 의사국시에 통과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의 인턴 수련병원 선택이 아닐까 싶다. 빅5 병원 중 한 곳에 지원할 것이라는 추측이 잇따르자 지원부터 합격 여부 등을 제보받겠다는 ‘조민 수호단’까지 등장했다. 인턴은 전공과목별로 따로 지원하지 않지만, 통상 1년 뒤 이어지는 레지던트 수련까지 염두에 두고 병원을 고른다. 조씨의 관심 과목이 피부과로 알려지자 주요 대학병원 피부과 교수들이 긴장한 이유다.

문 대통령 측근 원장인 NMC 지원
복지부는 석연찮은 정원 늘리기
‘조민 피부과 의사’ 만들기 플랜?

모두가 빅5 병원만 쳐다보고 있을 때 뜻밖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표창장 조작도 서슴지 않는 대담한 스펙 만들기로 필기시험 한번 없이 한영외고에서 고려대, 서울대 대학원을 거쳐 부산대 의전원 코스를 밟고 드디어 의사가 된 조씨답게 이번에도 기어이 신의 한 수를 찾아냈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가깝다고 알려진 정기현 원장이 있는 국립중앙의료원(NMC)이다. NMC는 지난 26일 접수를 마감했는데 정원 9명에 16명이 지원했다. 합격자 발표는 29일이지만, 병원 안팎에선 조씨 합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조씨가 NMC를 택한 이유가 혹시 공공의료에 헌신해 비난 여론을 잠재우고 진짜 의사로 인정받기 위해서일까. 속마음은 알 길 없지만 의사들은 이번 선택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NMC가 아니라 피부과라고 설명한다.

‘국립’ ‘중앙’ 이런 단어가 들어간 이름 덕분에 일반인들은 NMC가 코로나19 등 감염병을 전담하거나 취약계층을 위한 특화된 진료만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의대생들 사이에서 NMC는 피부과로 인기가 높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화상 등 치료에 집중해서가 아니다. 병원 홈페이지 피부과 소개를 보면 ‘피부질환 뿐 아니라 Nd-YAG, U-Beam, IPL 레이저 등의 장비를 통한 피부 미용 및 관리도 시행한다’라는 문구로 환자를 끌고 있다. 의료진도 이에 걸맞게 4명 가운데 3명의 전문 분야가 미용이다. 나머지 1명만 전문 분야가 미용과 무관한 아토피·건선·피부암이다. NMC는 억대의 레이저 시술 장비를 갖추고도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국립’ 병원이라 강남의 유명 피부과와 비교할 수 없이 싼 가격에 시술이 이뤄진다. 조씨 입장에서 일단 진입장벽이 낮을 뿐더러 향후 피부과 개원을 원한다면 더없이 좋은 병원이라는 얘기다.

바로 이 지점에서 꼭 짚어야 할 게 느닷없이 NMC에 피부과 레지던트 정원을 늘려준 복지부의 결정이다.

피부과 인기는 비단 NMC뿐 아니라 민간 병원도 마찬가지지만 매년 레지던트 선발 인원은 수련환경이 좋은 빅5 병원조차 1~2명일 정도로 극소수다. 복지부의 엄격한 정원 규제 탓이다. 대한피부과학회가 수련환경 평가 등을 통해 미리 병원별 적정 인원을 조율해 올리면 복지부가 최종 확정짓는다. 지금까지 자격조건 미비 등을 이유로 인원을 줄인 적은 있지만 복지부가 늘린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런데 학회 차원은커녕 심지어 NMC 피부과장도 요청한 적이 없는데 지난해말 복지부가 앞장서서 ‘별도 정원’ 명목으로 NMC에 피부과 레지던트 선발 정원을 1명 더 늘려줬다.

피부과학회가 복지부에 배경을 물었다. 그러자 “학회 요청 정원을 삭감한 것도 아닌데 왜 왈가왈부하느냐”는 답만 돌아왔다. 명분도 없고 절차도 무시한 복지부를 성토하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을’ 입장이라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복지부도 명분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코로나를 담당하는 공공의료기관이니 레지던트 정원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런 명분으로 NMC외에 중앙보훈병원 역시 피부과 정원이 늘었다. 이상한 건 ▶NMC 소아청소년과는 벌써 몇 년 째 아예 정원을 못 받았고 ▶감염내과·소화기내과 등 5개 내과를 전부 합해봐야 7명(지난해 5명)에 불과한데 대체 ▶피부과가 코로나와 무슨 상관이길래 정원을 늘려 받느냐는 점이다.

분명한 건 올해 코로나를 앞세워 피부과 정원을 늘려 놓으면 조씨가 레지던트에 지원하는 내년엔 그만큼 문이 넓어진다는 점이다. 의료계에서 ‘조민을 위한 큰 그림’이라는 뒷말과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조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는 문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인 정기현 NMC 원장을 통해 그 빚을 갚으려 한다”는 수군거림이 그저 일부 예민한 의사들의 망상이길 바란다. 그런데 문 정부의 지나온 과거를 보면 왠지 사실일 것 같아 답답하다. 조민 하나 의사 만들자고 대입 공정성 붕괴로도 모자라 이젠 의료진 선발 공정성까지 무너뜨릴 판이라 하는 소리다.

안혜리 논설위원

[알려왔습니다]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레지던트 정원 증원 관련

본지는 지난 1월 28일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레지던트 정원 증원 관련 기사에서 보건복지부가 국립중앙의료원의 21년 피부과 정원 1명을 통상적 증원절차를 벗어나 배정하였으며, 이는 조민 씨의 인턴 지원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공공의료 수행목적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정원' 배정 차원에서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레지던트 정원을 증원하였고, 피부과 레지던트 증원은 조민 씨와 무관하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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