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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냉장고도 판다, 편의점의 역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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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이동형 주택, 양문형 냉장고, 75인치 TV, 안마 의자. 올해 설 선물로 편의점에서 팔리고 있는 고가 제품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면서 가까운 편의점에서 다양한 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편의점 업계는 분석한다.

고가 설 선물 ‘의외의’ 판매 급증 #냉장고·TV 매출 작년보다 580%↑ #“식용유·참치보다 가전 더 잘 팔려” #600만원 와인, 300만원 금화 완판 #“해외여행 못 가니 보복소비 작용”

CU에 따르면 설 기획 상품으로 준비한 1600만원짜리 이동형 주택 한 채가 최근 판매됐다. 이동형 주택은 CU가 올해 준비한 설 선물 600종류 중 가장 비싼 상품이다. 충남 보령에서 주말농장으로 배밭을 가꾸는 아내를 위해 남편 김모(56)씨가 구입했다. CU 관계자는 “목조주택 전문업체와 손잡고 이동형 주택 세 종류를 설 기획상품으로 준비했다. 구입 문의가 하루 30여 건씩 들어온다”고 말했다.

편의점 판매물품

편의점 판매물품

CU에선 삼성 비스포크 냉장고(239만원)와 75인치 UHD TV(185만원), 식기세척기(99만원), 밥솥 등도 설 선물로 팔고 있다. CU는 지난 1~24일 가전제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77.9% 증가했다고 밝혔다. 설 선물용 조미료·통조림(46%)과 차·음료·과자(159%), 주류(173%)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올해 설에는 식용유·참치세트보다 가전제품이 더 잘 팔리는 게 특징이라고 CU는 전했다.

GS25는 설 선물용 가전제품 판매량이 지난해 설보다 다섯 배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100만~600만원의 프랑스 와인 30여 병은 판매를 시작한 첫날 모두 팔았다. 16억원어치 황금소 코인(18.75㎏) 300개도 매진됐다. 가장 비싼 37.5g짜리 코인의 가격은 317만6000원이었다.

편의점 설 선물 매출 얼마나 늘었나

편의점 설 선물 매출 얼마나 늘었나

세븐일레븐은 골프채(60만~100만원대) 등 골프용품 판매량이 지난해 추석보다 44% 늘었다고 밝혔다. 러닝머신(110만원)은 20대를 팔았다.

편의점들은 이런 고가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진열하거나 판매하진 않는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에서 온라인으로 판매하거나 편의점주가 단골손님 등에게 소개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편의점 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추석부터 가전 등 고가제품 판매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CU의 최유정 생활용품 상품기획자는 “명절에 직접 (고향 집 등에) 가지 못하니 고가 선물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며 “지난해 추석 때 캠핑카의 반응이 좋아 이번 설에는 이동형 주택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도 못 가니 고가품을 사는 ‘보복소비’ 심리도 작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고객들이 고가 선물을 백화점·대형마트 등이 아닌 편의점에서 사는 이유로 편의점 업계는 가격 경쟁력과 편의성·친숙함을 꼽았다. GS25 관계자는 “10년 넘게 카탈로그 제품을 팔며 마진율을 낮춰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을 싸게 한 게 경쟁력”이라며 “온라인 소비가 자리를 잡으면서 고객들도 모든 정보를 비교하고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가까운 곳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편의점은 백화점·대형마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출 감소 폭이 작은 편이라고 업계는 설명한다. CU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은 편의점에서 더 다양한 상품을 살 수 있기를 원한다”며 “식료품·생활용품 위주에서 취급 품목을 계속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GS25는 명절 때만 한시적으로 팔던 카탈로그 상품을 다음달부터는 상시 판매하기로 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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