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3인방에 대한 고찰

중앙일보

입력 2021.01.28 00:03

지면보기

경제 04면

기부천사들의 조용한 선행은 큰 울림을 준다.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을 두고 “소외된 아이들에게 따뜻한 겨울을 선사한 3인방”과 같이 표현해도 될까?

3인방에 쓰인 ‘방’이 어디서 온 말인지 알아야 한다. 사전엔 4인방이 올라 있다. ‘4인방’은 중국의 문화대혁명 기간 권력을 휘둘렀던 마오쩌둥의 부인 장칭과 그 무리 4명을 이르는 말이다.

‘상하이방’도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장쩌민의 후원에 힘입어 1980년대 권력의 실세로 군림했던 상하이 출신들을 가리킨다. 2000년 이후 등장한 국무원 석유부·석유학원 출신의 인맥을 일컫는 ‘석유방’도 빼놓을 수 없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청방’과 ‘홍방’이 있다. 이들 조직은 상호 부조를 위해 만들었던 비밀결사대였으나 훗날 범죄단체로 변질돼 중국 암흑가의 대명사가 됐다. 중국에서 ‘방(幇)’은 이익을 위해 이룬 무리, 파벌, 패거리 등 부정적 색채가 강한 의미로 사용돼 왔다.

이런 쓰임에 비추어 보면 ‘기부천사 3인방’ ‘의인 4인방’ ‘신인상 후보 5인방’처럼 사용하는 것은 어색한 감이 있다. ‘문고리 3인방’ ‘비리 핵심 인물 5인방’ 등의 쓰임새가 더 자연스럽다.

중국에서 넘어온 이 말을 우리나라에선 긍정적 의미든 부정적 의미든 가리지 않고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아직 표준국어대사전에 독립된 형태로 올라 있지 않지만 몇 인방과 같은 형태로 많이 쓰인다. ‘무리’의 뜻을 더하는 접사로 세를 넓혀 가는 모양새다. 그게 언중의 선택이라면 사전에도 가치 평가를 담지 않은 말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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