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푸틴에 “나발니 석방해야” 첫 통화부터 아픈 곳 찌르며 신경전

중앙일보

입력 2021.01.2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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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바이든(左), 푸틴(右)

바이든(左), 푸틴(右)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취임 뒤 처음으로 통화했다. 두 정상은 첫 통화부터 상대국의 약점을 건드리며 기선 제압을 시도했다. 그런데도 공동 현안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의 5년 연장에는 합의했다.

트럼프 땐 덮은 사이버공격 등 비판
푸틴 “미·러 관계 정상화 서로 이익”
핵통제 조약 5년 연장에는 합의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에서 러시아의 미 연방기관 사이버 공격, 2020년 미 대선 개입 시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구금, 우크라이나 주권 침해 등을 거론했다. 특히 나발니를 상대로 한 독살 시도와 체포에 우려를 나타내고 석방을 요청하며 푸틴 대통령을 압박했다.

AP는 바이든이 푸틴에게 미국은 러시아가 배후라는 주장이 제기된 각종 의혹에 주목하고 있으며 미국은 자신을 지킬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미 연방기관 해킹,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살해 사주 의혹과 관련해선 추가 제재까지 언급했다. 신경전을 넘어 강력한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 러시아의 악의적 행동에 대해 확실하게 대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바이든이 언급한 내용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 때는 덮어뒀던 사안들이다. 이를 두고 미 언론들은 바이든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러 행보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AP는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관계 재설정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면서 “양국이 결속을 강화하진 않더라도 이견은 받아들일 수 있는 관계를 원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고 풀이했다.

바이든의 강경 발언에 푸틴은 미국의 이란 핵합의(JCPOA) 이탈, 항공자유화조약 탈퇴 등 국제협약 외면 문제 등을 꺼내며 반격했다. 이는 모두 트럼프 행정부 때 탈퇴한 것이다. 미국은 2018년 5월 재협상을 요구하며 JCPOA에서 이탈했고, 2020년 4월엔 러시아의 미준수를 이유로 회원국 상공에서 비무장 항공기의 정찰을 허용하는 항공자유화조약에서 탈퇴했다. 푸틴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했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정상회의 소집 구상 등 협조가 필요한 현안도 언급했다.

양국은 다만 다음달 5일 만료를 앞둔 뉴스타트를 5년 연장하는 데는 동의했다. 2010년 4월 체결한 뉴스타트는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1550개 이하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전략폭격기 등 핵탄두 운반체는 700기 이하로 각각 줄이는 조약이다.

크렘린궁은 푸틴이 바이든에게 “양국 관계 정상화가 서로의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날 즉시 하원에 뉴스타트 연장 법안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통화는 러시아의 요청에 바이든이 응하면서 이뤄졌다.

바이든은 푸틴과의 통화에 앞서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동맹국과 먼저 통화하며 결속을 다졌다. 백악관은 이 통화에서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외교정책을 논의했다고 공개까지 했다. 그뿐 아니라 푸틴과 통화하기 직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과도 통화했다. 일련의 통화를 통해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집단방위 약속을 재확인한 다음에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통화했다.

CNN은 바이든이 푸틴과 통화하기 전에 행정부의 고위 관리로부터 러시아 관련 정책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으며, 미 연방기관 해킹과 나발니 독살 시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 푸틴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해서도 미리 학습했다고 보도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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