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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중개수수료’ 실현되나…전세는 절반이하, 매매도 35% 인하 유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시내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뉴스1]

서울 시내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뉴스1]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에서 전셋집을 구했다는 김모(48)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아파트 단지와 평형도 다 내가 골랐고, 중개업소에서 한 일은 집주인과 연락해 계약서 쓴 게 거의 전부인데 중개수수료로 400만원을 내라고 하니 너무 한 것 같아 수수료를 놓고 중개사와 한참 얘기했다"고 말했다.

"집값은 정부가 올려놓았는데, 싸우는 건 공인중개사와 손님이에요."
잠실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의 한탄이다. 최근 집값과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중개수수료까지 덩달아 오르자 정부가 중개수수료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개수수료 체계가 바뀌는 건 2014년 이후 7년 만이다.

우선 국민권익위원회가 나섰다. 권익위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관련 민원이 급증하자 지난해 말 직접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실태를 파악했다. 권익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수료 인하안을 마련해 다음 달 중 국토교통부에 권고할 방침이다.

권익위 인하안의 골자는 고가 주택 기준을 매매의 경우 12억원, 전세는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매매 9억~12억원 구간을 신설해 요율을 0.7%로 하고, 12억원을 초과할 경우엔 690만원을 기준으로 0.5~0.9% 범위에서 협의하도록 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없었던 '누진 공제액'도 생겼다. 6억 초과 9억 이하는 60만원이고 9억 초과 12억 이하는 150만원이다. 현재는 거래액이 2억원 이상 6억원 미만일 때는 0.4%, 6억원 이상 9억원 미만일 때는 0.5%, 9억원 이상일 때는 0.9% 이내에서 협의하게 돼 있다.

바뀌는 안에 따라 10억원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 0.9% 요율을 적용한 현재 기준으로는 900만원을 내야 하지만 바뀐 기준으로는 요율 0.7%를 적용하고, 이 구간에 해당하는 누진 공제액(150만원)까지 빠져 수수료가 550만원으로 줄어든다. 최대 35.3%(350만원) 낮아지는 셈이다. 6억5000만 원짜리 전셋집 거래의 경우 최대 520만원에서 235만원으로 수수료가 54.8%(285만원) 줄어든다.

전국적으로 주택 거래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부동산중개업소의 폐업이 18년 만에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주택 거래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부동산중개업소의 폐업이 18년 만에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줄어들지만, 중개업소의 수입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27일 중앙일보가 지난해 전국 아파트 실거래(매매, 임대차 포함) 161만2899건(26일 기준)을 토대로 시뮬레이션해보니, 권익위 안대로라면 중개수수료 기대수익은 최대 3885억원 줄어든다. 2019년 기준(국토부 통계) 전국 개업공인중개사는 10만6699명인데, 공인중개사 1명당 연간 365만원(4290만 → 3925만원)의 기대수익이 감소하는 것이다. 특히 서울 지역 공인중개사의 기대수익은 1115만원(6848만 → 5733만원)이 준다.

협회 관계자는 "수수료율 조정에 대해 지역에 따라 입장이 다르다"며 "집값 상승으로 의뢰인과 분쟁이 증가한 서울 일부 지역에선 어느 정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선 "손님과의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는 게 우선"이라는 반응이다. 구간별 정액제를 도입하거나 요율 상한선을 없애고 확정 요율을 도입해 협의 과정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수수료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중개인과 손님이 만족할 만한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이미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 협회 측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르면 다음 달 초 적정 중개수수료 산정을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6월 말쯤 결과가 나올 예정으로 올해 하반기쯤 새로운 중개수수료 요율 체계가 확정될 전망이다.

협회 관계자는 "'수수료가 비싸니까 낮추자'는 식의 단순한 접근은 위험하다. 공인중개사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실태 조사를 통해 중개서비스 전반의 질적 향상을 위한 방법을 찾아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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