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밤의 제왕’ 수리부엉이의 ‘스텔스’ 사냥 기술

중앙일보

입력 2021.01.27 13:00

[더,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27)

독수리, 매, 올빼미, 수리 등 다른 새나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 육식 조류를 맹금류(猛禽類)라 한다. 이들은 강건한 발가락과 부리, 뛰어난 감각기관, 최상의 활공기술로 하늘을 지배하며 위세를 떨친다. 올빼미목에 속하는 맹금류는 주로 밤에 활동한다. 올빼미목은 전 세계적으로 200여종이 있으며 한국에는 소쩍새, 올빼미, 수리부엉이 등 11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리부엉이는 올빼미목 중 가장 크고 위협적이어서 ‘밤의 호랑이’ 또는 ‘밤의 제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수리부엉이(Eurasia eagle owl, Bubo bubo)는 열대의 우림지역과 북극 지역을 제외한 아시아와 유럽에 널리 분포한다. 몸길이는 60~75cm, 몸무게는 1.5~4.6kg이며 양 날개를 펴면 1.3~2m에 이른다. 암컷이 수컷보다 조금 큰 편이다. 귀 주변에 깃이 길게 나와 있어 이것이 없는 올빼미와 확실히 구분된다. 단독생활을 하며 수자원이 인접하고 나무가 둘러싼 암벽지대나 가파른 경사면이 있는 곳에 둥지를 가진다. 이는 사람이나 육상포식동물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먹이는 쥐, 두더지, 토끼, 꿩, 비둘기, 고슴도치, 뱀, 개구리 등 다양하다. 때로는 노루 고라니 멧돼지 수달 너구리 등의 새끼도 사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리부엉이는 열대의 우림지역과 북극지역을 제외한 아시아와 유럽에 널리 분포한다. [사진 pixabay]

수리부엉이는 열대의 우림지역과 북극지역을 제외한 아시아와 유럽에 널리 분포한다. [사진 pixabay]

수리부엉이는 크고 전면을 향한 눈과 귀의 깃, 매와 같은 부리, 평편한 얼굴의 외형을 가진다. 눈 주변은 움푹 들어간 모양에 깃털이 방사형으로 조밀하게 나 있다. 이를 안면판(facial disc)이라 하는데, 소리를 모아 깃 아래에 있는 귀로 전달하여 미세한 소리도 놓치지 않는다. 양쪽 귀는 비대칭으로 위치해 감지하는 시간차로 소리를 입체적으로 들을 수 있어 먹잇감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야간 시력이 발달해 있고 양안 시력을 가지고 있지만, 큰 눈은 다른 조류와 마찬가지로 고정된 상태라 물체를 보려면 몸체를 돌려야 한다. 그러나 목뼈가 14개로 유연함을 더해줘 몸체를 움직이지 않고 머리만 270도 돌려 사방을 꿰뚫어 볼 수 있다.

보통의 새는 날 때 깃털이 펄럭이는 소리를 내지만 수리부엉이는 비행할 때 소리가 거의 없다. 이는 깃털의 가장자리에 미세하고 부드러운 솜털이 조밀하게 나 있어 날 때 깃털에서 나는 소리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는 2kHz 이상의 소음주파수를 감소시켜 먹잇감이 접근을 알아채지 못하게 하여 사냥의 성공률을 높여준다. 이러한 깃털의 특이한 구조는 조용한 비행을 가능케 하고 깃털의 칙칙한 색은 야간에 거의 보이지 않게 만들어 수리부엉이의 스텔스(stealth) 사냥기술을 완성시킨다.

발달된 청각 시각 비행 기술로 탐지 추적한 먹잇감의 포획은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가 마무리한다. 한번 움켜쥔 발가락은 먹이를 놓치지 않고 죽일 수 있다. 발과 발가락뼈에 연결된 힘줄이 발톱을 강하게 잠그는 자물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작은 먹이는 통째로 먹기도 하지만 큰 것은 발로 고정해 부리로 찢고 뜯어 먹는다. 주행성 맹금류는 소화기의 pH가 1로 뼈를 소화할 수 있지만 야행성 맹금류는 pH가 3으로 뼈같이 단단한 것과 털은 소화시킬 수 없어 작은 덩어리 형태로 만들어 토해낸다.

자연상태에서 수리부엉이의 천적은 없으나 서식지 축소, 감전사고, 차량충돌, 중독밀렵 등이 개체 수 감소의 큰 원인이다. [사진 pixabay]

자연상태에서 수리부엉이의 천적은 없으나 서식지 축소, 감전사고, 차량충돌, 중독밀렵 등이 개체 수 감소의 큰 원인이다. [사진 pixabay]

평소에는 영역 내에서 단독생활을 하지만 번식기 동안은 암수가 같이 지낸다. 산란장소로는 경사진 바위나 바위 사이의 틈새, 절벽에 있는 동굴 입구 등을 선호하고 추가적인 둥지는 만들지 않는다. 산란은 늦겨울에 시작하고 1~4개의 알을 3일 간격으로 낳는다. 알을 품는 것은 암컷이 전담하고 부화 기간은 31~36일이다. 이 기간을 포함해 부화 후 2~3주까지는 수컷이 먹이를 가져다준다. 부화 후 3주가 되면 새끼는 먹이를 받아 스스로 먹고 작은 먹이는 통째로 삼키기도 한다. 5주에는 둥지 주변을 거닐고 7~8주에는 조금씩 날 수 있다. 20~24주 정도 부모의 보호를 받은 새끼는 가을이 되면 독립적인 생활을 위해 새로운 영역을 찾아 떠난다. 2~3년이 되면 짝짓기를 할 수 있다. 평균 수명은 야생에서 20년 정도이며, 사육상태에서는 60년 이상이다.

수리부엉이는 유럽과 아시아지역에 3200만km²에 이르는 광범위한 서식지를 가진다. 현재 전 세계에 25만~250만 마리가 분포하고 유럽에는 1만9000~3만8000쌍이 번식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체 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나 광범위한 서식지와 개체군의 분포로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에선 아직은 멸종위기 동물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자연상태에서 수리부엉이의 천적은 없으나 서식지 축소, 감전사고, 차량충돌, 중독밀렵 등이 개체 수 감소의 큰 원인이 돼왔다. 과거에 많이 사용해 피해를 줬던 DDT와 같은 맹독성 살충제는 사라졌지만 서식지의 훼손은 계속되고 있다. 산과 숲을 단절하는 도로의 건설과 건축물은 로드킬과 유리창에 충돌하는 사고를 증가시키고 있다. 국내 야생동물센터에 구조돼 이송되는 수리부엉이의 숫자는 매년 수백 마리에 이른다.

한국에서는 주로 텃새로 살아가며 천연기념물 제324-2호, 환경부 멸종위기동물Ⅱ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대다수의 국내 동물원에서 보호하고 있으며 특히 야생동물센터를 방문하면 구조된 수리부엉이가 야생에 적응하기 위해 재활훈련 하는 모습을 가까이 관찰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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