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가영 논설위원이 간다

오거돈보다 가덕도·먹고살기 관심…부산 판세 출렁

중앙일보

입력 2021.01.27 01:00

업데이트 2021.01.2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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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가영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시장 보궐선거 앞둔 부산은 지금…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싫습니다. 자기들만 옳다는 식의 정치도 신물이 납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을 제외하고 부산시장들, 전부 국민의힘 쪽 사람들이었잖아요. 중앙 정부야 민주당이 여당이지만 이 지역 여당은 수십년간 국민의힘 계열이었단 말이죠. 낙후된 부산에 대한 책임이 국민의힘에도 상당히 있다는 얘깁니다. 오거돈 전 시장 생각하면 시민으로서 부끄럽고 후보 내는 민주당이 뻔뻔해 보이지만 국민의힘이라고 뭘 잘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경제·교통 문제 등 해결 요구 높아
“서울은 민주, 여긴 국민의힘이 여당”
“혼내주고 싶다” 정부 심판론 크지만
“수십년 뭐 했나” 국민의힘 책임론도

영상의 기온이지만 비바람이 제법 세찼던 23일. 주말임에도 부산역 앞엔 ‘빈차’등을 밝힌 택시들이 수십 미터 늘어서 있었다. 코로나19 탓에 열차 승객이 절반으로 줄어든 데다 유동인구마저 대폭 감소해 택시들은 하염없이 승객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 제2도시 부산의 심장이 이럴진대 다른 지역은 말해 뭐할까 싶었다.

이날 만난 시민에게 보궐선거 분위기를 묻자 위의 답이 돌아왔다. 주말 동안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을 앞세우면서도 국민의힘에는 힘을 실어주지 않는 부산 유권자들을 만나기란 어렵지 않았다.

‘가덕도 공항’ 등 경제에 관심 … 지지율 요동

부산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부산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오거돈 전 시장이 성추행 논란으로 사퇴한 뒤 정치권에선 “부산시장 선거는 해보나 마나”란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후 박원순 전 서울시장마저 성추문에 휩싸인 채 스스로 목숨을 끊고, 여당 지지율도 급락하며 국민의힘에선 “무조건 이긴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여론조사도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최근 판세가 출렁이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21일 공개한 여론조사(18~20일)에서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34.5%, 국민의힘 29.9%였다. 일주일 전 같은 조사에선 민주당 24.7%, 국민의힘 40.7%였다. 23~24일 부산에서 만난 선거 관계자들이 이 여론조사로 말문을 열만큼 충격파는 컸다.(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부산 지역 한 언론사 간부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30%대에 머무는 건 사실이지만 최근 이낙연 대표가 직접 가덕도를 찾아 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약속하는 등 끊임없이 부산에 구애하는 모습에서 민주당이 득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당을 혼내주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부산 시민들이 국민의힘을 지역 여당처럼 바라보는 데다 정책 이슈도 선점하지 못하니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후보들도 이런 해석에 대체로 동의했다. 각종 후보적합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국민의힘 박형준 예비후보는 “국민의힘이 아직도 이 지역의 여당인 것처럼 생각하고 중앙당에서도 별다른 지원이 없으니 가덕도를 두고 적극 나서는 민주당에 밀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러나 후보가 결정되면 국민의힘도 적극적으로 이슈를 발굴하고 여권의 실정을 밝혀낼 것이다. 여론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건 이번 선거가 오 전 시장의 성 비위로 시작됐음에도 오 전 시장이 큰 변수가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박원순 전 시장 사건이 주요 이슈가 되는 것과 큰 차이다. 국민의힘 박민식 예비후보는 “오 전 시장은 이미 물러났고 큰 권력을 누리지 못했다고 시민들이 판단한다. 중요한 건 제2의 도시에 걸맞지 않은 낙후된 경제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 가덕도 공항만이 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가덕도’는 결국 낙후된 부산 경제의 비상을 상징하는 것이므로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이진복 예비후보는 “오랜 기간 추적 조사를 한 결과 부산 시민이 가장 원하는 건 경제문제 해결, 두 번째는 교통문제 해결이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박인영 예비후보도 “가덕도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 극복이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문 정서·경선 후유증 극복이 여야 과제

현재까지는 선거의 활력 면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지르는 모양새이지만 민주당도 걱정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지역 출신임에도 대통령에 대한 낮은 지지율(30%대)이란 딜레마를 이겨내야 한다. 23일 서면 사무실에서 만난 민주당 내 지지율 1위 김영춘 예비후보는 “아직까지는 선거가 어렵다고 보는 게 맞다”며 “하지만 문 대통령의 부산 사랑은 남다르다. 집권 여당의 힘으로 가덕도특별법을 통과시키면 시민들의 생각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호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부산에서 민주당으로 활동하기는 여전히 어렵다”고 운을 뗀 뒤 “그러나 올 들어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함께 반등하고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서 시작된 가덕도 문제를 우리가 풀 수 있다고 믿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어 끝내는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우리는 60세에 막 접어든 김영춘 후보 외에 26일 사퇴하고 입당한 50대의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40대의 박인영 후보가 다이내믹한 경선을 선보이면 시민들의 관심을 커질 것”이라고 자부했다.

부산시장 후보

부산시장 후보

9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26일 6명(박민식·박성훈·박형준·이언주·이진복·전성하)으로 걸러진 국민의힘은 후보 풍년을 맞은 듯하지만 그만큼 경선 후유증 극복이 큰 숙제다. 당내엔 네거티브 금지령이 내려진 상태다. 이언주 예비후보는 “침체된 당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선 역동성 있는 경선을 해야 한다”며 “도덕성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하는데 자꾸 중앙당에서 브레이크를 걸면 야당의 역동성이 상실돼 여당을 이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부산시당 위원장은 “최근 여론 조사 때문에 당내 분위기가 침체되긴 했지만 현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감이 너무 커 우리 당이 경선만 잘 치러내면 결국 부산시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 위원장은 “당내 경선의 후유증을 잘 추스르는 것이 중요하다. 후보들 간의 상호 비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장제원 의원도 “당내에서 총질하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이번 선거에서 눈에 띄는 대목 하나는 오거돈 전 시장을 보좌했던 전 부시장 2명이 모두 출사표를 던졌다는 거다. 오 전 시장 사퇴 이후 시장 권한대행을 맡았던 변성완 전 행정부시장 26일 사퇴하고 민주당에 입당했다. 곧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선거전에 뛰어들 계획이다. 국민의힘 박성훈 예비후보는 경제부시장 출신이다. 만 49세인 박 후보는 “부산은 변화를 바라고 있다. 정치 경험은 부족하지만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부른 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은
지난해 4월 23일 오거돈 전 시장이 전격 사퇴했다. 처음 사퇴 의사를 밝혔을 땐 ‘건강 이상’일 것이란 추측이 나왔지만 실제론 성추행이 이유였다. 오 전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5분 정도의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며 “350만 부산시민과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한 사람에 대한 책임도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의 성추행이 같은 달 7일 이뤄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은 크게 반발했다. 같은 달 15일 치러진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부산 제1당의 지위를 회복했지만 당직자들 사이에선 “총선 전 이런 일이 알려졌다면 전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당시 피해자는 성추행 피해 뒤 부산성폭력상담소에 이를 알렸다. 피해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평범한 직장인으로서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렸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오 전 시장 측은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 피해자 측에 “4·15 총선 이후 시장직을 내놓겠다”고 약속했고, 총선 8일 뒤 성추행 사실을 사과하며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오 전 시장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 오 전 시장에 대한 기소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재보선 원인 제공 시 무공천’이란 당헌 규정에도 불구하고 부산과 서울시장 모두 후보를 내기로 했다.

이가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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