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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노트북을 열며

개학의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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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임장혁 기자 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
임장혁 정치부 차장·변호사

임장혁 정치부 차장·변호사

서울 강북의 한 공립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가 개학을 맞았다.

물론 학교엔 못 갔다. 지난 20일 학교장이 ‘e-알리미’를 통해 보낸 학년 말 학사 운영 안내는 심플했다. 1월 마지막 주 ‘원격수업’, 2월 첫 주 ‘추후 안내’. 2학년인 둘째를 기준으로 원격 수업의 의미는 ‘e-학습터’라는 채널에 올라 있는 녹화물을 따라 알아서 실습도 하고 교과서도 채우란 의미다. 담임이 등장하는 일은 없다.

이번 학년의 남은 두 주 동안에도 맞벌이 부부는 아침엔 “제시간에 보고 과제도 다 해”, 저녁엔 “너 이러다 큰일 나. 강남 애들은…” 해가며 닦달하겠지만, 그 말대론 안 될 것이다. 선생님도 친구도 가상현실이 된 초등 2학년에게 스스로 시간표에 따르라 강요하는 부조리가 지난 1년 반복됐다. 아이들 머릿속에선 ‘학교엔 매일 간다’는 걸 아이들은 이제 당위로 느끼지 않는다.

노트북을 열며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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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코로나 디바이드’의 피해자로 남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가장 큰 위로가 된 건 앞집 사는 선배의 부인이 건넨 말이었다. 그는 “애들이 초등생일 때 이런 일이 생겨서 얼마나 다행이에요. 쟤는 중3인데 저러고 있어요”라며 어떤 방을 가리켰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해서 대면 수업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 후 여권에선 등교론이 불붙고 있다. 방역 앞에 교육을 포기했던 교육부도 무슨 일인지 3월 등교 확대 방침을 세웠다. 1000명까지 치솟았던 일일 코로나 확진자 수가 반감했다는 것과 학교를 통한 감염비율이 높지 않다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논문에서 용기를 얻었을 거라는 짐작은 된다.

그러나 때마침 대전과 광주의 비인가 교육시설의 집단 감염사태가 터지자 학부모들은 등교론과 시기상조론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등교 확대 방침은 불확실성의 지배 속에서 아이들의 안전(건강)과 교육을 택일의 문제로 볼 수밖에 없는 부모들에게 큰 위로가 못 된다. 백신 보급으로 집단 면역이 형성된다는 연말까지 원격과 등교를 반복하는 아이들의 혼돈도 아이를 볼 때와 뉴스를 볼 때 생각이 뒤집히는 학부모의 자아분열도 계속될 것이다.

그런 와중에 경기도 여주시에서 들린 소식은 솔깃하다. 검체 채취부터 판정까지 1시간이면 족한 신속 PCR 검사를 도입해 비감염자들의 경제활동을 진작했다는 이야기다. 여주교도소 재소자 1892명을 선제 검사하는데 이틀이면 족했단다. 이날 국회에선 이광재 의원이 이 방법을 공항 출입국에 적용하자는 토론회를 열었다. 치료제·백신 보급과 맞물려 전국으로 확대한다면, 학생들에게라도 우선 적용한다면 어떨까. 기준도 효과도 의문인 각종 현금 지원을 서둘러 뒤탈을 부르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임장혁 정치부 차장·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