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나발니 ‘호화궁전’ 폭로에…푸틴 “내 것 아니다” 직접 해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푸틴

푸틴

‘21세기 차르’ 블라디미르 푸틴(69) 러시아 대통령이 권좌에서 내려올 때가 된 것일까. 거세지는 푸틴 대통령 반대 시위를 바라보며 국제사회가 던지는 질문이다.

나발니 동영상 공개 뒤 시위 커지자 #푸틴 “편집본 봤지만 지루하더라” #나발니 언급 않고 의연한 척했지만 #WP “푸틴의 부글부글 보여주는 것”

푸틴의 장기 집권에 반대하며 그의 정적(政敵)으로 부상한 알렉세이 나발니 전 러시아진보당 대표(45)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 사태가 심상치 않다. 러시아 전역 60여개 주요 도시에서 지난 23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고, 3000명 이상이 체포됐다. 일부 지역 시위는 영하 50도의 혹한을 뚫고 진행됐다. 오는 30일에도 대규모 시위가 예고돼 있다.

나발니

나발니

푸틴은 그간 나발니 측에 무시 전략으로 일관해왔지만 25일 침묵을 깼다. 앞서 19일 나발니 측이 “푸틴이 비자금으로 흑해에 호화 궁전을 지었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다. 푸틴은 이날 러시아 ‘대학생의 날’을 맞아 진행한 간담회에서 의혹을 부인했다. 나발니 이름도 언급하지 않으며 의연한 듯한 태도를 취했으나 그가 반응을 내놓은 것 자체가 초조함의 발로라는 분석이 나온다.

나발니 측이 주장하듯 푸틴 정권이 지난해 8월 나발니를 독극물 테러로 제거하려 했다면, 나발니의 생환은 정권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 “푸틴 측이 침묵을 깨고 반응을 내놓은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푸틴 측이 나발니에 얼마나 부글부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알렉세이 나발니가 ‘푸틴의 뇌물 궁전’이라고 주장한 흑해 연안의 빌라. [AP=연합뉴스]

알렉세이 나발니가 ‘푸틴의 뇌물 궁전’이라고 주장한 흑해 연안의 빌라. [AP=연합뉴스]

푸틴은 25일 메시지에서 “나는 (나발니 측이 공개한 의혹) 영상을 볼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며 “보좌진이 편집해 온 짧은 버전을 봤는데도 너무 지루하더라”고 말했다. 이런 설명을 두고도 다소 옹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발니 측이 제기한 의혹의 핵심은 푸틴이 부정한 방법으로 모은 비자금으로 흑해 인근에 호화 저택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나발니 측 영상에 따르면 이 저택엔 영화관부터 와인 제조 및 저장고, 카지노에 폴댄스 무대 및 아이스링크 등 호화 시설이 망라돼 있다. 나발니 측은 "푸틴 이 이 저택을 짓기 위해 13억 달러(약 1조4300억원)를 들였다”며 "도둑”이라고 비판했다. 푸틴의 흑해 사랑은 각별하다. 그가 앞장서 유치한 2014년 겨울올림픽도 흑해의 대표 휴양지 소치에서 열렸다.

푸틴은 의혹에 대해 "이미 10년도 전부터 제기돼 온 의혹이고, 아니라고 밝혔다”며 "나뿐 아니라 내 측근 누구도 이 저택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저택 자체에서 인상 깊은 건 별로 없었지만, 와인 저장고 하나는 멋있더라”며 여유를 과시하려 하기도 했다.

푸틴은 1999년 집권 후 대통령 3연임 불가 조항을 피해 실세 총리와 대통령을 번갈아 가며 일인자로 집권해 왔다. 2018년엔 대통령 임기를 아예 6년으로 늘렸고, 지난해엔 4연임까지 가능하도록 헌법을 개정했다. 이렇게 되면 그는 2036년까지 권좌를 독차지하게 된다. 2036년이면 그는 84세다.

조 바이든 미국 신임 행정부와 독일 정부 등은 나발니를 공개 지지하고 나섰다.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의 시위 상황을 주목한다”는 입장을 냈고, 러시아 정부는 "내정 간섭”이라며 발끈했다. 20년 넘게 철옹성을 지켜온 푸틴의 권좌를 나발니가 위협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