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이석현 전 국회 부의장이 정부·여당에 보내는 고언

중앙일보

입력 2021.01.27 00:04

“임기 말 文 정부, 두 전직 대통령 사면해야 중도층 표심 얻을 것”

180석 신기루 깨야… 오만한 자세 버리고 반성하는 태도 필요 

이석현 전 국회 부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의 신기루를 빨리 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석현 전 국회 부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의 신기루를 빨리 깨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연말, 윤석열 검찰총장 탄핵 주장이 나온 데 이어 새해 벽두부터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내 들었다. 당내에서는 갑론을박을 넘어 이 대표 지지자와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자 사이에서 온라인 충돌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패한 정책은 솔직히 인정하라… DJ가 말한 상인의 현실감각 배워야”

이런 상황에서 국회 부의장을 지낸 6선의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 전 의원은 윤 총장 탄핵 주장에 “소리만 크고 실속 없다”고 말하는가 하면 사면론 당내 반발에 대해서는 “과민”이라고 지적했다. 여당 의원들이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발언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얘기였다.

1월 8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이 전 의원은 지지층 반대가 거센 사면론에 대해 “임기 말 통합이 중요한 소명인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사면 문제를 꺼내기 좋게 이낙연 대표가 운을 띄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성공한 정권이 되려면 여권 전체가 오만한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쓴소리를 토해냈다. 한편, 오는 4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대해서는 “야권 단일화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팽팽한 3자 구도”를 예상하기도 했다. 월간중앙은 당내 계파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아 “주류도, 비주류도 아니었다”는 이 전 의원을 만나 민주당 내부의 기류와 2021년 당·청이 가야 할 방향에 관해 물어봤다.

李 대표 ‘사면론’은 文 대통령 부담 덜어주려는 의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신축년(辛丑年) 첫날,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는 이낙연 대표의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자 당내에서는 “두 사람의 분명한 반성도 사과도 없다(우상호 의원)”, “지은 죄를 인정하지 않는데 사면 복권은 촛불 국민에 대한 배신(안민석 의원)” 등 반대 의견이 연이어 나왔다. 당원 게시판은 물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사면 반대 게시글이 올라왔다. 반발이 만만치 않자 이 대표는 지난 3일 “반복과 대결, 진영정치를 뛰어넘어서 국민통합을 이루는 쪽으로 발전해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한 저의 충정을 말씀드린 것”이라며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낙연 대표가 왜 사면 카드를 꺼냈을 것이라 보는가?

“문재인 정부의 소명 중 하나가 개혁이고 또 하나는 통합이라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개혁을 위해 매진해 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지역 갈등이나 빈부 격차로 국민 분열이 심해졌다. 통합이 임기 말의 중요한 소명으로 떠오르게 된 셈이다. 통합을 이뤄야만 문재인 정부는 성공한 정권이 될 것이라 보는데 이 대표는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 통합의 시작이 사면이라 결론 냈을 것이라 추측한다. 이 대표의 고심도 컸을 것이다. 당은 물론 지지자들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할 분은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사면론을 정초에 제기함으로써 국민 통합에 이르는 길을 개척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과 교감은 있었을까?

“대통령과 아무 교감 없이 집권 여당 대표가 뜬금없이 사면을 꺼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름 짐작건대 이 대표가 사면을 건의했고 문 대통령이 적어도 이 대표 발언에 대해 생각하는 자세를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랬기 때문에 이 대표가 사면 카드를 꺼낼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대표는 문 대통령이 사면과 관련 입을 뗐을 때 처음에는 지지자들의 반발 등 어려움에 부딪힐 수 있는데 그 길을 조금 매끄럽게 닦아두자는 의도였을 것이다. 야당에 앞서 방어선을 쳤다기보다는 오히려 문 대통령이 사면 문제를 꺼내기 좋게 운을 띄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인사회에서 “새해는 통합의 해, 회복의 해, 도약의 해”라고 말한 바 있다. 사면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이 전 의원은 “사면을 염두에 두고 광범위하게 ‘통합’이란 단어를 선택한 것이라 본다”고 말한다. 지난 11일, 신년사에서는 “2021년은 우리 국민에게 ‘회복의 해’, ‘포용의 해’, ‘도약의 해’가 될 것”이라며 ‘통합’을 ‘포용’으로 수정했다. 이 대표가 제기한 ‘사면론’을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다만 국민 여론은 호의적이지 못하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5일 전국 18세 이상 500명에게 조사해 발표한 결과, 사면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7.7%, 반대는 48.0%로 나타났다.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 정당 지지층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사면 반대 응답이 88.8%로 압도적이었던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1.4%에 달했다.

사면론에 대해 여당 지지층 반대가 거세다.

“조만간 있을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표명하는가에 따라서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 본다. 적어도 대통령이 반대하는 입장까지는 아닐 것이다. 최소한 사면에 고민하는 자세를 보일 것이고 국민 여론의 흐름을 주시하는 입장을 취하지 않을까 내다본다. 대통령의 입장이 나온다면 당이나 지지층 반발은 어느 정도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강경파 의원들이 꽤 있지 않나?

“이해되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된다. 내가 아쉬웠던 것은 민주당 현역 중진들이다. 물론 이 대표나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를 오래 해온 사람들은 생각이 있을 터인데 의사 표명을 하지 않더라. 적극 지지층을 고려한다는 점은 이해는 되지만 아쉬운 대목이다. 정치를 할 만큼 한 의원들은 눈앞에 보이는 인기를 너무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지층이 싫어할 만한 말도 옳다고 생각하면 해야 하는 게 다선 중진의 역할이다.”

“야당에게 사면 물으니 선거 소재 없어졌다 하더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본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본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사면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시도라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용이라기보단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국민의힘 원로 정치인에게 ‘국민의힘은 사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러자 ‘내심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더라. 그 이유를 물으니 ‘선거 때 쓸 소재가 하나 없어지잖아요’라고 답하더라. 뒤집어 생각해보면 사면이 선거에서 민주당에 크게 불리한 카드는 아닌 셈이다. 특히 중도층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전 의원은 사면론으로 당 내부가 시끄러워지자 SNS에 “노무현 대통령이 야당에 대연정을 주장하자 열린우리당이 난리 났을 때 ‘내가 폭탄은 저쪽 집에 던졌는데, 난리는 우리 집에 났네요’라고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2005년 7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제1야당이던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 대연정을 제안했다. 그러나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연정 제의를 거절하며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대연정 불똥은 열린우리당으로 튀었다. 이 전 의원은 “당시 여당에서는 ‘개혁 정신과 맞지 않는다’, ‘극복해야 할 대상과 어떻게 손잡을 수 있나’라며 지금처럼 반대 의견이 심했다. 죽 쒀서 개 주는 것이냐는 말까지 나왔다. 지금이 딱 그때 그 상황”이라고 말한다. 한나라당이 대연정을 거부하면서 정치적 승부수는 실패했고, 후유증은 컸다. 열린우리당은 공개 반발했고, 친노 지지층이 이탈하면서 당 지지율은 급락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 일련의 과정을 지켜봤다.

“상인의 현실감각 갖춰야 선거 승리해”

이석현 전 국회 부의장은 “지금은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말의 당·청 관계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레임덕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석현 전 국회 부의장은 “지금은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말의 당·청 관계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레임덕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16년 전과 지금이 유사하다고 보나?

“당시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제안했는데 열린우리당이 난리 났다. 지금은 문 대통령에게 야당을 쳐다보고 사면 복권하시라는 제안을 하는 것인데 우리 내부에서 반대가 들끓고 있지 않나. 그래서 당시와 지금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등을 돌리면서 노 대통령 레임덕이 가속화했다.

“대통령의 정치적 승부수를 집권당이 반대하자 대통령의 권위는 실추됐고, 지지층도 흔들렸다. 만약 열린우리당이 참고 기다려줬다면 정치적으로 큰 성과를 올릴 기회였다. 그런데 당내 반발 때문에 거꾸로 레임덕으로 연결되고 말았다.”

당내 반발이 상당한 지금이 레임덕의 기로라 보나?

“열린우리당이 반발했던 이유 중 하나가 당시 노 대통령 지지율이 워낙 낮았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말임에도 40% 안팎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당내 지지도 여전하다. 그래서 사면 문제도 문 대통령이 지지층을 설득하고 잘 정리하면 국민 지지를 더 얻어낼 수 있는 호재가 될 수 있다.

또 하나, 당·청 관계가 좋다는 점은 바람직하다. 이해찬 당 대표 때보다 당·청 관계는 좋아진 것 같다. 이해찬 대표는 청와대를 끌고 가려는 입장이었다. 반면 ‘문재인-이낙연’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소통이 자유롭다. 임기 말에 당·청 관계가 매끄럽다는 점은 정말 다행이다. 노 대통령 임기 말의 당·청 관계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은 레임덕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희망이기도 하다.”

지난 연말, 윤석열 검찰총장 탄핵 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자제를 당부한 바 있다.

“아무도 반대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 상황에서 탄핵 흐름으로 가면 절대 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위해서 많이 노력했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과한 언행도 있었고 ‘추-윤 갈등’으로 국민에게 피로감이 많이 쌓였던 상황이었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민생이 힘든데 탄핵까지 추진하면 권력다툼처럼 비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리고 탄핵 추진 과정에서 야당의 반대가 얼마나 극심하겠나. 지난 패스트트랙처럼 여야 갈등이 심해지면 보궐선거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더구나 탄핵이 통과돼도 헌재에서 판결이 나오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이다. 그러다 보면 오는 7월 윤 총장 임기가 끝나 탄핵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만약 그 전에 헌재의 부결 판결이 나오면 대선까지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두 번 생각하면 지혜로운 판단은 아니다.”

대통령과 당대표가 포괄적인 의미에서 통합을 얘기하는데 정작 지지층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크게, 멀리 보자고 부탁하고 싶다. 승리를 위해서는 지혜로워야 한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은 ‘선비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함께 갖춰야 선거에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진보 진영은 대체로 선비의 문제의식은 높은데 상인의 현실감각은 부족하다. 이해타산보다 정의감이 앞선다는 의미다. 반면 이해타산이 빠른 보수는 필요할 땐 참는다. ‘중원을 지배하는 자, 천하를 얻는다’는 명언은 예나 지금이나 불변의 진리 아니겠는가. 통합의 제스처를 통해 중도층을 끌어와야 한다. 그래서 민주당 지지층에게 승리를 위해서 크게 보고 한 번 더 참고 견뎌내자고 부탁하고 싶다.”

“180석을 얻을 때의 민심과 지금은 달라”

지난해 12월 31일, 청와대에서 신임 유영민 비서실장(오른쪽)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12월 31일, 청와대에서 신임 유영민 비서실장(오른쪽)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점점 내려가고 있다.

“정치의 성패는 현실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측면이 있다. 가령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의 잘해보려는 열정에도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그게 성적표다. 그래서 교체는 잘한 일이다. 중요한 점은 부동산 정책이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자꾸 실패하지 않았다고만 하면 안 된다. 모든 정책에 대해 ‘다 성공했다’고 받아치려고 하는 태도는 이제 자제해야 한다. 솔직한 자세가 정부여당에 필요하다. 정치인은 때로 고충을 국민에게 겸허하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모습이 국민에게는 돋보일 수 있다.”

지난 11일,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첫 사과를 했다. 그러면서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교체됐다.

“성과를 내야 하는 임기 말에 실물경제를 다뤄본 기업인 출신 유영민 실장을 기용한 것은 잘한 결정이다. 지금은 정치권과의 공존보다 조직화한 행정과 전문가의 노력이 결합한 결과와 실적이 나와야 한다.”

당초 정치인 출신 비서실장 후보들이 거론되기도 했다.

“대체로 정치인 출신 비서실장은 정치권과 발이 넓은 장점이 있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원래 정치인은 친소관계가 있고 가깝게 지내는 그룹들이 있지 않나. 이런 면이 정권 말기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꼭 비서실에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론에 많이 거론되는 분들이 있긴 했다. 그러나 다른 유능한 사람이 일할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도 대통령을 위한 공헌이다.”

올해 당·청 화두는 무엇이라 보는가?

“국민 통합을 이뤄내는 일이다. 대한민국이란 수레를 끌고 가기 위해서는 개혁과 통합이라는 두 바퀴가 필요한데 지금 개혁의 바퀴가 너무 커 균형이 맞지 않아 수레가 기우뚱하고 있다. 결국 국민 통합을 위해서는 프로파간다(Propaganda)가 아니라 실제적·정치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걸 위해 대통령도 결심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말했 듯 ‘마음의 통합’을 이뤄내는 과정은 험난할 것이다. 그러나 해내야 한다. 이를 위해 여권 전체가 오만한 자세를 버리고 자기반성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잘했던 것만 내세웠지만 잘못한 것들도 분명 있지 않나. 겸손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180석을 얻을 때의 민심과 지금은 다르다. 180석의 신기루를 빨리 깨버려야 한다. 그 신기루에 사로잡혀 잘못된 길로 갈 수도 있다.”

오는 4월 7일,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가 다가오면서 민주당은 이미 출사표를 던진 우상호 의원과 출마가 임박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등 2파전으로 좁혀지는 형국이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여전히 제3의 후보 출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야당에 비해 여당 후보군의 움직임이 적다.

“아무래도 당 지지율과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여론조사가 낮아서 그런 것 아니겠는가. 김동연 전 부총리 같은 제3의 인물보단 사실상 박 장관의 출마를 용이하게 만든 경선 규칙을 눈여겨봐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 8일, 존폐 여부가 거론됐던 ‘여성 가산점’을 21대 총선과 같은 기준으로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선출직 경험이 있는 여성 후보는 10%, 이외 정치 신인 여성 후보는 25% 가산점을 얻는다. 이에 따라 박 장관이 출마한다면 10% 가산점을 받는다.

경선 규칙이 박 장관에게 유리해 보인다.

“박 장관이 선거에 뛰어들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줬다. 성(性)을 넘어선 중진 정치인인 박 장관이 가산점을 받으면 누가 당해내겠나. 우상호 의원은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판세가 민주당에게 유리한 것 같지 않아 박 장관이 너무 좌고우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우 의원의 용기를 본받아야 한다. 경선판이 뜨거워지면 지지율이 함께 오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安, 국민의힘으로? 명분 없어 실행 못할 것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은 “국민 통합을 이뤄야만 문재인 정부가 성공한 정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은 “국민 통합을 이뤄야만 문재인 정부가 성공한 정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판세가 민주당에게 불리하다.

“야권 단일후보가 나올 경우 민주당에게는 상당히 힘든 선거가 될 것이다. 그래서 1대1 구도를 만들기 위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으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는데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힘이 대등한 합당 절차를 밟아주면 안 대표의 체면은 살 것이다. 그게 아니고 흡수 합당 내지 국민의힘으로 입당하라? 안 대표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간 거대 양당 체제를 비판하고 견제해왔는데 느닷없이 서울시장 되겠다고 국민의힘으로 들어가는 모양새를 취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해서 시장이 되는 건 정치적으로 죽는 길이다. 명분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이니까.”

단일화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인가?

“아주 희박하다고 본다. 당내 야망 있는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니다. 현재 판세를 보고 다 선거에 뛰고 싶어 한다. 오세훈 전 시장이 ‘안 대표가 입당하면 불출마하겠다’는 말을 왜 했겠나. 어차피 국민의힘으로 안 들어올 것 같으니 한 말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안 대표를 썩 좋아하지도 않지만 안 대표 입당 혹은 국민의당과의 통합 같은 선택을 독단적으로 결행하기 어렵다. 당내 반발이 클 것이다.”

안 대표와 국민의힘 후보군의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

“선거 구도는 지금 상황과 다를 것이다. 지금 국민의힘 후보군 지지율이 낮아도 후보가 결정되면 당 조직력이 있기 때문에 지지자들의 힘이 결속된다. 그렇게 되면 안 대표 지지율과 비슷해지거나 오히려 더 높을 수 있다. 정치를 오래 한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이 부분을 내다보는 것이다. 그러니 안 대표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다.”

3자 구도로 전개될 것이라는 의미인가?

“후보 단일화가 되지 않는 이상 국민의힘 후보와 안 대표가 야권 표를 비등하게 가져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 후보도 대등한 선상에 놓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구도가 정해지면 현재 여론조사는 무의미해질 것이다. 팽팽한 3자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글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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