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개표 결과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해 온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1조 원대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렸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전자개표기 회사인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은 25일 워싱턴DC 연방 지방법원에 줄리아니 전 시장이 회사 명예를 훼손했다며 13억 달러(약 1조4000억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줄리아니 전 시장은 지난해 미 대선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도미니언사의 개표기를 물고 늘어졌다.
줄리아니는 트위터에 "미국 표를 집계하는 데 외국 회사를 선택하는 것은 이상하다. 뭔가 잘못되지 않았나?"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도미니언 측은 "출발할 때는 캐나다 회사였으나, 미국에 법인을 설립한 뒤 현재는 완전히 미국 기업이 됐다"고 반박했다.
도미니언 측은 107쪽 분량의 고소장에서 줄리아니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 회사의 명예가 실추된 것은 물론, 직원들이 살해 협박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또 줄리아니의 이런 주장이 트럼프 지지자들을 흥분하게 해 지난 6일 미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으로도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줄리아니는 미 의사당 난입 직전 열린 트럼프 지지자 집회에 참석해 "어젯밤 사기꾼 같은 도미니언 개표기를 조사한 전문가 중 한 명이 마지막으로 집계된 10~15%의 표가 고의로 바뀌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잡았다"고 말했다. 개표기 조작으로 트럼프가 선거에서 졌다는 주장이다.
앞서 도미니언은 자사의 소프트웨어가 베네수엘라의 전 독재자 우고 차베스와 관련됐다고 주장한 트럼프 대선 캠프 측 변호사 시드니 파월에도 13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고소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도미니언 측은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한 줄리아니 측의 주장은 그간 여러 주의 법원에서 기각됐다.
도미니언 개표 장비를 사용한 조지아 주는 두 차례 재검표 과정을 통해 유권자들의 표가 정확하게 집계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 사이버보안청도 성명을 통해 지난해 대선을 '역사상 가장 안전하게 치러진 선거'라고 칭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