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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호소인’ 주도한 남인순 뒷북사과…“김종철에 묻어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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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직후 더불어민주당의 ‘피해호소인’ 용어 사용을 주도한 남인순 의원이 26일 “정치권이 피해자의 피해를 부정하는 듯한 오해와 불신을 낳게 했다. 저의 짧은 생각으로 피해자가 더 큰 상처를 입게 되었다”고 사과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에야 나온 입장이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의원. [중앙포토]

남인순 더불어민주당의원. [중앙포토]

남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인권위 직권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인권위의 권고사항 등이 충실히 이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평생 여성인권 향상을 위해 살아왔다고 생각했으나 이번 일을 통해 제 스스로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이었는지 다시 돌아보았다. 저를 신뢰해주신 많은 분께 실망을 드렸다”며 모든 여성에게 거듭 사과했다.

앞서 지난해 7월 사건 초기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 등이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불러 논란이 됐다. 야권에선 “민주당이 피해자를 피해자라 부르고 싶지 않아 집단 창작을 시작했다. 의혹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우아한 2차 가해’”(미래통합당 김은혜 대변인)라고 비판했다. 이런 용어 사용은 젠더폭력근절대책TF 단장이기도 한 남 의원이 주도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야권은 남 의원을 향해 “‘여성운동호소인’의 민낯”(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라고 비판했고, 피해자 본인도 지난 18일 “(남 의원이) '피해호소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신조어를 만들어 저의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비판했다.

남 의원은 박 전 시장 피소 유출 의혹 건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사건 당시 제가 서울시 젠더 특보와의전화를 통해 ‘무슨 불미스러운 일이 있는지’ 물어본 것이 상당한 혼란을 야기했고, 이는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는 저의 불찰”이라고 말했다. 남 의원은 당 최고위원이던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 사망 전날, 경찰에 정식으로 고소장이 접수되기도 전에 임순영 서울시 젠더 특보에게 피소 사실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러나 의혹 직후 “저는 박 시장에 대한 피소 사실을 몰랐다. 피소 상황을 알려줬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7월 24일)라고 했고, 지난해 12월 검찰 수사 결과 남 의원의 피소 유출 사실이 드러난 후에도 “피소 사실도 몰랐고 유출한 사실이 없다”(지난 6일)고 다시 주장했다.

6개월이나 의혹을 부인하던 남 의원이 이날 사과를 발표한 데 대해 정치권에선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 사태를 틈타 묻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소속의 한 여성 의원은 “정의당의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사태를 처리하는 모습이 부러웠나. 6개월간 가해자 편에 서다가 선거가 닥치고 정의당 사태가 터지니 표변했다. 쇼로 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위원장 정춘숙 의원)도 이날 “인권위 조사 결과를 존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사과 입장을 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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